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종 중심으로 250여종 벽면에 식재
환경적ㆍ정서적ㆍ미적 효과 기대 이상
기술적 구연 ‘쉽다’ … 문제는 ‘디자인’


패트릭블랑(Patric Blanc) 씨의 자연 속 식물 사랑이 건축물 벽면까지 전해졌고 이는 기존 건축물에 예술성을 더해줬다. 단순했던 도시 건축물의 평면적 공간을 입체적 공간,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면서 식물을 자라나게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아 많은 나라와 지역의 자연을 돌아보며 연구해 왔다는 패트릭블랑 씨. 그의 연구 성과는 이미 다수의 건축물에 적용됐고 기술 뿐 아니라 예술성까지 인정받고 있다. 그의 손길이 닿은 건물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세계적인 박물관과 호텔, 백화점, 도로의 다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패트릭블랑 씨가 조성한 수직정원의 비결과 인공녹지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들어봤다.

수직정원(버티컬가든) 개념이 생소한데, 간략한 설명 부탁한다
수직정원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금속 테두리, PVC층 그리고 펠트(felt) 층이다. 금속 테두리는 벽에 걸려 있거나 자체적으로 서 있을 수 있다. 이는 열 및 소음 차단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1cm 두께의 PVC 판은 금속 테두리에 설치한다. 폴리아미드로 만들어진 펠트 층은 PVC에 꺾쇠로 고정한다. 펠트 층은 뿌리가 자라는 층으로 전체 구조에 강성을 제공하고 방수 역할을 해준다. 또한 펠트의 모세관 기능은 균일한 물 공급을 가능케 한다. 펠트 층으로 뿌리가 들어갈 수는 없다.
수직정원은 실외 뿐 아니라 실내 벽면과 기둥 등에도 설치될 수 있으며 주차장 같은 자연적인 조명이 없는 밀폐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프로젝트에 자생종을 포함해 총 250종 정도를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 더 적게 이용하기도 하고 유럽의 경우 1,000여 종류를 이용하기도 했다.

수직정원을 시작했던 계기는
나는 조경전문가는 아니다. 전공은 식물분야고 다양한 식물을 적용해 도시 내에 자연경관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해왔던 것이다. 사실 수직정원을 만드는 것이 원래의 목적은 아니었다. 10대부터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아쿠아룸’이다. ‘아쿠아룸’에 들어갈 수 있는 나무를 생각했고 하나하나 단계별로 많은 식물들을 심게 됐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확장됐다.
처음 작업은 1982년에 시작했던 파리 박물관이었고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많은 식물을 심었다. 또 평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문양과 색이 가능하도록 연출했다. 이후 다양한 작업들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여러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수직정원의 장점은 무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60억 인구가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고 자연과 교류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수직녹화와 같은 인공지반 녹화는 자연을 우리가 사는 곳에 불러들인 것이다. 이는 TV나 인터넷, 사진을 통해 접했던 것과는 다르다. 정서적인 안정뿐 아니라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자연과 산림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열섬 저감 효과와 유해물질 제거 등의 환경적 효과도 있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고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의 유해물질을 흡수한다. 또 축축한 판에는 식물이 더 잘 자라게 도와주는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이 산다. 박테리아가 살고 있는 수직정원은 습도조절력, 공기정화력을 향상시킨다. 단열효과, 소음방지 등의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이밖에도 화장실 등 생활오수와 빗물 등을 수직정원에 재활용할 수 있어 여러모로 인간에게 유용한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

설치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닌가, 유지보수비는 얼마나 드나
건물의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식물비용은 평방미터당 100유로 정도가 소요되고 식재 시 300~600유로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재료비보다는 인력비가 더 많이 든다. 또한 가정 내 수직정원은 목재플라스틱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 저렴하게 조성할 수 있다.
프랑스와 같은 특정 국가의 경우, 가격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프랑스는 녹지조성 등 환경적인 시설을 구축할 때 세제혜택이 있고 인력도 낮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지보수 공사는 1년에 3번 정도 진행한다. 비용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평방미터당 30~60유로의 비용이 소요된다. 만약 일부 식물 종을 바꾸고 싶을 경우에는 식물비용을 지불하면 보수 공사 시 다른 식물로 바꿔주는 작업을 해주기도 한다. 수직녹화의 청소는 크레인, 사다리, 곤돌라 등을 이용한다.

한국에 적용할 경우, 겨울철이 문제가 될 것 같다
기억하기로는 폴리탄으로 만든 파이프들은 겨울철에 적응을 잘하는 것으로 안다. 또 파이프 물이 넘게 될 경우, 파이프 밖으로 물이 방출될 때 자연스럽게 차단된다. 동결로 인한 파이프 파열 부분은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독일의 수직녹화도 진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서울 역시 독일만큼이나 춥다는 것은 경험해서 알고 있다. 문제는 어떤 종을 선택하느냐다.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낙엽이 떨어져 보기 좋지 않다. 하지만 겨울에도 녹색을 띄는 식물들이 있다. 이런 식물들을 찾아 사용하면 될 것이다.

벽면에 식재된 식물들이 벽에 해를 끼치지 않나
뿌리들이 벽 속 깊이 자랄 수 있다면 쉽게 벽에 손상을 입히고 결국 무너뜨릴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바로 앙코르 사원에서 발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표면에 수분이 제공된다면 식물 뿌리는 오직 표면에만 퍼지게 되고 내부 벽에는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토양 뿐 아니라 표면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물의 뿌리 능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토양 없이 구성하는 식물지지시스템은 매우 가볍기 때문에 크기와 높이에 관계 없이 어떠한 벽에도 적용될 수 있다.

벽면 녹화 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
어떤 종류의 식물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계획 전에 건축자와 건물소유주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또한 식물은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이용하돼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구성하고 건물외관 및 색, 주위환경 등과 매치되도록 해야 한다. 수직녹화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보다 디자인적인 면이 더욱 중요하다.
자연모습 그대로를 인공 환경에 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수직녹화는 재료가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 방법이 인공적인 것이다. 인공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자연을 얼마만큼 아름답게 재조성하느냐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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