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계 수장인 조세환 한국조경학회장이 국제적인 행사를 코앞에 두고 모 건설지 기고를 통해 국토해양부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각종 정책과정에서 ‘소통 단절’을 원인으로 꼽았으며, 해법으로는 국토해양부에 조경직 공무원 채용과 조경 담당조직의 신설을 제시한 것이다. 비단 어제오늘의 현안이 아니어서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새삼스럽지 않다.

‘녹색성장’이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분야 중 유일하게 생명과 녹색을 다루고 있는 조경계 수장의 이런 주장은 ‘콘크리트’로 상징되는 개발정책을 주도해 온 국토해양부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지금 인천에는 해외 유명 조경가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2009 인천 세계조경가협회 아시아태평양지역(IFLA APR)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세계 2위 수준의 한국조경계가 해외에서는 그 위상을 인정받고 눈부신 발전을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 기반을 찾을 수가 없는 오늘의 현실은 아이러니다. 정책에서 늘 소외되고 외면받는 상황에서 ‘세계잔치’를 벌여야 하는 처지는 비통하기만 하다.

국토해양부의 ‘소통없는 정책’ 원인으로 우리는 조경 전문인력 및 담당부서 부재를 꼽고 있다. 조경정책을 담당해야 할 중앙정부에 전문가가 없고 살펴주는 조직이 없으니 힘의 논리에 따라 늘 배제되는 것이다. 뒤늦게 조경공무원 직제는 신설되었지만, 채용소식은 몇 년째 감감하다.

조세환 회장은 “조경은 건축, 토목, 도시 등의 전문분야와 함께 국토 및 도시 전략에 녹색의 가치를 부여하고 제고할 수 있는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전문분야”라고 설명하며, 더 이상 소통하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 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대전환기를 맞아 국토해양부는 발상과 함께 시스템도 바꿀 때가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에도 제29회 세계조경가협회 총회를 서울과 경주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세계조경가들이 채택한 ‘IFLA 1992 경주선언’에는 ‘우리는 범지구적 환경문제에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조경의 균형 잡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지식과 기술과 정보와 태도의 상호교류를 더욱더 활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경가들은 17년 전부터 이미 지금과 같은 녹색성장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새로운 발상을 기대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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