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연초부터 조경계 내부에 논란이 뜨겁다.

‘2018 세계조경가협회(IFLA) 세계총회’의 한국개최를 놓고, 한쪽에서는 조직과 절차를 무시한 결정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과 과정상 문제가 발생했다치더라도 총회개최가 확정된 만큼 총회는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번 논쟁은 조직의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 공식적인 절차와 보고 체계를 거치지 않았던 부분과 IFLA 한국대표에 대한 한국조경학회 내에서 명확한 관계 설정을 하지 못한 부분 그리고 총회 개최 여부에 대한 일반 조경인들의 여론수렴 과정을 소홀히 했다는 논란이 이어져왔다.

현재 ‘2018 IFLA 세계총회’는 지난 7월 언론 보도 직후 몇 개월에 걸친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회와 조경학회 집행부회의를 통해 총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결론 짓고 IFLA 사무국으로 공문을 보냈으며, 이후 IFLA 사무국으로부터 총회 개최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받아들이겠다는 공문을 받은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2018 IFLA 한국총회’ 건에 대한 논란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며, 더 이상의 논란은 내부갈등만 부추기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IFLA 세계총회’ 개최결정은 어떻게 결정되며, 총회가 어떻게 개최 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IFLA 세계총회는 아프리카지역,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주지역, 유럽지역 등 4개 대륙에서 차례로 돌아가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4년에 한 번씩 각 지역을 순회하며 열리게 되는데, 개최를 희망하는 국가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며, 총회 개최를 희망하는 국가가 2개 이상이면 경합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향후 IFLA 세계총회 일정을 살펴보면 올해에는 아프리카지역(남아공), 2013년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뉴질랜드와 호주 공동), 2014년 미주지역(아르헨티나), 2015년에는 유럽(미정), 2016년에는 아프리카지역(미정), 2017년에는 미주지역(캐나다), 2018년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미정)으로 정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IFLA 세계총회 유치 경쟁은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 즉, 어떤 경우에는 경쟁이 치열해서 경합을 벌이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어떤 경우에는 개최하겠다는 국가가 없어서 IFLA 사무국에서 가능성이 커 보이는 나라에게 개최를 권장하기도 한다.

2015년에는 유럽지역에서 개최할 차례지만 개최국이 결정되지 않았고, 2016년 역시 아프리카지역 순서지만 총회를 개최하겠다는 국가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져있다.

IFLA 세계총회는 한번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20-30년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행사는 아니다. 개최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4년마다 돌아오는 기회를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총회를 개최하겠다는 신청국가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총회를 개최하는 국가들은 자금마련을 어떻게 해결할까?

2006년부터 2010년까지 IFLA 부회장 겸 IFLA APR 회장을 역임한 안동만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총회를 개최하는 국가들을 보면, 선진국의 경우 총회에 돈을 많이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 등록비만 받아서 행사를 치러내고 있으며, 그 속에서도 흑자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에 비해 “개발도상국의 경우 국가와 그 나라의 조경을 홍보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해서 성대하게 치른다”며 선진국과 개도국 총회의 분위기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다시말해 외국인의 입장에서 개최국을 방문할 매리트가 있는 국가인지 아닌지에 따라 총회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며, 상대적으로 외국인들의 관심이 낮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자국과 조경의 홍보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해 외국인들의 참석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2001년 싱가폴 총회는 등록비로만 치른 행사임에도 흑자를 기록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안동만 교수는 “싱가폴 총회의 경우 등록비만 받아서 행사를 치르고도 흑자를 낸 사례”라면서 “박람회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이런 총회의 분위기를 한국에 적용한다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사이 어느정도이겠지만, 싱가폴 총회처럼 박람회와 연계하면서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일정 정도의 비용투자와 홍보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비용대비 효율적인 행사를 치룰수도 있어 보인다.

또한 단순히 보여주기식의 행사가 아닌 업계·학계·관계 등에서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면 생각보다 예산규모를 많이 감축시키면서 효과를 극대화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IFLA 세계총회를 유치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의지와 공감대 형성이다. 내부적으로 필요성과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총회 유치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조경인들의 합의가 이뤄지면,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서 2018년 총회에 재도전할 수도 있으며, 아니면 2022년에도 기회는 충분할 것이다.

IFLA 총회 유치에 앞서 조경학회는 IFLA 한국대표에 대한 명확한 관계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공식적으로 1년에 한번 만나는 IFLA의 특성상 그에 걸맞는 위상과 역할 부여, 활동기간 보장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동만 교수는 “모든 국제적인 조직이 그렇듯이 IFLA 역시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는 관계맺기가 중요하다. 때문에 대부분 국가들의 대표는 수년 혹은 십수년 이상 지속적인 책무를 맡아 수행하는게 관례”라면서 “한국대표 역시 관심 있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이 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자리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IFLA 한국대표직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992년 IFLA 경주총회를 개최한 지 20년이 흘렀다. 1999년 강원도 양양에서 IFLA ER(IFLA APR의 전신)과 2009년 인천 송도에서 IFLA APR을 개최하긴 했지만, 지역대회와 세계대회는 차원이 다르다.

그동안 새로운 조경작품도 만들어졌고, 국내 사회적인 변화도 이뤘다. 특히 최근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자 하는 조경업계로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IFLA 세계총회의 한국개최를 마다할 조경인은 없을 것이다. 다만 총회 개최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의지만 확인되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한 IFLA 세계총회의 개최는 먼 훗날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