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조경인의 축제 ‘제48회 세계조경가연합회 총회(이하 IFLA총회, 48th IFLA World Congress 2011)’ 무대는 스위스 취리히였다.

빙하가 녹아내린 맑은 물이 반짝이는 취리히 호수, 그 너머 멀리 눈 덮인 알프스 산봉우리가 보이는 호반에 자리한 국제회의장(Kongresshaus)에서 6월 27 일부터 29일까지 열렸다. 1200명 넘게 참석하여 큰 성황을 이루었고, 주제(Theme)는 ‘SCALES OF NATURE: From Urban Landscapes to Alpine Gardens’로 잡아 스위스조경가연합회(BSLA)가 주최하였다.

IFLA(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Landscape Architects)는 1948년 영국 런던에서 창립되었다. 유럽대륙·북남미대륙·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해마다 순서를 돌아가면서 세계대회를 개최했는데, 올해는 유럽대륙 차례였다.

10명이나 주제발표자를 초청해서 첫날 4명, 둘째·셋째 날 각각 3명씩 오전 내내 주제발표(Keynote speeches)를 진행하였다.

첫날 주제는 도시(Urban areas), 둘째 날 주제는 도시주변지역(Peri-urban areas), 셋째 날 주제는 농촌지역(Rural land)였다. 매일 오후 진행한 논문발표는 총 29개 분야(sessions)로 나누어 각각 3~4개씩 논문 발표가 있었고, 역시 매일 오후마다 현장견학(technical tours) 36개를 배치하여 참석자들은 선택이 고민스러울 정도로 내용이 풍성했다.

그러나 논문발표 시간과 현장견학 시간이 매일 오후 중복되고, 논문발표 시간도 서로 겹칠 수밖에 없어 실제로 볼 수 있는 것은 몇 개에 불과한 아쉬움을 남겼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자가 운영하는 행사운영 전문회사를 고용하고 2년 넘게 치밀한 준비를 하여 거의 완벽한 행사를 치렀다. 홈페이지(www.ifla2011.com) 제작과 운영이 완벽했고, 행사 진행도 ‘스위스 시계 같이’ 정확했다. 행사안내 책자도 500페이지가 넘는 주제강연, 논문발표 초록, 논문 포스터, 전시회 내용을 담은 디스켓, 별도로 취리히 시 ‘녹색도시 취리히’라는 공원녹지 정책을 영문 번역한 디스켓까지 첨부한 것이어서, 오랜 시간 공들인 책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옥의 티가 있었으니, 첫날(27일) 오후 5시 학생작품공모전 시상식 시간이 현장견학 시간과 겹쳐 있어서 참관자 수가 얼마 되지 않았고, 둘째 날 오후 5시 제프리젤리코상 시상식도 마찬가지로 아직 현장견학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기 전 시간이어서 축하 관중이 적었다.

우리나라의 참여는 역시 예년과 같이 ‘그룹한’이 학생작품공모전 1등상인 ‘IFLA 그룹한 상’을 후원한 것이 두드러졌고(UNESCO가 예산문제로 지원을 중단한 2007년부터 우리나라 그룹한이 매년 1만달러 후원), 고대 전진형 교수가 대학원생 5명과 함께 참석하면서 포스터 3건을 전시·발표하였고, 서울대에서는 조경진 교수 포스터 발표, 다미엔무가빈 교수와 대학원생 공동 포스터 발표가 있었다. .또 서울대 김성균 교수가 한국대표로 회원국대표자회의에 참석했으며, 필자가 제프리젤리코상 후보자지명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였고, 이유미 교수는 유럽 출장 길에 들러서 유창한 영어로 한국조경 홍보와 교수채용 홍보활동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구두논문 발표, 학생작품 공모전 수상작, 참관단이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학생작품공모전 출품작 수가 360작품에 이르고 작품 수준도 더욱 좋아졌다는 심사단 평가였다. 공모전 주제는 총회 주제에 맞추어 ‘Urban Boundaries’, 심사위원장은 예년같이 캐나다 캘거리대 베벌리샌덜랙 교수가 맡고, 미국교수, 네델란드 작가, 독일교수, 스위스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1등상 IFLA-Group Han Prize의 영광은 그리스 여학생 2명 공동작 ‘Layers of Time’에게 상금 미화 3,500달러와 함께 수여되었다.

