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박사’로 잘 알려진 국립산림과학원 박형순 연구사(산림자원육성부 특용자원연구과)가 이달 말 정년퇴임을 맞이한다. 1980년 당시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에 임업연구사로 임용돼 줄곧 무궁화와 조경수 연구에만 전념해왔다. 30년 동안 그가 이 분야에 남긴 업적은 지대하다.
나라꽃 보급을 위해 가로수용 무궁화를 개발하고 6개의 품종 특허를 받았으며, 소나무와 느티나무 등 조경수 연구실적도 크다. 그리고 아무도 관심갖지 않았던 조경수 생산과 재배 기술에 대해서 쉼없이 홍보해왔다.
산림청 산하 국책 연구기관의 200여 연구원들 가운데서 조경수를 전문적으로 연구했던 사람은 유일했기에 그의 활동은 더욱 돋보였다. 그러나 본인의 말처럼 관운은 따르지 않았는지 끝내 연구관으로의 승진은 이루지 못하고 말단 연구사로 정년퇴임을 맞게 되었다. 이제 그가 떠나고 나면 그 빈자리는 얼마나 클까?

정년퇴임을 앞두고서 지금 소감은?
‘사람은 세월과 자식을 이기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세월이 지나면 내가 있던 자리를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것은 당연하다. 조경수를 더 뜨겁게 연구하고 재배기술을 알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그동안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눈에 띈다. 아쉽고 섭섭하지만, 후배들 잘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중이다.

3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없나?
왜 없겠는가? 나무 육종 연구를 위해 높은 산을 쫓아다니며 많은 고생을 했다. 배낭 속에 여러 장비를 넣고 다니며 일주일씩 산 속에서 보내기도 했다. 어떤 날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 피워놓고 자다가 주민들이 몰려와 불을 끈 채 추위 속에 떨면서 밤을 지샌 일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고생과 연구과정들이 있었기에 조경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무궁화 연구하면서 보람도 많았을텐데?
내가 처음부터 무궁화 전문가는 아니었다. 기회가 돼서 무궁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내 일을 사랑하다보니 무궁화 공인이 될 수 있었다. 또 나라꽃 무궁화에 대해서 열정을 가지고 홍보하니까 전국에 무궁화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얼마 전에는 천연기념물 등재가 되기도 했다. 무궁화 테마도시가 강원도 홍천에 조성될 수 있었던 것 역시 기쁘다. 또 평생을 연구해도 육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무궁화 6개를 포함해서 9개의 품종 특허를 낼 수 있었던 것 역시 큰 보람이다. 그러다보니 덩달아 ‘박형순’이라는 이름도 함께 유명해졌다.

우리 조경수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조경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컨설턴트와 그들을 육성할 전문교육기관이 필요한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조경수 산업을 위한 컨설턴트가 없고, 전문교육기관이 없다는 것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경수 생산과잉이 우려되는데 향후 전망은?
나무는 많을수록 좋다. 많으면 도시에 활력이 생기는 법이다. 앞으로도 기업도시, 세종시, 혁신도시 등 조경 공정이 임박해 있으므로 더 많은 나무들이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양보다 질’이 중요한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질적으로 얼마나 우수하고 예쁘게 키울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재배기술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판로를 보장할 수가 없는 시대가 됐다. 또한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고 규격화할 수 있는 콘테이너 재배법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산림청의 조경수 연구 분야 지원은?
조경수 생산액은 이미 전체 임산물 생산 비중에서 1/4을 넘어섰다. 밤, 표고, 대추 등 다른 임산물보다도 중요한 임업생산물이 됐지만 정작 산림청의 관심은 부족한 것 같다. 국민들에게 소득이 될 만한 것을 국가가 나서 개발하고 지원해주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또 새롭게 개발한 품종은 우리 브랜드를 달고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조경수의 수출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큰 공로에도 승진하지 못한 아쉬움은?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연구관이 되었더라면 정년도 늘어났을테고 더 많은 연구를 하면서 조경수 발전과 산림청의 조경수 정책 홍보에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지난 30년간 아무도 하지 않았던 조경수 연구를 홀로 진행해 오면서 적지 않은 연구업적을 남겼고 산림청의 무궁화와 조경수 정책 홍보에도 앞장서 왔는데, 그런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슬프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해왔던 연구분야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것이었고 미래 산업적으로도 비중이 큰 것이지만, 정상적인 평가와 계승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조경수 분야 연구정책을 수립하고 챙기는 일이 시급하다.

업무 인수인계는 어떻게 되는가?
후임은 올해 5월 임용됐다. 조금 더 함께 있으면서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인수인계는 한 번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2년동안 국립산림과학원에 자문위원으로 남게 될 것 같다. 그 기간동안에라도 내가 알고 있는 부분들을 후배들에게 더 많이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형순 박사 이력>

학력
충북대 임학과 졸업(학사)
충북대 대학원 임학과 졸업(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조경학과 졸업(석사)
충북대 대학원 산림자원학과 졸업(박사)

경력
80년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 육종과 연구사 임용
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자원육성부 특용자원연구과 연구사

발명 및 특허
무궁화 신품종 특허 : 우리, 별이, 소양, 한양, 탐라, 순이(6개)
고접에 의한 수양겹벚나무 무성번식
집게접목에 의한 황금곰솔 번식방법
얼룩무늬소나무 무성번식방법

상훈
대통령 표창 및 국무총리 표창 등 다수

저서
알기쉬운 정원수 및 화분관리
소나무관리도감
유용수종 100선(조경수 40선 집필 담당)
무궁화나라
무궁화 식재 및 관리요령
산림수종 품종특성검정
조경수 재배기술 및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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