2012년 2월 22일 산림청에서는 산림과학 기초연구로서 산림치유분야에 30억원을 지원사업으로 공모하였다. 내용을 보면 다양한 전문가의 학제간 융·복합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필자가 '허브이야기'를 기고할 당시 선진국에서는 이미 조경, 산림, 원예, 의학전문가들의 학제간 융합에 대해 언급한바 있다.

2002년에 시작된 웰빙시대를 기점으로 로하스시대와 더불어 2011년에는 힐링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이를 근거하듯 국가는 국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산림치유의 숲 조성에 대단위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조경가는 식물을 근간으로 생산, 계획, 설계하는 전문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치유숲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73년 우리나라에 조경학문이 처음 도입되었고, 1979년 정영선저 ‘서양조경사’에는 향목(insence tree), 향기나는 식물, 수도원정원에서의 초본원 (herb garden)이 기술되었으며, 1996년 조태동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허브를 이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프로젝트가 수행되었지만, 조경가의 대부분은 관심이 없었고, 작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인접분야인 산림전문가는 치유의숲, 원예전문가는 원예치료, 대체의학 대학원에서는 향기치료·아로마요법 등 식물을 응용하여 금세기 최고의 화두인 ‘치유’에 대응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만년전에 꽃으로 매장된 네안데르탈의 꽃을 분석한 결과 서양톱풀(yarrow)과 같은 종류의 허브로 판명되었고, 지금도 유럽에서는 고혈압과 외상치료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구약성서 창세기1장에는 “모든풀을 식물로 주노라”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식물이란 허브를 의미하는데, 이렇듯 허브는 고대로부터 종교 또는 신화와 깊은 관련이 있고 환자를 치료하거나 신전에 향을 피우며, 죽은자에게는 향수를 뿌리는 등 종교적인 의식이 행해졌다.

특히 아름답고 향이 강한 식물은 치료와 건강, 인간과 신, 죽음과 영생을 잇는 매개체로 믿어 신성하게 취급하였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허브는 종교적인 의미와 더불어 실생활에서 치료, 건강, 미용 등에 매우 중요하고 적절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치료를 목적으로한 허브가든의 기원은 이미 고대 이집트나 이슬람 정원에서 볼 수 있으나, 13세기가 되면서 치료를 목적으로한 허브재배는 더욱 번성하게 되며, 성당의 무료치료소에서는 수도승이나 수녀가 허브로 치료를 하거나 재배를 지도하였다.

16세기에는 대학에서 식물학과 약학을 가르치기 위해 허브가든을 조성하고 허브를 재배하였다. 이러한 허브가든은 1545년 파두아 대학을 시초로 17세기 말에는 유럽의 전 대학에 약용허브가든(medicinal garden)이 들어서는 계기를 만들었고, 영국 에딘버러의 약용허브가든에는 허브를 알파벳 순으로 심는등 특색있는 허브가든도 등장했다.

필자는 여기에서 의구심을 갖지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조경이라는 학문이 처음 도입된 후 미국이나 일본을 모방하면서 발전하였는데, 왜? 허브가든은 지금까지 철저히 도외시 되었을까? 조금다른 얘기지만 중국풍경원림망은 ‘2008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의 조경사업에 우리나라 돈으로 약 7천억원을 집행하고 있고, 향후 한국 조경가들의 중국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들보다 특별한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무엇을 히든카드로 내놓을 것이냐다.

필자는 다시 한번 학계와 업계에 제안한다. 인간의 불변하는 욕구인 건강, 아름다움에 부응하는 치유식물 허브에 대한 학문적 정립과 이를 응용한 다양한 상품개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산림, 원예, 관광, 대체의학 등과 학제간 융합으로 도심과 자연속에서 치유공간을 만드는 주역이 되기를 희망한다.

 
▲ 조태동(강릉원주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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