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공원도시를 제의하며
오늘날 세계의 도시는 지구 기후변화, 생물종다양성, 수자원 등 모든 면에서 위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90%를 상한하는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도시는 싫든 좋든 간에 인류의 서식지로서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증대되고 있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도시화의 환경 속에서 조경분야는 특히, 도시와의 관계맺기에서 새로운 좌표를 찾아 떠나야 할 시점이 되었다. 나는 오늘 21세기 조경분야가 찾아갈 새로운 좌표로서 21세기형 새로운 비전의 ‘공원도시 이상’을 제의하고자 한다. 이것은 바로 이번 2009 IFLA APR의 주제이기도 한, 도시와 조경의 융합을 위한 실천전략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20세기의 신도시를 넘어 21세기 도시재생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조경의 미래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조경과 도시의 관계 생각
조경의 출발점으로서의 공원은 19세기 근대조경의 시작점으로 출발하여 19-20세기 후기 산업도시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녹색섬으로 기능하고, 또 도시민의 안식처로서 자리매김하여 왔다. 그러나 산업사회로부터 금세기 지식정보·창조사회로 진화하면서 우리 인간의 서식처인 도시는 과거의 신도시에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의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조경과 도시의 관계맺기 역시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부응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조경의 시작점으로서 또, 도시와의 관계맺기로 출현한 공원은 산업화의 결과로 나타난 도시가 인간의 정주환경으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이 인지되면서부터 출발하였다.

산업화시대의 공원은 존재하는 자연에 인간이 적응해 나가는 양상이 아니고, 자연이 결핍된 도시에 인위적 자연을 도입하고자 하는 자연인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출현하게 된 것이다. 바로 도시에서의 자연 결핍이 도시민의 공중보건 악화라는 환경적 문제와 노동생산성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제적 문제를 동시에 유발시킨 것이 그 직접적 동인이 된 것이다. 도시에서의 자연 결핍은 도시작동에 중대한 적신호로 인지되었던 것이다.

20세기 중후반까지 조경과 도시의 관계맺음은 한마디로 ‘분리’와 ‘단절’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었다. 도시는 강, 하천, 공원 등 자연으로부터 격리되는 곳이었고, 그 반대로 자연은 도시로부터 격리되는 녹색의 섬이었다. 도시화의 단계가 진행되면 될수록 도시는 점차 외연으로 확산되어 나갔고, 그럴수록 도시는 더욱더 자연과 고립되는 형국을 보여 왔다.

20세기까지 산업화 사회에 의해 형성된 도시와 자연의 관계에 대한 난제를 풀기 위해 바로 에벤에즈 하우워드의 정원도시 이상이 주창되었다. 그리고 그 실천적 수단이 바로 오늘날의 신도시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신도시는 여전히 도시와 자연의 관계맺기에서 자연과 도시의 분리와 단절의 맥락 속에 있고, 신도시 개발은 도시의 외연 확산 대신에 새로운 야생자연으로의 침입이라는 또다른 형태로 자연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은 결과적으로 도시열섬 효과에 의한 기후변화와 생물종 다양성의 훼손 등의 부작용을 유발시키는 직접적 동인이 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신도시로의 점진적이고 역동적 도시인구 이동은 기존 도시의 경제, 사회, 문화 등 기능쇠퇴를 가져와 도심공동화, 도시효율성 저하 등 심각한 새로운 도시문제를 유발시켰다.

산업화사회에서의 이상도시로서 에벤에즈 하우워드가 분리와 단절을 기저로 한 도시에 정원과 공원, 그린벨트를 도입하였다면, 나는 21세기 지식정보․창조사회의 새로운 도시이상으로서 ‘조경과 도시의 혼성과 융합에 의한 공원도시(Park City)’를 주창하고자 한다.

