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병을 더자이언트(주) 대표

[한국조경신문 임병을 대표] “사라진 숫자 1을 찾습니다. 언제 어디로 갔는지, 애초부터 있긴 있었는지 조차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안보여요.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필자가 계속 외치는 이야기다. 생산자든 시공사든 발주기관이든 만나면 ‘1’ 얘기를 한다. 꼭 숫자 ‘1’이라고만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는 ‘1’ 찾기이다.

‘OO시 가로수 집단 고사’, ‘아파트 조경수 집단 고사’,
‘수만그루 집단고사한 OO강’, ‘OO로 조경수, 식재 6개월 만에 흉물’

4차 산업혁명이란 소리가 일상에서 들리고 있는 우리의 발전된 삶에서, 왜 조경식재공사는 조경기술자 스스로가 말하듯 과거의 방식 그대로 머물러 있고, 시공사는 억울해야 하는 것일까? ‘1’이 없기 때문이라고 나는 강하게 확신한다. ‘1’ 하나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1’이 없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1’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갖자고 조경인들에게 요청드린다.

스마트폰으로 세계를 석권한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샤오미의 공동창업자 리완창은 이렇게 말했다.

“제품이 1이라면, 마케팅은 0입니다.”

10, 100, 10000과 같이 맨 앞에 1이 있어야만 그 뒤에 0이 붙을 때마다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그리고 1이 2, 3, 9로 높아진다면? 하지만 만약 맨 앞에 1과 같은 숫자가 없다면 아무리 0이 붙어도 그저 0에 불과하다.

우리 조경분야에서의 ‘1’은 무엇일까? 조경식재공사로 한정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첫째, 최종 완성품으로서 조경식재를 보자면 고객은 사용자(아파트 입주자, 녹지 이용 주민 등)가 될 것이다. 공급자(판매자)는 발주자가 된다. 그리고 제품이라면 바로 ‘조성된 조경공간(=녹지)’가 될텐데 여기서 조경식물의 고사, 하자가 발생하거나 주관적 판단기준에 따른 문제로 ‘제품의 품질 불만족’이 발생하고 있다.

둘째, 조경식재공사라는 업무 및 행위로서 보자면 고객은 공사 발주자가 될 것이다. 공급자는 시공회사이며 제품은 ‘준공된 조경식재현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간혹 시공불량 등의 사유로 재시공이나 보완을 하기도 하는데, 승인을 받은 이후에는 고객이 발주자에서 사용자로 이동된다고 볼 수 있겠다. 사용자가 하자나 기타 불만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면 발주자도 시공자에게 처리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조경식재공사 수행 직전 단계로 가보자면 조경식물과 각종 재료 구입이 필요할 것인데, 이때 고객은 재료를 구매하는 시공회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발주자 및 감리도 영향력 행사자가 되어 고객과 같은 효과를 낸다. 공급자는 조경수 등 재료를 납품하는 생산, 유통업체이며, 이때 제품은 조경수, 초화, 지주목, 비료 등이 된다. 이 중 조경수 반입시 품질이 불량해 반품되거나 준공 전 고사 혹은 준공 후 하자담보책임기간 중 고사로 인해 번거로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조경식재공사에서 금액으로나 중요도로 볼 때 비중이 높은 것이 조경수(교,관목)이며 특히 교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위 세 가지 관점에서 제품을 보면 제품의 형태는 조금 달라 보이지만 핵심 소재는 ‘조경수’로 압축된다. 조경수가 결국 조경식재공사에 관한 핵심 제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핵심제품인 조경수가 그렇게 애타게 찾던 그 ‘1’인 것이다. 그리고 시공을 잘하거나 조경공간의 품격을 홍보하는 것은 제품에 가치를 더해주는 ‘0’이다. 유명한 건축가, 조경가가 설계한 녹지라거나 계절별 꽃이 화려한 조경공간이라고 아무리 홍보해도 우리의 ‘1’인 조경수가 부실하다면 그것은 ‘0’에 불과할 뿐이다.

필자는 한 발주기관의 조경담당으로 취직한 사회 초년병으로서 가장 의아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조경식재공사하는 분들이 왜 나무를 이렇게 함부로 다루고, 생리나 병해충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 조경수를 검증하거나 좀 더 명확하게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왜 없는 걸까?”

감독관 주관으로 나무 품질을 판단해야 했고, 조달청 규정과 조경설계기준 및 시방서에 있는 조경수 기준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무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하기 조심스러운 음지가 있다고들 선배 조경인들은 말하기도 했다.

어떻게 우리 조경수를 비롯한 제품의 품질을 잡아야 할까? 한 예로, 현대/기아자동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려는 협력사들은 SQ(Supplier-Quality)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2, 3차 협력업체가 납품하는 기초부품의 품질향상과 관리를 위한 것인데, 이를 조경식재공사에 빗대보자면 1차 협력사는 건설사 및 조경식재공사업체라 볼 수 있을 것이고 2, 3차 협력사는 조경수 및 기타 재료를 납품하는 회사일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협력업체들이 SQ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SQ인증평가원을 별도로 양성하여 협력사를 지원하고 컨설팅한다.

우리도 수요기관인 발주기관에서 조경수 품질관리를 위한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이미 전문성이 있는 조경수 전문가에게 인증 및 지도를 위탁하여 조경수가 점진적으로 최적의 품질이 확보된 제품으로서 도입되도록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상대적으로 열악한 생산농가, 중소기업에게 먼저 만들어내라고 하거나 만들어 낸 것을 평가만 하려는 것보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조경수 재배, 생산, 납품은 조경일까 아닐까?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조경수 생산농가들은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농업도 임업도 조경업도 아닌 이상한 처지에 놓여있는 게 조경수 생산자들이다. 조경식재공사의 가장 핵심 제품인 조경수를 놓치고 있는 것은 조경식재공사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므로 우리가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챙겨야만 한다.

갈 곳 없이 떠돌고 있는 우리의 1을 찾고, 그 1에게 큰 관심을 기울여 차츰 2가 되고 5가 되고 9가 되게 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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