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학회 조경식재연구회 위원장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조경학 교수

최근 한국조경수협회가 산업인력관리공단(담당자 전효중, 김규섭)에 연구용역을 주어 수행한 '조경수 및 가로수 조성관리사 자격종목 개발연구보고서'를 접하게 되었다. 시대적 요청과 전문직업의 세분화에 따른 이와 같은 자격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가로수 관리는 매우 중요한데도 현 실정은 전문가가 아닌, 보통인부가 톱을 들고 다니며 가끔씩 몽둥이로 만들어 버려 보기에도 민망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식물을 전공한 전문가가 과수 전정하듯이 정성껏 가꾸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가 파리 개선문 앞의 상제리제 가로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가로수는 흔한 프라타나스이지만 잘 관리하여 명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인접해 최근 건설한 라데빵스 뉴타운 가로도 역시 프라타나스를 잘 심어 매우 인상적이다.

그런데 상기 보고서에 의하면 직업명이 '조경원, 조림 및 영림원, 육묘작물 재배원'으로 되어 있고, 영문으로는 'landscape architect(조경가)'로 되어 있다. 또 '조경수 조성관리사(1~3급)'는 'landscape plants manager', '가로수 조성관리사'는 'roadside trees manager'라로 표기하고 있다.
자격은 원예학, 임학, 조경학 전공자로 되어 있다.

한국조경수협회에서 전문가를 동원해 연구하고 그 결과를 작성한 보고서 가운데 상기 영문명을 보면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콩글리쉬를 쓰고 있어 실망을 주고 있다.
외국에서는 수목 전문가를 arborist라 하고 미국의 경우 수목관리사 자격증을 arborist certification이라고 한다.

문제는 한국조경수협회의 'landscape architect'에 대한 몰이해다.
미국에서는 4년제 조경학과 이상 졸업한 조경가를 'landscape architect'라 하고 전문대학 출신자는 'landscape gardener'라 부르며 차별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조경가는 조경설계를 주로 담당한다.

그런데 산림청에 소속을 둔 한국조경수협회는 '조경수 및 가로수 관리사'를 조경원(조경가)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자의적 해석이다.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경은 결국 산림청 소관이어야 한다는 건가? 즉 나무 심는 것이 조경이고 나무니까 산림청 업무라는 주장으로 해석해도 된다는 말인가?
한국조경학회나 환경조경발전재단이 나서서 즉각 정정을 요청하기 바란다.

조경계(학계, 업계, 관계 등 총망라)여, 깨어나라!
우리는 건축. 토목, 도시계획 등과 실력을 겨누고 더 나아가 '개발'을 총괄하는 역할(project manager)을 해야지 산림청이 아니다.
이런 지경인데도 조경계는 샴페인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최근에는 본인이 제안하여 한국조경학회 내 조경식재연구회를 결성하였고, 지난 13일에 두번째 모임을 가졌는데 첫번째 안건으로 선정한 '기 출간된 조경식재관련 도서의 오기 수정작업'을 두번에 걸쳐 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책의 내용이 엉망이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는 지경이다.
심지어 건설교통부 발주로 한국조경학회가 2007년 개정판을 낸 '조경설계기준'에도 큰 잘못이 밝혀져 민망스럽기 그지 없게 되었다.
이런데도 이 책으로 강의를 하고 기사시험을 출제하고 있으니 앞으로 야기될 법적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지난주 한국조경신문에 산림청의 입법예고와 관련하여 '조경 5개단체장 총 사퇴'를 주장한 바 있다.
그 분들은 생업이 있는데도 단체장을 맡아 헌신함은 고마운 일이나 단체장을 맡은 한 책임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사퇴하여 본 업에 충실하기 바라고 조경계는 더 이상 방황해서는 안되고 정신 바짝 차리고 '신의 대역자(神의 代役者)' 노릇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더 공부하고 매진하기 바란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경계는 자칭 조경계를 끌어가는 몇몇 대부들과 학연이 야합되어 이 지경에 이르고 있다.
더 이상 간과해서는 한국 조경계의 앞날에는 희망이 없다.

[칼럼①] 조경 5단체장은 총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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