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사회 제8대 회장에 재임하는 동안(1995-1996) 몇 가지 주요사업 위주로 기록하여 본인의 임기 동안의 활동을 회고하고자 한다.

러시아 건축사협회와 교류
1992년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IFLA(세계조경가협회) 세계대회는 러시아·중국 등 공산권 국가들의 참여로 한국 조경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95년 8월 한국조경사회 팀은 러시아 건축사협회의 초청으로 모스크바와 페테스브르크를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가 투숙한 호텔은 멀리 모스크바 방송국 타워와 세계 최초의 소련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기념탑이 보이는 코스모스호텔로 첫날밤부터 호텔방을 백러시아 미녀들이 두드려 잠을 설치게 되었다. 다음날 러시아 건축사협회에 이야기 하였더니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우리를 만나러 온 러시아 건축사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소나타 급의 중고차를 몰고 나왔는데 차에서 내려 움직일 때 마다 차의 라디오 세트를 뜯어서 들고 다녔다. 그 까닭을 물으니 차를 부수고서 라디오 세트를 훔쳐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러시아 경제사정을 잘 알려주는 현상이었다.
모스크바 시내를 진입하는 교통사정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우리 일행 중에서 한 사람이 “한국에도 자동차 머리를 먼저 밀어 넣은 쪽이 임자라는 말이 있다”고 했더니 그들도 박장대소하고 웃었다.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건축조경공대를 방문하고 그 곳의 커리큘럼 등을 안내 받았다.
마침 성균관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선교지원단으로 러시아에 유학하며 환경과조경 러시아 특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던 탁영숙 학생의 안내를 받았다. 그런 인연으로 탁영숙 씨의 한국 결혼식 때 참석하여 축하도 해주기도 했다.
러시아 건축사협회 사무실을 방문하고 그들 조경설계 프로젝트와 현장 방문을 마치고 저녁에는 만찬에 초대받아 선물교환과 상호교류협정 조인식도 가졌다.
모스크바 대학 방문, 붉은광장, 크레므린궁 등 그들의 안내로 무사히 마치고 저녁에는 볼쇼이극장에서 러시아 서커스의 진수를 구경하고 늦은 밤 기차를 타고 페테스브르크로 이동하게 되었다.
모스크바는 기차역이 여러 개 있어서 모스크바 역이 아니라 목적지의 도시 이름이 그곳의 역 이름이라 상당히 당황하고 간신히 기차시간에 도착하여 승차하였다.
모스크바에서 페테스브르크로 향하는 기차는 8월인데도 밤에는 추웠다. 준비해 간 라면을 먹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부탁하였으나 미지근하여 덜 익은 라면을 먹어야 했다.
기차는 상당히 고속이어서 광대한 자작나무 산림을 뚫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 다음날 아침에 페테스브르크에 도착하였다.
이곳의 건축사협회 안내로 사무실을 방문하였더니 협회 사무실이 옛 제정 러시아의 영화를 보여주듯이 타원형의 이층 구조로 객석이 있고 중앙 플로어에 댄스를 할 수 있는 극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무실에는 황금색 의자와 테이블과 ‘르느와르’의 진품 유화가 걸려 있었다.
‘레닌그라드’에서 ‘페테스브르크’로 바뀐 이 도시는 예수그리스도 제자 베드로와 바울의 러시아 발음으로 러시아 정교의 뿌리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인 도시 이미지는 맑고 깨끗하여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과 정원양식을 갖추고 있었다.
떠나기 전날 저녁에도 정통 러시아 발레극장에서 ‘숲 속의 잠자는 미녀’를 감상하는 기회를 가졌다.

2년 연속 IFLA 세계대회 참가
제32회(태국 방콕), 제33회(이태리 피렌체) IFLA대회 참가는 ‘한국조경학회’의 외면으로 부득이 조경사회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여 참가하게 되었다. 세계 IFLA대회는 개인 회원 중심의 단체이기 때문에 개인별 연회비와 참가비가 있어야 등록이 가능하다.
IFLA대회는 국가간 조경정보·기술의 교류는 물론 해외의 조경 명소를 답사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학계·업계는 물론 공무원들의 관심이 매우 커 대회의 지속적인 참가가 필요하다.
제33회 피렌체 대회는 이태리의 노단식 정원, 프랑스의 평면식 정원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자연경관을 답사할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대회였다.

세계 석학 초청 심포지엄 개최
한 해를 결산하는 한국조경사회의 추계 심포지엄은 7대 권오준 회장이 시작하여 3-4회를 내가 주관하였다.
1995년 추계 심포지엄은 ‘21세기를 향한 조경설계 분야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주제로 강원도 원주 화승 레스피아 리조트에서 1박2일의 일정으로 개최되었다.
97년 추계 국제 심포지엄은 ‘환경 친화적 단지조성 사례 연구’라는 주제로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1박2일의 일정으로 개최되었다.
국제대회를 덜컥 개최한다고 하고선 대회 비용과 초청 연사의 선정 등이 큰 난제였다.
모든 일이 그렇듯 선배·동료들의 협조와 헌신이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거금을 후원해 준 당시 한국토지공사의 이효계 사장을 수차례 방문하였고, 오휘영 교수께서 지원과 동행을 거듭해 주셨으며, 미국·독일·중국·일본 등의 석학들을 초청하는 데에는 오휘영·양병이 두 교수의 지원을 잊을 수가 없다.
이튿날은 ‘신화컨설팅’이 기본계획을 수립한 ‘일산호수공원’의 답사와 양병이 교수의 마무리 토론으로 무사히 국제 심포지엄을 마칠 수 있었다.
장내 상황과 외부인사 안내 등을 받아 워키토키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당시 한국토지공사 김기환 부장(현 LH공사 해외사업처장)의 날렵하고 순수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한경대와 학사학위 과정 운영
조경분야의 2년제 전문대를 나왔거나 유사학과 졸업 후 산업 및 관계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서울에 야간 학부제를 신설하여 산·관·학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조경공학사의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제도를 당시 안성산업대 김학범 교수의 주선과 열정으로 한국조경사회와 협력하여 강의실 제공 및 등록금 수수 등을 조경사회가 맡고, 학교는 강의·학사행정을 맡아 시작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입학하여 열정적으로 수학하고,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그야말로 주경야독·산학협동의 커다란 시금석이 되었다.

끝으로 본인의 재임기간 중 간사를 맡아 수고해 준 홍형순(현 중부대 교수)사장의 노고에 깊이 감사 드리며 도와 준 제8대 임원진과 신화컨설팅 직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유의열(제8대 (사)한국조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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