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동 교수의 허브이야기 - 세이보리 (Satureia hortensis) 

 

▲ 조태동(강릉원주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세이보리의 학명 ‘Satureia’는 그리스 신화의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사튀로스(Satyr)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에게 봉헌된 허브이기도 하다.

한편 세익스피어의 ‘겨울이야기’에도 나오는데 여주인공인 퍼디타가 중년의 남성들에게 권하는 허브 중 하나였는데 이것은 예로부터 미약으로 사용돼 왔으며, 성적불능의 남자를 치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세이보리는 꿀풀과에 속하며 작은 별 모양의 꽃이 핀다. 다년초인 윈터세이보리(winter savory)와 일년초인 섬머세이보리(summer savory)가 있으며 효용이나 풍미, 향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윈터종이 약간 자극이 강하다.

윈터세이보리는 잎이 무성하여 나무처럼 보이기 때문에 박하나무라고 부르며 허브 가든의 주변 식재로 적합하다. 원산지인 남프랑스에서는 식욕을 증진시키는 허브로, 이탈리아에서는 고대부터 요리용 허브로 넓게 이용하여 왔고 방향은 타임과 비슷하며 자극적인 매운 맛이 난다. 생육특성은 배수가 좋고 양지 바르며 보수력 있는 토양에서 잘 자란다. 상록저목으로 30~50cm의 길이에, 잎은 암록색으로 긴 타원형이고 흰색이나 짙은 분홍색의 입술형 꽃이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다수 개화한다. 줄기가 성장하면 쓰러지기 쉬우므로 받침대를 세워 주는 것이 좋다. 줄기와 잎이 너무 무성하면 통풍이나 채광이 어려우므로 수시로 가지치기를 하여 햇살이 골고루 비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화분재배는 겉흙이 마르기 전에 충분히 물을 주며 생육기에는 한 달에 한두번 액체 비료를 준다. 생장이 늦어 가을이 되어야 비로소 수확이 가능하다.

섬머세이보리는 봄이나 가을에 파종하고 2개월 뒤에 양지바르고 배수가 좋은 토양을 골라 정식한다. 건조한 토양을 좋아해서 식재 직후 외에는 물을 줄 필요가 없지만 옅은 액체 비료를 물과 함께 2개월에 한 번 정도 준다. 결실한 종자는 채취하여 다음해 봄에 파종하는데 발아 온도는 20~30도 이며 본 잎이 2,3장정도 나오면 정식한다.

 

 

▲ 세이보리.

섬머세이보리는 4월 중순에 파종하고 윈터세이보리는 6월 하순에 파종하여 5cm 정도의 깊이로 심는다.

윈터세이보리는 꺾꽂이나 포기나누기를 해도 좋은데 꺾꽂이의 경우 충실한 줄기를 이용하며 꺾꽂이할 때 버미큘라이트처럼 청결한 토양에 7~8cm로 잘라 밑 잎을 떼어내고 줄기를 꽂아 충분히 뿌리를 내린 다음에 정식한다.

윈터세이보리와 섬머세이보리는 모두 소화 촉진과 소독 작용을 하며 벌에 쏘여 부은 데 효과가 있고 욕조에 넣어 우려내어 목욕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피로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또 흥분 작용을 하므로 미약으로도 사용된다.

세이보리 차나 침출액은 피로한 몸에 원기를 불어넣으며 여성냉증을 비롯하여 갱년기 장애에도 효과가 있고 거담이나 중풍, 이뇨에 좋으며 구충, 방부작용을 한다. 타임과 비슷한 향기가 있지만 상쾌하고 얼얼한 매운 맛이 난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조리용 허브로 폭넓게 이용되었고, 별명이 ‘콩의 허브’라 불렸듯이 콩과 어울리는 허브로서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스튜나, 수프, 소시지와 함께 사용했고 어린 완두콩의 샐러드에 잎을 잘게 썰어 뿌리는 등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산양의 젖으로 만든 치즈의 풍미를 좋게 하는데 작은 가지를 얹기도 한다.

잎이나 줄기는 부드럽기 때문에 작은 가지를 그대로 이용하여 파슬리처럼 요리에 넣기도 하고 길게 다져서 버터나 치즈에 섞기도 하며 또 수프나 소스의 향을 낼 때 이용한다. 비니거에 줄기와 잎을 2,3개 넣으면 향이 좋아지고 독특한 맛이 증가하며 오믈렛, 샐러드, 샌드위치 등의 장식용으로 꽃을 이용한다.

남 프랑스에서는 건조한 로즈마리나 오레가노, 바질, 타임 등과 혼합해 ‘에르브 드 프로방스(herbe de provence)’ 라는 복합조미료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 고기나 생선요리에 사용하면 요리의 풍미를 더해준다. 다만 주의할 점은 오랜 시간 요리를 해도 맛과 향이 변하지 않으므로 많이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건조한 줄기의 잎을 와인에 넣어 한 달 정도 그대로 두면 소화를 촉진하는 향이 풍부한 약용 와인이 되고 비니거나 오일에도 폭넓게 이용된다. 그밖에 포푸리나 향주머니를 만드는데 다른 허브와 함께 사용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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