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이 조성된지 10년이 지났다. 서울숲은 다른 도시공원과 탄생 배경이 남다른 공원이다.

뚝섬 서울경마장이었던 서울숲 부지는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전되자 서울시 개발계획의 집중적 관리대상이 되면서 정치권의 개발 방향에 따라 다목적 슈퍼돔구장과 컨벤션센터, 국제첨단업무단지, 복합문화관광타운 등의 계획이 수시로 바뀌는 동네 북 신세가 됐다. 그러던 중 민선 3기(이명박 시장)에 이르러 녹지공간이 절대로 부족한 동북부지역에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공원조성을 하게 됐다. 이 결정과정은 (사)생명의숲 국민운동과 (재)서울그린트러스트가 뚝섬을 도시공원으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여 '생활녹지 100만평 확대계획'을 수립한 것에 기인한다.

서울숲은 국제현상공모를 거쳐 1년 5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공사를 해서 2005년에 개장했다. 워낙 짧은 공기이거니와 공사를 하면서 보상업무까지 겹치다보니 실제 공사기간은 예정 공기의 절반밖에 주어지지 못했다.

발주처와 무리하게 계약된 공기 때문에 원도급업체는 밤낮으로 돌관공사를 하느라 원가개념은 없었고 애꿎은 협력업체는 정산이 안 되는 공사비의 과다 투입으로 큰 상처를 입는 부작용을 낳았다. 공사감리측에서 서울숲 조성공사가 악몽이었다는 표현을 할 정도였다는 후문은 당시의 어려운 환경을 대변해준다. 앞으로도 이렇게 무식하고 무모한 공사 계획과 집행은 반드시 지양해야하는 요소다.

서울숲이 개장하면서 주말이면 10만이 넘는 방문객이 운집했는데 그만큼 서울 동북부지역 뿐만아니라 서울시민들이 공원녹지에 목말라했다는 증거였다. 서울숲 관리주체는 공원관리보다 이용객의 안전관리에 급급했고 공원이용문화에 대한 미성숙된 시민의식으로 서울숲은 아수라장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을 찾은 서울숲은 나비정원과 어린이 시설 등이 확충되고 물순환시스템도 보완되었으며 시민참여와 시민참여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새로운 공원관리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서울숲은 조성과정에서 계획된 시공과 관리가 여러가지 원인으로 변형됐다. 서울 그린트러스트가 공원관리에서 담당하기로 했던 임무가 둔갑됐다. 당초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공원운영을 하기로 했으나 제도적 장치의 미흡으로 시민운동 공원운영이 공개경쟁을 통한 입찰이라는 형식으로 바뀌면서 협력체계가 아닌 갑과 을의 관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한민국 조경의 최고 전문가는 발주처의 기관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비전문 단체장의 개인적 기호는 설계 개념을 뛰어넘는다는 웃픈 현상이 어김없이 서울숲에도 찾아왔다. 당초에 사슴 1쌍과 노루 1쌍, 고라니 2쌍 등 총 8마리로 계획된 생태숲의 동물방사는 사슴을 좋아하는 단체장의 지시였는지 모르지만 100마리의 사슴이 도입되어 생태숲은 과밀된 사슴들의 생존 경쟁으로 금방 파괴되고 말았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숲은 도심의 도시공원으로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생겨났다. 정답이 없는 행정과 시민의 공존은 아직 실험장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서울숲의 탄생은 주변지역 변화를 이끌어 냈다. 성수동이라는 평범한 동네가 문화와 정서가 흐르는 곳이 됐고 서울 어디에도 없는 다양성과 잠재력이 흐르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처럼 서울을 대표하는 숲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과 서울숲 이용객과 자원봉사 단체인 서울숲사랑모임 및 성수동 주민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도시공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10년 후에 서울숲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야하고 어떤 구실을 하게될까 생각해보았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조성될 당시에 공원조성계획이 발표되자 무지막지한 반대에 부닥쳤다. 맨해튼의 알짜배기 땅에 건물을 지으면 많은 수익이 발생할 텐데 쓸데없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제 정신이 아니다 라는 말에 설계자인 옴스테드는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고 설득을 했고 지금의 센트럴파크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시민들의 정신병을 치유하고 힐링하는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성수동 서울숲도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치유와 힐링의 장소로 거듭나려면 바람직한 계획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애초에 계획했던 승마장 이전부지와 정수장 통합으로 문화의 공간으로 확대 개편이 필요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공원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반드시 행정과 시민 그리고 기업의 협업이 있어야한다고 본다.

앞으로 10년 후에 서울숲에서 지난 20년을 반성하고 회고하면서 앞으로 20년을 이야기할 때 훌륭한 녹색문화공간이 수행하는 임무가 시민들 삶의 질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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