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섭 박사(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장).
가속화 된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직접 키워먹으려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과 아파트 숲속에선 텃밭을 가꾸고 싶어도 여건상 텃밭 마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자, 이젠 아파트 베란다에 채소 텃밭을 들여오는 것은 어떨까? 아파트 베란다는 접근이 용이해서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어 좋고 가장 가까이에 채소정원을 만들 수 있어 좋다.

베란다 채소 정원의 가장 큰 걸림돌은 햇빛이다. 한쪽 면으로만 광이 들어오고 게다가 유리창을 통과하면서 광량이 줄어들고 광질의 변화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이 적은 곳에서도 적응을 잘 하는 채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장용 배추나 무, 고추 등을 키우기엔 베란다 안은 광량이 너무 부족하다.

하지만, 청치마상추나 쑥갓, 엔다이브, 치커리, 부추, 쪽파와 같은 잎채소 작물들은 광이 적어도 비교적 잘 자라고 기르기도 쉽다. 또한 잎이 다 자라기 전에 어린상태로 먹는 베이비 채소도 가능하다. 밀, 보리, 상추, 엔다이브, 청경채, 경수채와 같은 작물은 씨앗을 뿌린 지 20일이면 샐러드나 비빔밥에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자란다.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우려면 밭을 대신할 화분이 필요하다. 화분은 원예자재를 파는 곳에 가서 구입해도 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이용해도 된다. 과일을 사 먹고 나온 스티로폼 용기나 플라워박스 같은 것들도 좋다.

화분을 선택할 때는 심을 종류에 따라 화분의 깊이나 폭을 고려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많이들 키우는 상추와 같은 잎채소는 흙을 넣을 깊이가 10~15cm만 되어도 충분하다. 하지만, 생강 같은 뿌리채소를 길러 보려면 깊이가 20cm 이상은 되어야 한다.

화분 선택에서 고려할 또 한 가지 사항은 화분의 윗면과 아랫면의 넓이가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소는 관엽식물처럼 화분 가운데 한주씩 심는 게 아니라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주를 심기 때문에 화분 아랫쪽의 폭이 좁아지면 가장자리 쪽에 심긴 식물은 뿌리 발육이 부진하게 된다.

화분에 채울 흙으로 밭흙을 베란다로 가져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무겁고, 또 흙속에 있는 잡초 종자나 벌레들이 함께 옮겨지게 되며 물 빠짐이 잘 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판되고 있는 원예용 상토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원예용 상토는 코코피트나 피트모스가 주원료로서 아주 가볍고 배수성, 보수성이 좋기 때문에 베란다에서 이용하기가 좋다. 깨끗하게 소독이 되어있어 잡초 종자나 벌레가 나올 위험도 없다.

다음으로 베란다 재배 시 신경을 써야할 것이 물과 양분 관리인데 가정에서 식물 재배에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물 관리이다. 물을 너무 안 줘서 말라죽이던가 너무 과하게 줘서 습해로 죽이던가 하는 게 보통이다. 심지관수를 하면 채소도 잘 자라고 물 관리를 쉽다.

심지관수로 기르면 화분 위에서 물을 뿌려주는 것보다 수량이 많이 나온다. 즉 심지관수는 심지의 모세관 작용에 의해 배지 내로 소량의 양·수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저면관수 방식으로써 30년 전 개발되어 식물체에 수분스트레스가 적은 효과적인 방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심지관수를 위해서는 용기 2개, 즉 작물을 심을 용기와 물을 담는 용기가 필요하다. 배수구멍에 부직포 심지나 융과 같은 천을 끼우고 배양토를 담아 물이담긴 용기에 얹어 놓으면 심지를 통해 물이 조금씩 흙으로 흡수된다. 흙의 양이 많을 경우에는 심지의 수를 늘려서 용토 전체적으로 촉촉하게 수분이 올라오도록 심지면적을 조정해야 한다.

심지 길이는 물이 담길 용기의 바닥까지 닿게 하고 아래 용기에 물을 채울 때는 위 용기를 얹었을 때 바닥이 물에 닿지 않을 정도가 되도록 한다. 밑에 물이 닿으면 양분이 빠져나가고 흙이 과습하고 통풍이 불량하게 되어 채소 생육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양분이 없는 흙이거나 비료관리가 어렵다면 물대신 양액을 채워 주면 되는데 이럴 경우 양수분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심지관수의 핵심은 뿌리가 자라는 용토층이 과습하거나 건조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물이 바닥으로 흘러나오지 않기 때문에 확장공사를 한 베란다에서도 관리하기가 편리하다. 물을 담는 아래 부분의 용기가 크면 물을 채워주는 빈도를 줄일 수 있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그리고 화분이나 관엽식물은 양분을 거의 주지 않아도 되지만 채소는 꾸준한 양분관리가 필요하다. 생육이 빨라 양분이 적으면 바로 영양실조에 걸리기 때문이다. 완효성비료는 비료 성분이 일정한 기간 동안 서서히 녹아 나오기 때문에 가정용 채소재배에 좋다. 실내에서 퇴비를 사용할 때 부숙이 덜 된 퇴비는 냄새가 심하고 식물에 피해를 줄 수 있으며 벌레도 생기기 쉬우므로 잘 부숙되어 악취가 없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텃밭 재배를 하다보면 여러가지 벌레들이 많이 생기는데 베란다에도 병해충들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노지텃밭보다는 발생이 훨씬 적은 편이다. 또한, 온도가 올라가고 물 빠짐이 나쁘면 병도 생기지만 벌레 피해가 더 잘 생긴다.

작물에 따라서도 병해충 발생 종류나 빈도 차이가 많이 난다. 상추, 쑥갓, 치커리 같은 국화과 채소는 아메리카잎굴파리, 진딧물 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해충 발생은 적은 편이다. 청경채, 케일, 겨자채 같은 배추과 채소는 나방 유충, 벼룩잎벌레의 공격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배추과 채소를 키울 때는 해충 방제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이외에 신선초는 진딧물이 아주 좋아하는 작물이다.

일단 베란다에 병해충이 생기면 어떻게 방제해야 할까? 병해충 관리는 예방이 최우선이며 발생되면 즉시 제거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려면 해충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해충이 붙는 잎 뒷면을 자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진딧물은 어린잎에 많고 나방 유충들은 큰 잎을 가해하며 위로 올라온다. 외부에서 벌레들이 들어오지 않게 창문 같은데 방충망을 설치해서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해충 밀도가 적을 때는 일일이 잡아주고 밀도가 높을 때는 화분 째 식물을 물속에 담가서 해충을 제거한다. 요즘은 미생물, 식물 추출물 등을 이용한 친환경 제제가 많이 개발되어 있어서 이용해도 좋다.

* Tip : 한국도시농업연구회(http://cafe.daum.net/KSUA-UrbanAgr.)의 ‘나는 이렇게’ 라는 코너에 가면 일본에 사는 한국인 회원 한 분이 본인의 베란다 채소가꾸기 경험담을 거의 일기처럼 올려주고 있다.

 

 

▲ 베란다에서 상자를 활용해 채소를 기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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