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10주년 기념 학술대회 토론 모습   [사진 지재호 기자]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10주년 기념 학술대회 토론 모습 [사진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지난 2009년 6월 27일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지난달 28일(금)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궁능유적본부(본부장 나명하)가 주최하고 (사)한국조경학회(회장 이상석)가 주관한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10주년 기념 학술대회 성찰과 모색’을 주제로 발제 및 토론이 진행됐다.

학술대회에서 뜨겁게 쟁점화 된 키워드는 ‘공존과 복원’이다. 홍윤순 한경대 교수는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과 이종문화유산의 공존 및 활용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홍 교수는 창경궁과 19세기 서구근대건축의 신소재인 철과 유리가 20세기 초 우리나라에 도입돼 건축된 맥락을 잇는 국내 최초의 양식온실인 대온실, 한양도성과 옛 서울시장공관, 의릉과 옛 중앙정보부강당 등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 온 공동의 기억 또는 감성들에 대한 것들을 공존시키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는 유네스코가 지난 2011년 총회에서 권고한 역사도시경관에 관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된 것으로 ‘역사지역을 도시 전체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도시의 물리적 형태나 공간구조, 자연형태와 환경, 사회적 문화적 가치들을 고려해 보존할 것’을 강조한 부분인 것이다.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태릉과 강릉 사이에 위치한 태릉선수촌에 대해 태·강릉의 역사적 가치와 주변의 변화를 검토하고 선수촌시설의 현대사적, 사회적, 체육사적 가치를 고찰해야 한다. 여기에 태·강릉과 태릉선수촌 공존 가능성의 검토를 통해 가능하다면 공존과 활용방안을 강구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소현수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제는 근대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근·현대까지 내려올 것 같다.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성, 삶에서와 같은 이어짐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며 “제도적인 체계라고 하는 것이 마련돼 있느냐,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앞으로 필요할 것 같다고 본다”며 공존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임경희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관도 “태릉선수촌의 철거를 약속한 상태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기 때문에 약속 이행이 전제돼 있다. 다만 우리나라 내의 상황에 따라서 변동이 발생된다면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는 이를 결정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가 충분한 정보와 세계문화유산사무국인 세계문화유산센터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홍 교수가 제안한 공존과 활용에 관한 방안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힘을 실었다.

전진성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장도 “우리나라가 2009년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신청할 때 약속한 것처럼 복원에 대한 이행여부가 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 차원에서 먼저 합의가 이뤄진 후 복원계획이 수립된다면 세계문화유산위원회를 잘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종문화의 보존가능성에 대해서 더 치열하게 연구해야 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좌측부터) 기조강연을 한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이코모스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엄서호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명예교수, 이창환 상지영서대 도시조경인테리어학과 교수, 홍윤순 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김흥년 궁능유적본부 임업사무관 이상 발제자들    [사진 지재호 기자]
(좌측부터) 기조강연을 한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이코모스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엄서호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명예교수, 이창환 상지영서대 도시조경인테리어학과 교수, 홍윤순 한경대 조경학과 교수, 김흥년 궁능유적본부 임업사무관 이상 발제자들 [사진 지재호 기자]

 

이와는 반대로 공존의 개념보다는 복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원호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주변 인접국가 중에서 조상을 숭배하는 유교적인 자세가 문화로 남아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조선왕릉이 가져가야 할 중요한 키워드는 ‘조선의 유교문화와 관련된 효(孝), 한 왕조 같은 조상을 가진 가족끼리 배석되는 예(禮)’ 이런 것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사는 국민들이 조선왕릉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인식해야 하고 그 가치의 발견이나 관련 학술연구의 활발한 연구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윤순 교수는 “국민에 관해서는 조금 유보하더라도 (논란이 되고 있는) 태릉빙상장과 관련돼 김연아, 이상화, 영미킴 등 공간과 기억들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을까 생각된다”라며 “다양성 자체가 우리의 문화가 돼야 하지 않나 싶다. 경관적으로 서로 상충과 피해가 없고 최소화 될 수 있다면 기억되고 보존돼 후손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창환 교수는 “태릉이 10년을 버텼는데 또 다시 시작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아쉽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체육계와 싸우는 꼴이 됐는데 체육계가 태릉선수촌을 나가면서 3천억 원을 받아 진천에 새로 짓는 등 굉장한 이득을 가져갔다”면서 이제와 입장을 바꾸는 저의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신중할 것을 권하며 “국제적인 기준이 뭔지를 검토해 보고 보존이 우선인 만큼 복원을 해 놓고 나서 풀어가야 한다”면서 “문화재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원칙을 가지고 가야 한다.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임경희 연구관은 국제적인 기준은 세계문화유산에 있어서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문’ 하나만이 공신력을 가진다고 선을 그었다.

임 연구관은 기준이 있어서 어떤 것은 철거하고 어떤 것은 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을 말할 때는 ‘갈등이 곧 좋은 해결방법’인 만큼 토론과 설명, 그리고 논의하는 과정이지 기준을 들이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정리했다.

또한 모니터링과 관련해서도 “세계문화유산이 말하는 모니터링은 국가가 그 것을 얼마만큼 잘 지키고 있는가.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가 등 모니터링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지 그 주체에 누군가 들어가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허 권 몽골국제대 부총장이자 전 이코모스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은 2009년에 조성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까지의 과정을 회고하면서 지속가능 관광이라는 개념에서 커뮤니티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당시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밝혔다.

허 부총장은 “조선왕실은 삶과 죽음의 공간이고 세속적인 공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관광에 있어 커뮤니티에 대한 역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엄서호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명예교수는 조선왕릉의 장소성을 부각시켜 주변 마을과 연계 시켜야 할 것과 헌관이 될 수 있도록 해 로컬푸드를 결합한 제향음식을 만들어 문화를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김학범 한경대 조경학과 명예교수는 “여러 가지 이종문화유산과의 공존이냐, 적극적인 복원이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도 논의해야 될 문제라 본다”면서 “약속이행도 중요하지만 현재 이종문화유산과의 공존을 잘 극복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해야 될 일이 많은 것 같다”고 정리했다.

한편 학술대회에는 나명하 궁능유적본부 본부장을 비롯해 이상석 한국조경학회장, 성종상 한국조경학회 편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이자 이모코스한국위원회 부위원장이 ‘조선왕릉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활용’을 주제로 기조강연이 진행 된 후 엄서호 경기대 명예교수의 ‘세계유산 조선왕릉 관광커뮤니케이션 방안’,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10년의 평가와 성찰’, 홍윤순 한경대 교수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과 이종문화유산의 공존 및 활용방향’, 김흥년 궁능유적본부 임업사무관의 ‘조선왕릉 능제 복원 10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제가 이어졌다.

[한국조경신문]

 

(우측부터) 나명하 궁능유적본부 본부장, 이상석 한국조경학회장, 성종상 한국조경학회 편집위원장    [사진 지재호 기자]
(좌측부터) 나명하 궁능유적본부 본부장, 이상석 한국조경학회장, 성종상 한국조경학회 편집위원장 [사진 지재호 기자]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10주년 기념 학술대회 성료 후 기념촬영   [사진 지재호 기자]
조선왕릉 세계유산 등재 10주년 기념 학술대회 성료 후 기념촬영 [사진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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