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워크샵에서 만난 외국인으로부터 기분 좋은 칭찬을 들었다.

새로 개통한 남산 서울성곽길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는데 도심 한가운데 장구한 세월을 지나온 서울성곽과 함께 대화하듯 걷는 호젓한 숲길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하더니, 대화 말미에 자신은 서울성곽이 서울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고 하였다. 서울성곽이 아니라 서울성곽을 품고 있는 남산을 비롯한 ‘서울의 산’이 서울의 대표 브랜드라고 말이다.

“서울성곽이 숲을 가로지르며 서 있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건물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면 그렇게 감동을 받을 수 있었겠느냐?”라고 부연설명을 해주었더니 그 분도 기분 좋게 인정해주었다.

외국의 많은 선진도시들도 대부분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하였지만 산을 품고 있거나 가까이 둔 도시는 그리 많지 않다.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이나 파리의 몽마르뜨르 언덕이 떠오르는 정도다.

하지만 서울은 한강과 지천이 방사형으로 뻗어있고, 도심에는 남산을 비롯한 내사산과 외곽에는 북한산을 비롯한 외사산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고, 중간중간 작은 ‘동네뒷산’들이 점점이 박혀있어 가히 ‘산의 도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어느 전문가는 서울시가 그 동안 추진했던 사업들이 ‘친수공간(親水空間)’이었다면, ‘친산공간(親山空間)’을 잘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일 것이라고 하였다.

서울시는 산과 친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네뒷산공원’이다. 주택가 근처 산자락이 무허가 건물이나 쓰레기 방치 등으로 훼손되고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곳이 많은데, 이러한 곳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이 접근하기 좋고 경사가 낮다.

이렇게 접근성이 좋고 경사가 낮은 곳을 ‘동네뒷산공원’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서울전역에 64개소 70만㎡의 공원을 새롭게 만든 것이다. 쓰레기가 쌓여있고, 불법경작 등으로 어지럽던 산자락이 깔끔한 공원으로 바뀌니 주민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이 사업은 민선 5기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인데 올해에는 좀 더 주민의견에 귀를 기울여서 지역맞춤형 공원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작년 개장한 중랑구 망우동 ‘중랑캠핑숲’도 그린벨트인 용마산 산자락을 활용한 사례이다. 굳이 서울에서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도심 속 자연문화공간인 셈이다. 잠시 놀러가는 공원이 아니라 하루나 이틀을 지내는 공원이다 보니 숲 이외에도 다양한 놀거리가 갖추어져야 하는 캠핑장도 서울의 동서남북 권역별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유아들을 위한 숲체험장도 서울의 산을 다양한 주제로 접근하는 사례이다. 숲 속에서 어린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 노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데 올해 2개소나 개장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남산자락을 복원하는 사업, 숲속에 무분별하게 난립한 배드민턴장을 이용주민들의 눈높이에서 개선해나가는 노력 등 한꺼번에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서울시에서 산에 들이는 노력은 크고 다양한 상황이다.

점점이 이러한 공원들을 만들게 되니 자연스럽게 공원과 산과 강을 연결하는데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걷기 열풍으로 ‘걷기좋은 길’에 대한 시민고객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된 ‘서울성곽길’과 외사산을 연결하는 157㎞의 ‘서울둘레길’이 대표적이다. 동네뒷산공원처럼 산자락에 어르신들이나 어린아이들도 걷기 좋은 ‘산자락길’을 만들고 있다.

특히, 작년에 북악산에서 북한산을 연결해서 도심과 외곽지역을 서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연결했고, 올해에는 남산에서 서울숲과 한강까지를 걷기 편한길로 연결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남산에서 한강까지 연결되면 한강과 지천을 따라 방사형으로 서울전역과 경기도까지 연결되어 그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모든 ‘걷기 좋은 길’들도 찾아내 또 다른 길과 연결하여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나간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이제 산은 도시와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도시로 스며드는 핏줄처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산의 푸르름이 하천과 길을 따라 사람들이 활동하는 공간으로 내려와야 한다. 도로변 보도가 걷기 편하게 넓어지고 산속의 숲길처럼 푸르게 바뀌고 산과 공원과 강으로 편안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걸어서 5분이면 산과 공원과 강에 다다를 수 있는 쾌적한 공원도시가 되는 서울의 모습을 항상 꿈꾸고 있다.

울뚝불뚝 솟은 산들을 도시발전의 걸림돌로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잘 보전된 ‘산’은 주민들의 삶을 한 단계 높이는 소중한 보물이자 외국도시와 치열히 경쟁해야 하는 서울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대표선수가 될 것이다.

최광빈(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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