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공원 10년, 길동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한 길동생태공원 10주년기념 워크샵이 지난 1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 4층강당에서 열렸다.


자연 그대로의 ‘생태’, 인간이 이용하기 위해 만든 ‘공원’
이 두 단어가 양립할 수 있을까? 아니, 서로 결합이 가능할까? 그런 고민을 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 ‘생태공원’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길동생태공원이 탄생한지 10주년을 맞이했다. 그 사이 생소한 명칭은 우리 주위에 흔한 이름으로 바뀌고 있었다.

서울시 녹지사업소(소장 오해영)는 지난 1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후생동강당에서 ‘생태공원 10년, 길동에서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워크샵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생태공원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사람의 간섭(관리)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생태와 공원에 대한 분명한 지향점을 선택해야 하며, 이를 위해 생태공원의 목적과 목표 설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그 밖에도 공공공간으로서 시민들에게 개방 확대, 전문직 공무원 도입, 인근 학교와 연계를 통한 프로그램 다양화, 다른 생태공원과 정보공유 등 다양한 개선의견이 제기됐다.

기조발표
‘길동생태공원 현 상태와 나아가야할 길’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에 나선 이경재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길동생태공원 조성 당시 식재했던 초본식물은 거의 도태되고 그 자리에 갈대와 억새가 들어서 있으며, 버드나무와 갈대군락의 확대로 저수 수면면적이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귀화 초본식물의 발생과 확산으로 자생식물 종자 이입이 어려워 생태적 천이 유도가 지연되고 있다”며 10년이 지난 길동생태공원에 대한 문제제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길동생태공원의 관리개선 방향에 대해 이 교수는 “우선 버드나무와 갈대군락으로 덮여있는 수면을 90%이상 노출시킬 수 있도록 식생을 제거하고 식생이 확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아까시아나무, 양버즘나무 등 외래식물은 정리가 필요하며, 지나치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식물종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농업지구는 방향성 설정이 필요하며, 인근 학교와 연계하여 학생, 학부모가 식재, 관리, 수확하는 방법도 강구해 볼 만하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관리적 측면에서도 “관리기구로서의 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며, 현재 순환직 시스템의 담당 공무원 제도를 전문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에 이어 이춘희 서울시 자연생태과장이 좌장을 맡고 조성관리, 정책, 프로그램, 시민참여 분야로 구분하여 11명의 지정토론자가 토론을 진행했다.

조성·관리분야

조동길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장은 “식물의 천이를 자연에 맡길 것인지 일정정도 인간이 간섭을 할 것인지 여부는 길동생태공원에 대한 목표 설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길동생태공원의 비전과 목표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그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협의체 구성을 통한 새로운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생태공원의 모델로 조성된 만큼 다른 생태공원과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인호 신구대 조경학과 교수는 “생태적 측면과 공원적 측면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 명확한 설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공공장소인 만큼 공원적 측면도 중요하므로 일정 정도의 간섭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태공원의 교과서로 자리잡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미흡하다. 따라서 전문CEO를 공모해서 경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분야

오해영 서울시 녹지사업소장은 “행정시스템의 부족, 모니터링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및 이용에 대한 부재 측면에서 공감한다”고 말하며 “생태공원의 특성상 전문직 공무원의 관리 필요성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선희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전문위원은 “생태공원으로서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하며,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조사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원은 시민들의 관심이 유지되어야 하므로 시민참여가 매우 중요하며, 시민후원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분야

송영은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길동생태공원에서 쌓아 온 노하우를 다른 생태공원과 공유하기 위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며 “학교 교육·실제 삶과의 연계성을 찾고 어떻게 참여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장상욱 자연나눔연구소장은 길동생태공원의 장점에 대해 “공공기관과 민간단체가 함께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고, 양성된 지도자들이 모든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목적과 목표 설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이제는 프로그램의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인 향상이 필요한 때가 됐다”며 “프로그램과 참가자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초등생 중심에서 벗어나 유아대상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참여분야

민여경 환경교육센터 사무국장은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말농장 같은 방식으로 개방이 필요하며, 인근학교나 주민센터 등과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시민, 자원봉사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모니터링과 어린이 모니터링 등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며, 홈페이지 활성화를 통해 시민참여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성희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활동팀장은 “길동생태공원 1기 자원봉사단으로 활동한 사람으로서 예약제, 행위제안 그리고 자원봉사단 활동은 매우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개발논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천호대로의 확장으로 길동공원이 축소된 상황은 아쉬움이 크다”며 “길동생태공원이 녹색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메카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병준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시민들은 참여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만, 정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라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근향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국장은 “길동생태공원 조성시 수립했던 조성목표와 장기비전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 평가해 봐야한다”고 전제한 뒤 “길동은 생태공원이지만 공공장소로서 공원의 기능도 중요하며, 공원으로서 가치와 기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동구 길동에 소재한 길동생태공원은 자연생태계의 생물들을 관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총 지난 99년에 148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8만㎡ 규모로 조성된 공원으로 습지지구, 산림지구, 농촌&초지지구, 저수지지구로 구성되어 있다. 생태공원의 기능유지를 위해 현재까지는 하루 200명으로 입장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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