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에서 청춘을 보낸 말단 연구사 한명이 이달 말이면 정년퇴임을 한다.

산림청 소속 국책 연구기관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조경수 분야 연구를 해온 박형순 박사는 나라꽃 무궁화의 대중화를 비롯한 조경수 연구에서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어느 누구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중스타이기도 하다.

그러나 30년 동안 그가 맡아온 역할이나 쌓은 업적에 비해, 떠나는 지금 조직의 처우는 초라하기만 하다.

이미 한국조경신문은 2년 전인 2008년 7월 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보도한 바 있다.
“2백명 넘는 연구직 가운데 유일하게 조경수 분야를 연구해 온 그(박형순 박사)는 2년 후면 정년을 맞아 퇴임하게 되지만, 아직 후임도 없이 혼자다. 이쯤 되면 조경수 품종을 보존하는 것보다 ‘그’를 보존하고 맥을 잇는 게 더 시급하다”(제16호, 2008년 7월21일자)

그 당시 할 수 있었던 일은 두 가지였다.
서둘러 후임 연구원을 충원해서 공백을 줄이고 연구 분야를 계승토록 하는 일과, 연구관으로 승진시켜 근무연한을 늘려주는 방법이 그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인사시스템을 통한 인사권자의 권한이라 시시비비를 가리기에는 적절치 않으나, 전체 연구원의 1/3 정도가 연구관이고 나머지 2/3가 연구사인 편제 현황을 살펴 본다면, 과연 박형순 박사의 연구업적과 국내 조경수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1/3 기준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형편없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그의 후임 연구원이 올해 5월에서야 임용됐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국립산림과학원에게 조경수는 어떤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푸대접으로 일관한다면, 앞으로 어느 누가 조경수 연구에 헌신하려고 하겠는가?

이미 국내 임산물 생산액 가운데 조경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을 넘어섰다. 또한 산림청의 도시숲·가로수 정책 확산에 맞춰 조경수 분야의 체계적인 연구와 육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만약 국립산림과학원이 조경수에 관심이 없다면, 산림청은 당장이라도 조경수 전문 연구기관 설립을 검토하는 게 도리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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