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지해 작가

 

“우리의 전통정원은 자연성에 있다. 우리 조상들은 경치가 좋은 자연속으로 들어가 차경을 도입했다. 그래서 우리 정원은 가든의 본질인 가장 순리적이면서 자연성을 닮아가는 것에 가장 근접하는 크나큰 장점을 갖고 있다”

환경미술가이면서 가든디자이너인 황지해 (주)뮴의 대표작가는 우리나라 전통정원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통정원하면 연못과 정자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정된 틀에서 사고한다면 추가적으로 해야 할 이야기가 없어진다”면서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키듯이 전통정원 역시 좀더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발전했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황지해 작가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영국 첼시플러워쇼에 출품한 ‘해우소가는길’로 최고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도 ‘DMZ'라는 주제의 작품을 쇼가든부문에 출품할 예정에 있다. 박람회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인식 때문에 정원문화의 확산과 발전에 저해된다고 말하는 황 작가를 만나 첼시플라워쇼와 정원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년 수상 후 요새 근황은 어떤가?
5월 22일 개막하는 첼스플라워쇼 쇼가든 부문에 ‘DMZ’이라는 작품으로 출품을 준비하고 있고, 그에 앞서 4월 5일부터 열리는 네달란드의 ‘플로리아다’ 전시에 출품할 예정이다. 또 10월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리는 ‘가드닝월드컵’에 출품을 최근 결정한 상태다.

첼시플라워쇼에 출품하게 된 계기는?
환경미술을 시작해 상업적인 작업을 추구하면서 작가로서의 갈증과 돌파구가 필요했을 때 러시아 탐험가를 통해 첼시플라워쇼를 우연히 알게 됐다. 그 때 정원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환경미술에서 담아낼 수 없는 모든 걸 정원에서는 담아내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래서 2007년부터 첼시플라워쇼를 참관하면서 모든 작품에 대한 모든 설명을 정독했다. 2009년까지 3년동안 참관한 후 나도 한번 도전해 봐야 겠다라는 마음을 먹었고. 2009년부터 준비해 우여곡절 끝에 2011년 한국인 최초로 출품하게 됐다.

출품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면?
첼시플라워쇼에 참가하기 위한 절차를 알아내는 것부터 쉽지는 않았다.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최측에 메일로 질의하고 답변이 오는 시간이 꽤나 걸렸다. 오랜 시간 끝에 주최측으로부터 포토폴리오와 서류를 제출해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포토폴리오는 환경미술 활동을 했던 내용과 그때 만들었던 대표적인 작품 몇 점을 함께 보냈더니 한 달만에 주최측에서 ‘가능성을 봤다. 구체적인 출품 계획과 작품 내용을 보내라’는 메일을 받았다. 그 후로 여러번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스몰가든 부문에 ‘해우소가는길’이라는 작품으로 출품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첼시쇼는 프로필 등 서류심사가 1차심사이고, 일종의 실시설계가 2차심사다. 마지막으로 3차 최종심사를 통해 출품작이 선정된다. 작년 첼시쇼 스몰가든 부문에는 전세계 신청작 중 47개 작품을 우선 선정했고, 최종적으로 7개 작품에게 참가권이 주어졌다. 그 7개 작품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첼시쇼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은?
작년에 상을 받고 나서 현지인들에게 사인을 많이 해줬다. 그러면서 ‘인생이 바뀔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네달란드나 일본, 싱가폴 같이 해외에서는 최고대우 조건으로 초청장을 보내왔다. 올해 첼시쇼에는 국가적인 로비까지 벌이며 차지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메인공간을 나에게 배정해 줬다. 이례적인 일이면서 엄청난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다르다. 첼시에서 상을 받았다고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조금 알려진 것 이외에는 크게 변한 게 없다. 당장 5월 행사의 스폰서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실정이다.

올해 출품작 ‘DMZ’는 어떤 작품인가?
DMZ는 강대국의 이념 대립을 통해 만들어진 전쟁의 산물이면서 정원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보물이다. 인간이 무엇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게 자연의 위대함이다. 그 위대함을 극명하게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DMZ이다. DMZ는 전쟁의 산물로써 아직도 긴장감이 도는 곳이면서 반대로 가장 평화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평화와 긴장이 상충되는 독특한 공간이다. DMZ는 더 이상 우리만의 공간이기 전에 세계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곳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준비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가장 어려운 점이 스폰서다. 첼시플라워쇼는 스폰서와 작가가 한팀으로 구성되며, 스폰서가 없으면 정원을 조성할 수가 없다. 첼시쇼에 출품이 확정되면 스폰서가 줄을 선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론과 현실은 확실히 달랐다. 작년에도 관광공사, 문광부, 국토해양부 같은 정부부처에서 관심을 갖긴 했지만, 담당부서도 없을 뿐더러 후원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회사 뮴을 스폰서로 해서 개인 돈과 대출을 받아서 출품하게 됐다. 올해도 스폰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대한항공에서 물류비 50%를 지원해 주는것, 그리고 두 개의 기업에서 후원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이외에도 우리 식물을 반출하는 게 문제이다. 작년에는 통관 문제로 일부 식물을 가져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영국의 식물 중 비슷한 식물을 활용했다. 올해에도 식물 반출이 문제인데, 최대한 노력해 봐야한다. 역시나 안되면 영국의 식물 중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식물을 선정해 활용해야 한다.

▲ 황지해
스폰서가 나서지 않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

정원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박람회, 전시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람회가 1회성 행사로 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대효과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첼시플라워쇼가 문화적으로 얼마나 큰 교류이며, 그로 인한 문화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얼마나 크게 나타나는지 모르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첼시쇼 출품으로 인한 효과는?
첼시플라워쇼는 18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최고의 정원·원예 축제의 장이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기대와 함께 파급효과 역시 경제, 문화적으로 엄청나다. 베스트 작품으로 선정되면, 식생과 시설물은 그해 정원문화의 세계적인 트랜드가 된다. 작년에 출품했던 해우소의 경우 기와와 항아리에 대한 주문을 받았다. 식생은 그린피스에 기증이 돼 세계적인 관심을 갖게 될 것이며, 시설물은 한국의 이미지를 최대한 어필할 수 있는 곳에 기증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즉 작품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식생 뿐만아니라 다양한 소재 나아가 문화적인 산업으로의 확장성까지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정원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 4학년때 시골학교로 교생 실습을 나가서 학교에 있는 수영장에 벽화를 그려줬는데, 학생들이 너무 신기해했다. 문화적인 결핍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고, 그 후에 벽화를 그리는 일을 하게 됐다. 환경미술을 시작한 것이다. 벽화를 그리다보니 주변환경과의 조화가 필요하게 되고, 그래서 주변에 나무를 심으며 화단을 만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원을 디자인하고, 조경 일을 하게 됐다.

 

‘뮴’은 어떤 회사인가?
1999년 벽아트 뮴으로 만들어 환경미술을 시작한 후 2009년에는 (주)뮴으로 상호를 변경한다. 뮴은 산업디자인회사이면서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 면허를 갖고 제도권 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미술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희소성이 있었고, 운 좋게 지자체에서 환경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을 많이하게 됐다. 그런 다양한 작품활동이 많은 경험과 함께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계획은?
이미 2015년까지 큰 일정들이 잡혀 있으며, 당분간 해외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무섭게 치고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정원문화는 인지도도 없을 뿐만아니라 국가적인 지원도 전무한 실정이다. 나 한사람이라도 해외로 나가서 한국의 정원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하고 싶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원문화와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고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줄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