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연 상명대 산학협력단 교수

“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관리는 그 주변 경관까지 포함돼야 하지만, 최근 문화재 주변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훼손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 심각성을 각인시키면서 조금이라도 덜 훼손됐을때 문화재 경관을 역사로 남기고 싶었다”

지난 2008년부터 우리나라 전 지역의 문화재를 항공촬영하고 있는 김치연 상명대 산학협력단 교수의 말이다. 특히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평면적인 사진보다 항공사진을 통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으며, 상공에서 내려다 본 문화재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700여곳에 4만5000여장의 항공사진을 촬영하면서 우리 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관리에 대해 강조하는 김 교수를 만나보았다.


항공촬영을 시작한 계기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 슬라이드 필름을 주로 사용해왔는데 이것은 평면적인 모습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해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항공사진을 촬영해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평면사진이 문화재 자체만을 보여준다면, 항공사진은 문화재를 중심으로 그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수 있으며, 지형과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촬영은 2008년 8월에 계획을 수립하고 같은해 10월 촬영을 시작했다.

대상지를 문화재로 선정한 이유는?
문화재 주변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되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조금이라도 덜 훼손됐을때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그 자체가 역사가 될 것이며, 혹여나 개발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훼손된 부분을 복원할 때 항공사진처럼 유용한 정보가 없을 것이다. 국가지정문화재나 지방문화재 또는 역사문화재에서 자연경관까지 포괄적으로 접근했다.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하기보다 역사에 남기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와 주변 경관까지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실제 항공촬영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4.5톤 트럭에 비행선을 싣고 다니면서 촬영한다. 비행선에 헬륨가스를 가득 불어넣은 다음 비행선에 전동장치와 카메라를 장착시켜서 띄우면 된다. 지상에서 낮게는 20m, 높게는 상공 2km까지 다양한 높이에서 촬영이 가능하다. 또한 비행기와 다르게 거의 정지상태에서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흔들림 현상도 적다. 한 명은 비행선을 조정하고, 나는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지금까지 1000여번의 비행선을 띄워서 700여곳에 4만5000여장을 촬영했으며, 앞으로 200여 곳을 더 촬영할 계획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촬영지가 있다면?
전남 담양의 명옥헌은 300-400년 이상된 배롱나무로 둘러 쌓여있다. 배롱나무에 꽃이 필때 가장 아름다운 곳이며, 조선선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전북 무주의 적상산성에 적상산사고가 있다. 이곳에는 이씨 조선왕조의 족보가 보관됐던 선원각과 조선왕조 실록이 보관됐던 실록각이 있다. 1000m이상 고지에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주도에는 주상절리 해안도 아름답지만, 한림읍 원령리 해안의 경우 난류가 유입되면서 해안가에 선인장 군락지가 형성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선인장 군락지로 유일한 곳이다.
안타까운 곳도 있었다. 전남 보성에 위치한 임진영 가옥의 경우 152호 문화재로 지정됐다가 몇년 전 지정해제 됐다. 임진영 가옥은 문간채, 사랑채, 초당, 안채 순으로 되어 있으나, 후손이 문간채와 사랑채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면서 가옥이 분리됐다. 지금은 초당과 안채 만이 임진영 후손의 소유로 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사람이 살지 않아 폐허가 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가옥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방 붕괴된다. 어쩌면 임진영 가옥에 대한 이번 사진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과 함께 문화재 보전관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책 출간 계획은?
지난해 10월 전라남북도 지역을 모아 ‘한국의 숨결-전라의 숨결’이라는 제목으로 3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이번달 말에는 제주도 지역의 문화재를 소개한 ‘한국의 숨결-제주의 숨결’ 1권이 발간될 예정이다.
이후에는 경주와 독도(1권), 경상도(3권), 충청도(2권), 경기(1권), 강원(1권), 서울(1권) 그리고 영문판으로 2권의 종합판까지 총 15권을 발간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2013년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책에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책은 항공사진을 기본으로 문화재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문화재에 대한 기존 자료에 오류가 많아 역사적인 기록과 고증을 찾아가면서 기록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렸다. 문화재에 대한 사진 뿐만아니라 그 장소가 어떻게 조성됐고,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이며,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복원됐는지 등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까지 자세히 담고 있는 역사문화서다.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
촬영기간을 처음에는 2년 정도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독도와 보길도, 홍도 등 몇몇 곳에 대해서는 예산지원을 받았지만 대부분 개인돈으로 충당하다보니 금전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책이 발간되면 그 책을 팔아서 다음 지역의 책을 발간할 계획이었는데, 책 판매가 부진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지금까지 비행선을 1000회 이상 띄워서 700여곳을 촬영했다. 군산지역에서는 비행선이 기류에 분실하는 사고를 당했으며, 전기줄에 걸리거나 하는 등을 합치면 30여차례 사고가 발생했다. 사소하게는 주차비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 문화재청에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비를 끝가지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공익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자체나 관리소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것 같아서 아쉽다. 심지어 수원화성의 경우 촬영비까지 요구했다. 화성사진을 찍는데 촬영비를 요구한다는게 말이 되나? 결국 촬영비를 주고서야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사찰의 경우 대부분 국립공원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건축물 증축에 제약이 많다. 그래서 무허가 건물이 많은 게 사실이며, 이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실랑이가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조경계에 한마디 한다면?
항공촬영 때문에 많은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공통적인 질문이 “왜 조경하시는 분이 문화재 사진을 찍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무를 심는 게 조경이 아니냐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조경계의 각성이 필요하다. 기자들이 조경을 나무심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일반 국민들이야 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조경학과에 들어가서 처음 배우는 게 조경은 땅의 모든 경관을 조성하는 총괄자적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조경인들만 배우고 인식하는 개념에 그치고 있다.
조경에 대한 이런 인식을 빨리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경' 이라는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 명칭을 바꿈으로써 조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다. 조경학과의 경우 학과명과 커리큘럼이 바뀌어야 한다. 내부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조경에 대한 고정관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조경계의 각성이 시급하다.

문화재보전에 대해?
문화재보전관리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가 개발논리에 밀려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곳이 전남 담양의 송강정이다. 고속도로가 산허리를 잘랐고, 옆으로는 4차선 국도가, 앞으로는 4차선 지방도가 개설되면서 도로에 고립된 형태가 되고 말았다.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문화재보호관리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시행이 필요하며, 주변 경관과 함께 보전되고 관리 되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짧게는 지금하고 있는 15권의 책 발간이 무사히 완료됐으며 한다. 그리고 ‘조경시공학’ 발간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기존의 전공관련 서적들이 이론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그런 서적이 필요하다. 향후에는 이론 중심 서적이 아닌 현장에서 곧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현장중심의 서적을 출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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