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가로수로 적합할까?

최근 몇 년사이 소나무를 가로수로 식재하는 지자체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경우 2007년부터 작년까지 2,044주를 식재해 관내 가로수 가운데 소나무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소나무를 가로수로 식재하는 지자체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로수로서 소나무의 적합성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흐름에 맞춰 (사)한국조경학회 조경식재연구회(회장 심우경)는 지난 26일 서울대 박물관 대강당에서 ‘소나무 식재 찬·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나무는 가로수로서의 적합성 여부를 떠나 철저한 기반조성과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식재이후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 반대-서울대 산림과학부 이경준 교수


‘소나무의 가로수 이용에 대한 수목생리학적 적합성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서울대 산림과학부 이경준 교수는 “소나무는 병충해가 많고, 공해에 약하다. 바람저항성과 겨울가뭄에도 약해 생리학적 요건으로 보면 가로수로서 적합성은 떨어진다”고 말한 뒤 “소나무를 가로수로 식재하면 안된다기보다 소나무 식재를 위해 배수를 철저히 하고, 장송 대신 작은 나무를 선택하고, 먼지세척 등 지속적인 관리가 뒤따르면 가능하다”며 식재 가능여부 보다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아아조경(주) 임재홍 전무이사는 ‘도심내 소나무 가로수를 심자 -서울도심내 소나무 가로수조성 성공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소나무의 가로수 식재에 찬성의견을 제시했다.

▲ 찬성-아아조경(주) 임재홍 전무이사


임재홍 전무이사는 “소나무는 상록수로 낙엽이후 삭막한 도심 가로환경 개선효과가 있으며, 피톤치드 발생으로 정신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또 우리 민족정서에 부합하며, 오존가스에 저항성이 강하다”며 “왜 안된다고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종로구 가희동길, 남대문로 처럼 소나무를 가로수로 식재해 성공한 곳이 많다. 배수시설을 철저히 하고, 지속적인 관리만 된다면 가로수로서 소나무는 훌륭한 수목”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선 상명대 김광두 겸임교수는 “제대로 기반을 조성한 후 제대로 굴취해서 심을 수 있는 자리에 심으면 된다. 다만 소나무는 건조 피해가 많고, 고여 있는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관리만 잘 하면 가로수로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한 뒤 “여름 장마가 끝나고 7-10일이 지난 후, 늦가을 땅이 얼기 전, 이듬해 땅이 녹은 직후에 각각 관수를 실시하면 소나무는 절대 죽지 않는다”며 소나무의 가로수 식재의 적합성을 주장했다. 

▲ 찬성-상명대 김광두 겸임교수

▲ 반대-강원대 박봉우 교수

 

 

 

 

 

 

 

 




이에 반해, 반대 측 토론자로 나선 강원대 조경학과 박봉우 교수는 “가로수는 그늘과 멋이 있어야 한다. 소나무는 녹음수로서 기능이 없다. 또 소나무의 멋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색 수간도 가로수로 식재된 후 5-10년이 지나면 수간이 검은색으로 변한다. 겨울에는 작은 소나무의 경우 염화칼슘의 피해가 심각하며, 무엇보다 관리측면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며 소나무의 가로수 식재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외에도 남산 가까운 곳이나 역사성을 지닌 지역이외에는 소나무를 무리하게 식재하지 말자는 의견과 겨울철 경관의 단조로움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가로수로 식재된 소나무에 대해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가로수로서 소나무 식재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이르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 심우경 조경식재연구회장
한편, 2005년과 2008년에 발생한 남부지방 소나무의 고사는 겨울철 기온상승과 건조에 원인이 있으며, 2040년 이후에 기후온난화로 우리나라에 소나무가 사라질 것이라는 어느 학자의 주장에 대해서도 소나무가 사라지게 되면 그 원인은 기후온난화의 문제가 아니라 식생의 천이문제와 사람의 간섭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경준 교수가 말했다.

토론회에 앞서 심우경 조경식재연구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소나무가 지나치게 유행하는 것은 아니냐? 라는 비판이 재기 되고 있다. 조경수 특히 가로수용으로 이용되는 소나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전문가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며 소나무 식재 찬반토론회 개최 배경에 대해 설명한 뒤 "조경식재연구회는 소나무 토론회를 시작으로 '수목하자' 등 사회적 쟁점들에 대해서도 논의 및 토론하는 등 한층 발전적인 연구회로 만들어갈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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