공원도시는 다음과 같은 개념으로 정의될 수 있다.
공원도시는 도시가 곧 공원의 형국이고, 또 공원이 곧 도시가 되는 형국이다. 과거의 도시 속의 점, 선 또는 면으로서의 공원, 또는 그린벨트와 같이 자연 속의 도시로서의 존재를 지양하고, 또 도시의 일상적 삶과의 분리 및 단절된 공원, 단순히 살아가는 장소로서의 도시를 넘어 도시와 공원의 혼성과 융합을 통한 창의적 문화형성에 의해 도시가 가치와 브랜드를 창출하는 창의도시가 되는 것이다.

또 공원이 공간적 기능의 분리와 단절을 넘어 도시와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도시, 공원이 시각적 녹색경관, 또는 생태적 기능을 넘어 문화로 융합되는 도시, 그럼으로써 종국적으로 도시 자체가 21세기 도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되는 도시 등의 다의적 개념으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원도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전략으로는

첫째, 기존의 콘크리트, 아스콘으로 뒤덮인 도시 판을 자연의 질서가 작동하는 생태 판(Surface of Ecology)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도시지역의 용적률, 높이, 건폐율 등에서부터 용도지역 등에 대한 전반적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렇게 전환된 도시 생태판은 다시 문화 판(Surface of Culture)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것은 자연의 생태와 예술, 음악, IT등 다양한 장르가 혼성되고 융합되어 경험의 경제가 작동됨을 의미한다.

셋째, 도시의 교통 및 도로, 철도 등 각종 인프라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도시의 생성과 진화, 문화를 수용하는 경관 인프라스트럭처로 구축되어야 한다. 예컨대 기존 도시철도 유휴부지의 생태공원화, 기존 고가도로 상판하부의 문화공간화, 도시도로의 공원화, 도시 보행공간의 입체적 문화공간화 등이 그것이다.

넷째, 도시 토지이용 및 구조물과 용도의 혼․융합화이다. 이것은 주거, 직장, 쇼핑, 웰빙, 자연, 문화, 레저와 레크레이션 등 모든 용도와 기능의 토지이용 및 시설이 하루 24시간의 이용의 개념으로의 입체적으로 혼․융합화되는 것이다.

다섯째, 도시내 이전적지의 혼․융합 공원화이다. 그 대표적 사례로는 쇠퇴된 도시지역을 공원과 교육, 산업 등을 혼․융합함으로써 지역을 재생한 프랑스 파리의 라빌레트 공원이 될 것이다.

여섯째, 도시하천 등 워터프론트의 공원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여기서 하천공간은 생물서식지 중심의 생태판으로서의 회복이 중요하며, 하천에 면한 수변공간은 공원과 각종 도시적 용도가 혼․융합된 새로운 유형의 도시용도 또는 지구로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일곱째, 공원도시 실천을 위한 이상의 전략은 특히 조경과 함께 도시, 건축, 토목 등 분야간 하이브리드화로서 시간의 경과와 변화, 진화를 유도하는 전략계획적 접근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상상력과 창의력에 의한 가치계획적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건축·토목 등 관련 분야와 공동 노력 필요
오늘 나는 21세기의 새로운 도시이상으로서 에벤에즈 하우워드가 주창한 정원도시를 넘어, ‘조경과 도시의 혼성과 융합을 통한 공원도시 이상’을 제의하였다.
‘공원도시 이상’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20세기적 국토 및 도시, 건축 관련제도, 행정, 관행, 기술 등 많은 부분에서 혁신적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도시, 건축, 토목 등 관련 전문인과 함께 우리의 미래도시를 위해 공원도시라는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고 공동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원도시'와 '공원도시'의 개념 비교

명칭

정원도시(Garden City)

공원도시(Park City)

주창자

에벤에저 하우워드
(영국)

조세환
(한국)

주창연도

1902년

2009년

시대적 환경

산업사회
(20세기)

지식정보·창조사회
(21세기)

실천적 수단

신도시

도시재생

특징

분리와 단절

혼성과 융합

핵심내용

도시에 정원과 공원, 그린벨트 도입

도시가 공원이고, 공원이 곧 도시
(조경과 도시의 혼성과 융합)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