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원림문화’ 향유는 우아한 거닐기새벽 일찍 어둠이 채 가시기 전 원림에 다가설 때가 있다. 아뿔싸! 벌써 내려오는 사람을 본다. 이런 기시감은 처음이 아니다. 나는 이를 불가사의라고 일컫는다. 새벽에만 생기지 않는다. 밤늦게 내가 마지막 야간 산행이라 여기고 올라서는데 부스럭 하산의 인기척을 만나면서 급하게 ‘아! 이건 정말...’라면서 혼자 중얼대는 방언. 이때의 언어는 외계어였을 것이다. 동틀 무렵 – 임천한흥.178 / 온형근 임천으로 어둑한 발걸음 헛디디지 않아방금 터
도시의 공간과 임천한흥(林泉閑興)의 원림 공간원림을 미음완보한다. 원림의 출발지를 ‘내원재(內苑岾)’로 삼는다. 내원재는 경사가 있어 처음부터 고도를 높인다. ‘백두고원(白頭高原)길’에 이르러 잠시 평탄해진 틈에 늘 걸쳤던 겉옷을 벗는다. 백두고원길 지나 ‘원로분지(元老盆地)’에 이른다. 원로분지에서 몸의 유연성을 즐기는 이들에게 내 모습은 뻣뻣하기만 하다. 겉옷을 팔목에 감고 지나는 과객인지라 머뭇대지 않고 스치듯 지난다. 이곳 원로분지는 원림을 향유하는 시민에게 순
고산 윤선도는 55세(1641)에 지은 금쇄동기(金鎖洞記)에서 “나의 산수에 대한 고질병이 너무 과한 것은 아니겠는가(夫我山水之癖 不已過乎)”라고 원림 조영과 경영 행위를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이라는 뜻으로 ‘벽(癖)’이라고 지칭한다. 병들었다는 ‘벽(癖)’은 오늘날의 신조어인 ‘덕후’에 해당하는 접미사 용법으로 한 분야에 시간과 정성을 쏟고 몰두하는 열정과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벽’은 미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