2등상 IFLA-Zvi Miller Prize는 네델란드 바게닝겐대 학생작 ‘Vibrant Land’가 수상, 부상은 2,500달러. 3등상 BSLA Merit Award는 미국 하버드대 학생팀이 1,000달러와 함께 수상하였다.

추가로 장려상 7개 작품도 선정하였는데 중국(4개 작품), 독일, 미국, 덴마크 학생작품이 선정되었다.

1등 수상작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그리스 습지 문제를 다루면서 “명료하고 강력한, 서술적이면서 현대적 접근방법으로 경관뿐 아니라 문화 측면까지 다루었고”, “많은 전문분야 벽을 허물면서 덧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 시간이라는 요소에까지 과감히 도전한 점”을 높이 샀다는 심사위원회 평가였다.

우리나라 학생 출품도 있었으나 수상하지 못하여 앞으로 더욱 분발이 필요하겠다. 우리나라는 2007년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1등과 2등을 석권한 영광이 있었다.

학생작품 공모전 심사는 대회 훨씬 전에 시행하여 수상 학생들이 시상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미리 알리고 여비를 보조해 준다.

‘제프리젤리코상(Sir Geoffrey Jellicoe Award)’은 영국조경학회를 창립(1929년)하고, IFLA 창립위원이며, 초대부터 다년간(1948-1954) 회장을 역임했고, 그러한 공으로 작위를 받은 젤리코 경을 기념하는 상이다. 2005년 영국 에딘버러 세계대회부터 시작해서 매 4년마다 시상하기로 하였다. 생존 조경인 중에서 선정, 수여하는 세계 최고 영예로운 조경상이다.

제1회(2005년) 수상자는 미국 작가 피터워커(Peter Walker), 제2회(2009년) 수상자는 프랑스 버나드라수스(Bernard Lassus) 교수였다. 그 후 해마다 시상하기로 결정하였고, 후보자선정위원회, 수상자선정위원회를 분리·설치하여 2단계 선정과정을 거친다. 후보자선정위원회는 5~7명으로 구성하며 각국대표, 각국 조경단체 등이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후보자를 몇 명으로 압축해서 넘기면 수상자선정위원회(5명)가 수상자를 결정한다.

올해 수상자는 2010년 후반기부터 세계 각국에 홍보하여 16명을 추천받고, 3명으로 후보를 압축, 결국 캐나다 조경가 C.H. 오버랜더(Oberlander)가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고, 시상식장에서 그의 70평생 50년 넘는 조경역정을 감동적으로 전하는 강연시간을 가졌다. 우리나라에서 머지않아 수상자가 나오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IFLA 대회에 앞서 26일 오후에는 조경잡지사 ‘토포스(Topos)’사 조경상 시상 행사가 있었다. 시드니·런던·뉴욕 3대 도시조경에 관한 특별 세미나 발표도 곁들여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조경회사를 선정·시상했는데, 올해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에서 물관리 연구와 교육에서 새로운 접근과 깊이를 추구하고 있는 Antje Stokman 교수에게 상을 수여한다고 했다. 수상자 특별강연은 물 관리 관련 여러 실험과 도시현장 적용을 보여 주는 내용이었다.

내년에 열리게 될 ‘제49회 세계조경가연합회 (IFLA) 총회’는 신생 아프리카지역 첫 주최가 된다. 우리나라는 1992년 아시아태평양지역을 대표해서 IFLA세계대회를 훌륭하게 개최하였고, 작년(2010년) 아·태지역 차례는 중국 역사도시 소주(Suzhou)가 무대였고, 내년에는 처음으로 아프리카대륙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대륙 남쪽 끝 케이프타운 시에서 개최한다. 유럽과 합쳐있었던 아프리카를 IFLA 네 번째 대륙으로 독립시켰기 때문이다.

상세한 대회 계획은 곧 홈페이지(www.ifla2012.com)를 통해 알릴 예정이라고 한다. 2013년 다시 아시아·태평양지역 순번으로 돌아오는 세계대회는 호주와 공동으로 뉴질랜드가 아름다운 항구도시 오클랜드 시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안동만(서울대 지역·조경시스템공학부 교수, IFLA 제프리젤리코상 후보자선정위원장)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