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순 칠자화 종묘농원 대표가 농장에서 18개월 재배한 칠자화 실생묘 높이를 재고 있다.
김덕순 칠자화 종묘농원 대표가 농장에서 실생묘로 키운 7년 수령의 높이 5m 칠자화 수간 직경을 재고 있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여름철 자스민향이 나는 흰 꽃을 잇따라 피우고 꽃이 진 후엔 녹색의 꽃받침이 붉게 변하는 칠자화. 아직 국내에는 조경수로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단풍 든 꽃받침이 여느 꽃 못지않게 아름다워 조경수로 손색 없다. 이미 북미를 비롯해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칠자화가 조경수로 각광받고 있다.

코스모스와 비슷한 씨앗의 생김새를 지닌 칠자화는 작은키나무의 속성수로, 그동안 씨앗으로 발아시키기 어려운 이유로 대부분 삽목으로 번식되고 있다. 그러나 삽목묘는 뿌리의 발근이 약하고 유모기에 옆으로 누워 자라는 습성으로 인해 지주를 세워 키워야 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번식이 어렵다는 칠자화 실생 육묘에 도전한 이는 퇴직 후 황혼기를 수목관리와 육묘에 바친 동산바치 김덕순 칠자화 종묘농원 대표다. 무엇보다 칠자화를 실생묘로 번식하면서 가로수로서 칠자화의 가능성을 판단했다.

김 대표는 “삽목묘에 비해 6년 정도 관리하면 5m 이상 자라게 돼 정원수나 공원수는 물론 가로수의 대체품으로 활용가능하다”고 확신하며, ‘칠자화 종자의 실생발아방법’으로 2015년 특허출원해 지난 2018년 특허등록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사업자등록을 마치며 칠자화 대량재배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약 3000여 제곱미터의 농장에는 씨로 발아시킨 수령 6년 이상 된 칠자화와 그 주변으로 지난해 봄 발아시킨 60㎝ 키의 칠자화 묘목 수백 주가 자라고 있다.

칠자화는 한반도 기후에 잘 적응할 뿐만 아니라 꿀벌이 감소하는 생태계에 필요한 밀원수다.

김 대표는 “칠자화는 8~9월 무밀기에 흰 꽃을 피우는 밀원수로 으뜸이며, 꽃받침의 붉은 단풍은 배롱나무를 연상케 해 양봉사업과 조경사업에 적극 권장되는 수종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칠자화를 재배하다보니 병충해가 없고 토양과 기후의 적응성이 좋을 뿐 아니라 겨울철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춘천에서도 끄떡없다. 어린 묘목은 얼음 속에서도 뿌리가 죽지 않는다. 전국재배가 가능함이 입증됐다”고 자신했다.

겨울철 칠자화의 마른 꽃받침
겨울철 칠자화의 마른 꽃받침
칠자화 씨앗과 파종한 칠자화
칠자화 씨앗과 파종한 칠자화 묘

김 대표는 그동안 삽목으로 번식돼온 칠자화가 실생묘로 번식하기 힘들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번식시킬 수 있다는 장점에 시간과 인내를 갖고 실생묘 대량번식을 용기 냈다.

그는 “충실한 종자, 온도·빛·습도 등 적절한 발아환경 조성” 등 7년간 연구해온 실생묘 재배법을 전하며, 무엇보다 칠자화 실생묘에 성공한 배경에 수목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인내력을 꼽았다. 이어 “싹을 트게 하려면 씨앗 특유의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자연 환경에선 일 년에 한번 발아하고 시설에서는 온도 등 환경을 조성해주면 일 년에 두 번에서 세 번까지 발아된다. 종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관리에 소홀하면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조급한 마음에 포기하면 안 된다”고 관리법을 설명하면서도 칠자화가 아직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쉬움을 전했다. 

공들여 키운 칠자화 판로에 애로를 겪으며 공공기관에 기증하려 했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았다. 회의 끝에 포기도 생각했으나 그동안 재배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나무인 칠자화 실생묘의 대량생산에 나선 것이다. 얼마 전 춘천시 산림과에서 가로수 대체품목으로서 칠자화 조사 차 농장을 방문했다. 올가을이면 가로수 식재 유무가 결정된다.

끝으로, 토종진달래에 몰입해 3년째 연구 중인 김 대표는 내년 토종흰진달래자연발아에 대한 특허등록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 진달래가 아름답고 특성도 좋다. 내년 즈음 육성한 진달래를 신품종 등록 예정이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세종자 발아법 등 오랜 기간 씨앗을 발아해 묘로 키운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교육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조경신문]

60cm로 자란 18개월 된 칠자화 실생묘.
60cm로 자란 18개월 된 칠자화 실생묘.
여름철 흰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붉은 색으로 물드는 칠자화
여름철 흰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붉은 색으로 물드는 칠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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