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IFEZ 경관아카데미에서 강연하는 유현준 건축가

[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도심을 빽빽하게 채운 아파트숲이나, 빌딩숲은 삭막하고,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자연에서 보여주는 울창한 숲과 자연의 지형을 그대로 받아들여져 만들어진 옛 도시들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경관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 유현준 건축가는 ‘다양성’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 주최하는 2020년 IFEZ 경관아카데미가 12월 2일(수) 온라인 강연으로 진행됐다. 강연자로 초청받은 유현준 건축가는 ‘아름다운 경관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과거에는 도시경관을 결정하는 것이 기술과 재료였다. 하얀색 아름다운 산토리니 섬의 경관은 당시 토목기술의 한계 때문에 지형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그 지형에 맞춰 건물들의 모양은 다양해졌다. 하지만 구할 수 있는 건축재료가 석회석밖에 없었으므로 하얀색의 통일감을 갖출 수 있었다. 재료는 같지만 형태의 불규칙함을 통해 복잡하면서도 통일감 있는 아름다운 경관이 만들어졌다. 

유현준 건축가는 “적절한 불규칙성이 생기면 경관이 아름다워진다. 아파트의 경우라도 단지 내 여러 동을 쪼개 다양한 건축가들이 설계한다면 경관이 나아진다”고 말했다.

현대 도시의 경관이 삭막해진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는 ‘발코니 확장’을 꼽았다. 발코니는 화분을 놓거나 빨래를 널어 놓는 등 그 안의 삶의 모습들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하지만 발코니까지 실내공간으로 합치기 시작하면서 건물의 입면만 드러나는 닫힌 공간으로 변했다. ‘도시의 표정’이 없어진 것이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차별화된 고밀 주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폭이 넓고 윗집때문에 하늘이 가려지지 않는 발코니를 만들어야 한다. 유 건축가는 “2~3미터 이상으로 폭이 넓어 서로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발코니여야 한다. 또 하늘이 보여 비를 맞을 수 있는 공간이여야 한다.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자연과 접촉해야 하는지를 고려해 도시경관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 경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거 뿐만 아니라 공공의 공간에서 야외 공간을 잘 설계해야 한다. 특히, 1~2인 가구 증가와 함께 이들이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이 부족해지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공원이다. 뉴욕과 같은 경우는 평균 1km 거리를 사이에 두고 공원들이 계속해서 붙어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아주 큰 공원이 4km 마다 가야하는 거리에 띄엄띄엄 위치해있다. 유 건축가는 “직장 앞, 집 앞, 가까운 곳에 갈 수 있는 공원이 많아야 한다. 만 평짜리 공원 하나보다는 천 평짜리 공원 10개가 훨씬 낫다. 공간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쓰이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유현준 건축가는 선형의 기다란 공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꽉 차 보이는 서울의 땅에 공원을 만들 자리가 있을까? 이에 유현준 건축가는 서울에 버려지는 자투리 땅이 많아 이를 모으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낭비되는 땅을 모으면 공원을 모두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정방향의 땅으로 필지를 나누고 도로망 설계를 했던 탓에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유현준 건축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자율성이 주어진 곳이라는 점에서 혁신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LH에서 토지 분할을 하고 파는 순간 똑같은 도시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같은 방식으로 토지를 공급하고 짓기 때문이다. 그나마 송도처럼 자율이 주어진 곳이라면, 완전히 다른 형태의 아파트, 자동차 없이도 다니는 거리와 같이 새로운 혁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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