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층 버스가 DDP를 돌아 을지로 방향으로 빠져나간다. 높아진 시선에서 바라 본 도시는 그토록 익숙하게 봐 왔던 건물이 아니었다. 분명 외국에서 느끼는 감성이 분명했다.

그랬다. 맑은 날보다 미세먼지로 가득 둘러싸인 서울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긍정보다 부정적인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주말이면 서울을 떠나기 위해 계획을 만들어야 했고 언제나 지방으로 눈을 돌렸다.

가까운 곳으로 떠나기 위한 계획. 이 말에는 편견이 있다. ‘서울에는 갈 곳이 없다’라는. 얼마나 무지한 생각인지에 대해 자문해 보자. 서울시티투어버스가 그 답을 제시해 준다.

 

가을이 왔고, 바뀐 계절은 주말에 몸을 그냥 두게 만들지 않는다. 뒤척일 때마다 게으름이 뚝뚝 떨어진다. 서울에서 살면서 항상 가까이 놀러갈 만한 곳 없나? 라고 고민만 한다.

서울시티투어버스를 선택한다. 인터넷으로 고민 없이 자판을 두드리며 어디를 갈 것인지를 검색해 보니 관심 가는 곳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버스를 타고 돌기만 해도 되고, 내려서 걷다가 다시 올라타도 되니 은근히 재미가 발동한다.

▲ 레드라인이라 불리는 전통문화코스를 순환하는 버스의 지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DDP에서 일부러 2층이 뚫린 투어버스를 골라 탄다. 아무래도 이국적인 감흥을 느끼고 싶은 충동을 채우려면 그렇게 하는 게 진리일 것이다. 참고로 서울시티투어버스는 두 개의 기업이 운영되고 있어 헛갈릴 수 있으니 잘 살펴보시길.

 

2층 버스가 DDP를 돌아 을지로 방향으로 빠져나간다. 높아진 시선에서 바라 본 도시는 그토록 익숙하게 봐 왔던 건물이 아니었다. 분명 외국에서 느끼는 감성이 분명했다.

시선의 위치가 바뀌면 익숙하던 모든 사물도 사람도 달리 보인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여유가 생긴다. 서울에서 느끼는 여유는 더욱 특별할 수 있다. 죽기 살기로 경쟁만하는 현대인들은 주말이나 휴가 때가 되면 도시를 벗어나려 애쓴다. 하지만 작은 감동은 새로운 활력을 심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서울에서 그러한 짜릿함과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꼭 공기 좋은 곳을 찾아야만 힐링이 된다는 편견은 지워도 된다.

전통문화 코스를 순환하는 버스는 을지로를 따라 을지로 입구, 통인시장, 남대문시장, 서울역, 인사동, 광장시장, 서울풍물시장을 끝으로 다시 DDP 앞에 정차한다.

▲ 지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따라 느낌의 깊이는 분명 다르게 전달된다.

서울시티투어 2층 버스는 지붕이 없는 것과 있는 것으로 나뉘어 운행되고 있다. 시간 간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확인하고 탑승하면 된다. 아울러 탑승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꼭 직원에게 문의할 필요는 없다.

세계적인 스타들 밀랍인형이 전시된 그레뱅뮤지엄은 쿠팡에서 미리 패키지로 구입해서 들어가면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도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통인시장하면 기름떡볶이와 엽전 도시락으로 유명하다. 다만 기름떡볶이 집이 몇 곳이 있기 때문에 어디가 원조인지는 잘 모르겠다. 엽전 도시락은 오후 4시가 되면 운영이 안 되니 꼭 시간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덕수궁은 고종이 승하할 때까지 지낸 곳이다. 정국이 뒤숭숭하던 조선 말기 무렵 개화 이후 물밀 듯 들어온 서구 열강들의 조선에 대한 이권 다툼이 치열한 혼란의 시기 속에서 덕수궁은 처절했던 아픔을 담고 있는 곳이다. 사진의 중화전은 궁궐의 위용을 갖추어 중층으로 지었으나 1904년 큰 불이 난 뒤 다시 지으면서 단층으로 축소되어 건축됐다.

석조전은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서양식 건축물로 지난 1910년에 완공되었다. 총 3개층으로 지층은 주방, 창고 등이 있고, 1층은 황제를 만나는 접견실과 식당이 있다. 2층은 황제의 침실과 서재가 있다. 1919년 고종의 승하 후 덕수궁이 훼손된 상황에서 일본이 미술관으로 사용하는 등 일본의 침탈은 극에 달했다.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에서는 하루 3회 수문장 교대식이 열린다. 정확한 시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얻어걸려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교대식 시간은 오전 11시와 오후 2시, 오후 3시30분에 약 15분 정도 진행된다.

명동에서는 쇼핑을 즐길 게 아니라면 오히려 간단한 먹을거리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다. 요즘들어서는 요우커들이 많아서 그런지 쭈꾸미에서 오징어와 문어 숙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생겨나고 있어 주변에서 쉽게 먹어볼 수 없는 것들을 접할 수 있다.

광화문 광장은 역시나 서울의 중심 광장답게 주말 저녁이면 화려한 불빛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생동감이 넘치고 바쁜 현대인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빛으로 인한 공해는 피로도를 높이는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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