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민근(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컨설턴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UCCN(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자문위원)

다섯째, 광역지자체 경관계획과 기초지자체 경관계획 간의 관계에 대해서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90년대에 동경도경관계획 내용과 비슷하게 경관계획을 수립했던 우리나라의 지자체에서는 ‘경관축’, ‘조망’, ‘하천경관’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경관계획을 수립하기도 했었다. 비록 그 실효성은 없었을 지라도, 한번은 그러한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는 것은 오늘날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경관을 가꿔나가는 주체가 되는 해당 지자체의 행정구역 내에서 경관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광역 수준에서의 경관형성에 대해서 해당 광역 내의 기초지자체 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즉, 광역지자체가 광역경관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광역지자체 내의 기초지자체가 모여 광역경관계획 수립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는 서로가 일정 수준을 만족하는 것과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게 된다.
‘경관법’이 ‘지역의 개성’이라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면, 경관계획 또한 이를 중시하는 내용으로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광역시도 수준의 경관계획은 15개가 수립되어 있지만, 이것이 기초지자체 간의 의견수렴과 조정을 거쳐 결정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본질적 의미’로 본다면 ‘형식적 의미’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기초지자체의 경우 해당 지자체의 발전을 위해 ‘경관의 보전·형성’ 등에 의욕을 가지고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미를 말한다면, 광역 수준 경관계획의 기초지자체 경관형성에 대한 의지를 지원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수립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경관’이 갖는 지역적인 가치와 활용 가능성 등에 대한 인식 제고가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에 대해 우선 이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즉, 기초지자체에서의 경관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당 지자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직한 경관의 비전과 이를 담아내는 실천계획(action plan),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기 위한 경관행정체제를 갖추고자 하는 ‘의욕’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광역 수준의 경관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이러한 ‘의욕’을 갖고 있는 기초지자체들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광역경관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상호 조정하는 과정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광역 수준 경관계획의 내용은 세세한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초지자체의 경관계획 수립 시 그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작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는 광역 수준의 경관계획을 광역지자체가 정하고, 기초지자체가 이를 받아들이도록 되어 있어, 앞으로 지자체의 경관행정체제뿐만 아니라, 광역경관행정체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역할과 기초지자체 간의 연계를 광역경관행정체제로 담아내는 것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 동경도의 경우, 경관법 제정 이전에 경관조례를 제정하고 있었지만, 경관법에 근거한 경관계획을 2007년에 수립하였다. 이 경관계획의 입안까지는 동경도 내의 기초지자체의 경관조례 책정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동경도의 방침을 반영하도록 하는 등, top-down 형식의 조정을 행하고 있다. 가나가와현의 경우, 경관계획을 갖지 않는 이념조례만을 책정하고, 기본적으로는 가나가와현 내의 모든 기초지자체에 경관법에 근거한 경관조례책정을 요구하는 bottom-up형의 방침을 보이고 있다. 광역지자체에 따라서는 광역 수준의 경관형성을 위해서 서로 다른 여건과 과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본의 경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한편, 경관법에 의해 다양한 ‘지역의 개성’이 존중되는 경관계획 수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해당 지자체는 자신만의 개성을 형성하기 위한 경관계획을 수립하고자 할 것이며, 아울러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고자 할 것이다. 이것 역시 경관법에 의할 수 있다면(법적 실효성 혹은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면) 그 효과 또한 클 것이다.

광역 수준의 경관형성에서는 광역 수준에서 경관상 중요한 자원을 보전하거나, 광역도로변 경관, 광역 수준의 하천경관, 관문경관(關門景觀 gateway landscape) 등이 다루어져야 할 영역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상징이 되는 산, 역사적 건조물 등 특정한 경관요소에 대한 조망이나, 해협 및 호수 등을 조망을 보전하는 경우 등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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