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도시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지난 28일 열린 ‘소통과 실용의 도시정책 토론회’는 현재의 우리의 도시계획의 ‘틀’을 재고해 보는 자리였다.

특히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정치’와 ‘자본’이 중심이 되어 진행됐던 그간의 도시계획들이 다수의 문제점들을 안고 있음을 인정했다. 또 전문가로써의 책무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논의의 쟁점은 앞으로의 도시계획이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실용성을 높이고 소통할 수 있는 도시계획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조경·건축·도시계획 등 학문 간 융합이 필수적이며, 전문가, 행정, 주민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김찬호 중앙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현재의 도시계획은 주목적과 부목적의 대상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기반시설, 복지기관설치 등 대부분의 사업이 우선순위가 명확히 구분되지 못한 채 나열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는 전문가의 책임도 크다고 비판했다.

선권수 한국도시계획기술사회 부회장은 “현재의 법과 제도의 가장 큰 한계가 규모만 다른 붕어빵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도시의 명소를 늘리고 도시의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등 해결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자치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바뀌는 도시계획’과 ‘시민 대부분이 재산권에만 관심이 높아 쇠퇴하는 도시의 기능을 재생산하는데 의견을 모을 수 없다는 점’ 또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공학부 교수는 ‘주민참여’가 그 의미와 다르게 현장에서는 사업 추진 프로세스를 단순화시키는 등 사업추진 유도제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지 재고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민 참여’이라는 부분을 오히려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 주민참여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진정 시민을 위한 ‘참여’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금과 같은 주민참여방식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전문가’로써의 책무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논의됐다. 김찬호 중앙대 교수는 “‘전문가’의 역할이 크게 상실됐다. 갑이 정하면 답이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재준 협성대 교수 역시 전문가가 권력, 자본의 논리에 흔들리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 교수는 “전문가가 가진 것은 이론적 논리다. 따라서 전문가는 권력, 자본의 논리가 아닌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설득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행정입안권자 입장을 대변한 유성용 국토해양부 도시정책과장은 “공공에서 진행되는 모든 계획들은 전문가에게 용역을 맡겨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용역을 통해 구성된 계획이 잘 되어 있는지의 확인이 쉽지 않고 책임도 불문명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실과 괴리된 법령에 대해서도 적극 지적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하기도 했다.

한편, 홍기문 LH공사 녹색경관처장은 “민원 대상인 주민 역시 때론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 단장은 “실재로 사업을 시행하다보면 민원이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현재 LH 공사 역시 보금자리 시범지에 주민 참여 프로젝트를 기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경 그리고 경관 등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 소외되기 쉽지만 향후 그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본다”면서 “‘도시재생’에 있어 조경과 경관에 더욱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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