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서소문 역사공원 유감
[특별기고] 서소문 역사공원 유감
  • 지재호 기자
  • 승인 2019.11.26
  • 호수 5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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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일련의 공공공간 조성에 붙여서'
김한배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김한배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한국조경신문
김한배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한국조경신문

 

공원, 광장, 박물관 등을 포함하여 최근 서울시가 조성한 ‘잘생겼다 서울’의 장소들 대부분은 도시의 대표적 공공공간들이다. 공공공간이란 본질적으로 소유와 사용이 모든 공공시민에게 열려 있는 개방적, 기념적 공간으로 그 양과 질은 해당도시의 문화와 민주의 척도가 된다. 그러나 공원 중에서도 특히 ‘역사공원’이라는 매우 바람직한 제도가 오남용되고 있다는 것이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걱정거리이다. 근래 역사에 대한 관심과 개념이 확장되어 시대적으로는 근대까지, 대상으로는 개인이나 소수집단의 미시사까지 관심의 폭이 넓어지면서 역사적 자원을 기념하는 역사공원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 예측된다. 그러나 역사공원은 역사를 왜곡하거나 특정집단이 독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글에서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물론, 이글의 핵심은 종교의 교파적 논리에 있지 않고 어디까지나 공원을 통해 도시환경의 생명인 공공성을 증진시켜야 한다는데 있다. 2005년 공원녹지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주제공원 중 하나의 유형으로 생겨난 역사공원은 특이하게 종교시설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주제공원 중에, 특히 역사공원이나 문화공원은 (건축)시설면적 기준이 없어서 이 유형으로 지정되면, 기존의 녹지와 조경시설을 줄이고 성당이나 사찰역할을 하는 부대시설 면적을 많은 경우 몇 배나 증축하는 특혜를 받고, 공원은 무늬로만 남게 되어 제도적 허점으로 문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 경우가 용산구와 마포구의 기독교, 천주교 계통 역사공원들과 강남구의 불교 계통 역사공원 또한 유사한 경우로 심한 경우, 공원지정후 종교적 목적의 시설공간을 기존의 세배 가까이 증축하는 난개발의 사례들이 남발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관련 제도를 개정해야 할 향후과제를 절실히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본질적인 왜곡사례가 태동하였으니 바로 ‘서소문역사공원’이다. 이 공원이 입지한 장소는 조선시대 정치적 희생자였던 성삼문과 허균, 최시형 등을 비롯한 동학농민운동의 여러 거두들과 독립운동가, 천주교의 순교자들이 함께 처형당했던 민족사의 혁신적 기념장소로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공원이 천주교의 순교기념 공간화된다는 논의가 시작된 2014년부터 한겨레와 법보신문 등 여러 지면에 역사학자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박기사가 실리고 이에 반대하는 천도교, 불교도, 역사학계 등을 중심으로 하는 범국민대책위가 농성을 지속하기도 하였다. 요지는 종합적 역사평가를 통한 민족적 기념공간으로 역사공원을 조성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도세력은 모든 반대에도 무릅쓰고 조성을 추진하여 금년 6월 1일에 시민에 개방되면서 “결국 가톨릭 성지가 되고 말았다.”

역사공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시민들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역사적 장소자원과 공원성격 간의 공존과 상생이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공간시설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공원을 눌러버리면 역사도 공원도 죽는다. 주제가 공원 속에서 공원적으로 표현되어 공원과 하나가 되었을 때 역사도 살고 공원도 살며 만인이 이용하는 도시공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소문역사공원 지상부의 돌출벽체 ⓒ김한배 교수
서소문역사공원 지상부의 돌출벽체 ⓒ김한배 교수

 

 

 

순교기념관 하늘광장  ⓒ김한배 교수
순교기념관 하늘광장 ⓒ김한배 교수

 

서소문역사공원을 공원이 아닌 순교기념관이나 성당으로만 본다면 그 디자인은 매우 수준 높은 건축물이라고 본인 또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조성된 장소는 우선, 민족 전체의 역사를 특정 집단이 독점했고 그 공간조성의 방식도 공원이 아닌 건축물 위주로 조성됨으로써, 역사공원의 제도는 국유지에 거대 성당과 기념관을 자의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악용되었고 지상의 공원은 독자성이 없이 공허한 들러리 역할로 동원당함으로 해서, 공공공간의 공공성은 이중적으로 유린당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평일 오후에 두 번 방문하였을 때, 지상부 공원에 있던 방문객의 수는 지하의 종교시설 방문객의 1/10 이하의 수준이었다.

구체적으로 서소문역사공원은 공원 조성부지의 94%가 국유지이고 가톨릭의 소유지는 전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대지면적의 90%에 육박하는 면적을 건축면적으로 하여, 중구청을 중심으로 약 513억의 사업비를 들여 지하 3층의 건축공간의 천주교 순교기념시설과 성당기능 공간, 주차장들을 배치하였고, 공원은 이 건축물들을 형식적으로 포장하는 표피적인 옥상정원으로 남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옥상의 역사공원(?)에는 지하 건축시설들에서 올라온 톱라이트 박스와, 지하부에 선큰 기념공간인 진입광장과 하늘광장 양자들을 둘러싸는 거대한 벽체의 숭고미를 표현하기 위해 과장되게 높임으로서 지상부에 엉뚱한 모습으로 돌출된 거대한 구조물들이 산재하고 있었다. 결국 지상부의 공원은 이들 지상부로 돌출된 거대벽체들로 인하여 시야가 전체적으로 단절되고 차폐된 잔여부적, 배경적 요소로 전락하게 하였다. 역사공원의 용도와 공간형식의 양면으로 보아 이러한 공공공간의 전면적 사유화는 위헌적 소지마저 가지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이에 더해 서울에 최근 조성된 다양한 유형의 공공공간들 중에서 몇 가지를 더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 특히 최근 물의를 빚으며 지어진 ‘돈의문 박물관 마을(도시건축센터 포함)’의 조성과 혼란스러운 운영, 성공회 교회당 전면 ‘도시건축전시관’의 용도적합성 및 근경의 교회당 조망 차단 등 도시경관의 공공성을 흔드는 이러한 문제들은, 역사도심 공공공간 전반에 대한 보다 진지한 사고의 전환을 촉구하게 된다. 좀 더 멀리 보자면 경희궁의 복원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킨 ‘서울역사박물관’ 입지(2002) 재논의의 점화로부터, ‘서울로 7017’의 발전적 설계 보완 요구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의 논의방식 자체의 재연구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공공 공간에서 시민과 역사를 존중하는 정책목적과 논의과정의 신중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열린 시민사회를 지향하는 서울에서 모처럼 성황리에 ‘제2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끝낸 이 시점에 특히.

[한국조경신문]

 

시청에서 성공회성당을 가리는 도시건축전시관  ⓒ김한배 교수
시청에서 성공회성당을 가리는 도시건축전시관 ⓒ김한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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