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성수동 동네 꽃축제는 비가 내리는 날에 열려 거리 행사는 하지 못했다.

지난 10일 스스로 사소하다고 강조하는 동네 꽃축제 현장을 가봤다. 애초 서울숲길 일대에서 소박하게 열릴 예정이었던 축제는 하필 그날 내린 비로 더욱 소소해졌다. 원래 골목길 일대에 좌판을 깔 예정이었지만 당일 오전부터 주룩주룩 내린 비를 피해 사람들로 가득찬, 활짝 열린 대문 사이의 널따란 단독주택 마당으로 들어왔다.

서울숲길 27번가 주택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서울그린트러스트 녹색공유센터가 임대해 있는 곳이다. 꽃 카터를 스쳐지나 마당 안으로 첫발을 디디니 27번가 꽃시장이라는 작은 현수막부터 지난 꽃축제 사진 등이 아기자기하게 붙어있다. 좌판은 네 다섯 개가 보인다. 꽃향기가 마당을 가득 에워싼 듯 코끝이 향긋하다.

2013년 ‘가을, 안녕? 성수동!’이라는 인사를 시작으로 개최한 성수동 동네 꽃축제는 ‘각자 만드는 모두의 축제’를 희망한다. 또 그것이 성수동에서 즐겁게 사는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일상 속 초록을 꿈꾸는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성수동 사람들 간의 만남을 희망하며 만든 축제. 3회를 맞는 올해, 이들의 바람은 통했을까? 먼저 동네꽃축제 관계자 얘기를 들어봤다. 이런 저런 질문에 답해 준 이는 이한아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국장. 궁금한 것 등을 질문했다.

3회를 맞았다. 그간을 돌아본다면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서울숲을 운영하잖아요? 서울숲하고 이웃 동네랑 소통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했다. 서울숲과 동네의 연결고리들을 찾아 동네가 서울숲으로 들어가는, 혹은 서울숲이 동네를 통해 확장되는 그런 공간을 그리며 꽃축제를 열었다. 처음부터 우리가 주도해서 가는 것보단 여기 있는 단체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축제를 생각했다. 꽃이나 나무가 사람한테 주는 편안함이 있다. 그런 요소들이 굉장히 크다 보니 호응도 더 컸던 것 같다.

뭐가 달라졌는지

성수동 주민한테 인사하는 오프닝 시기였던 1회는 홍보 등에 신경을 썼다. 골목길 정원도 조성하고, 벽화도 그리면서 주변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꼈다. 기획사처럼 차려놓고 손님 대하듯 오라고 하는 대신, 한 일 년 동안 계속 찾아다니면서 만나고 귀 기울여 듣는 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은 것 같다. 지난해에는 녹색공유센터 주변으로 건너편까지 공간을 확대했다. 2회까지는 관에서 예산을 지원받았다면, 3회는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우리만의 예산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꽃을 파는 셀러들을 모집하는 것도 이웃 상가와 주민들을 중심으로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여 중이다. 27번가 꽃시장으로 변모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주민이 직접 키운 식물을 가져와 팔고 나누고 공유하는 27번가 꽃시장은 이날을 비롯해 올해 딱 2번 열렸는데 호응이 좋다. 회를 거듭할수록 언제 축제하느냐고 물어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이웃 찻집에서는 축제기간 꽃 아이템을 활용한 이벤트를 열며 분위기를 돋우기도 한다. 여기 안에 있는 꽃들도 주민들이 다 갖고 온 거다. 성수동 안에는 우리와 비슷한 단체들도 많다. 힘나는 요소들이다.

꽃축제는 지속가능한 건가

그럴 예정이다. 다만, 혹여 내년엔 저희가 빠지더라도 지속가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른 곳으로 단체를 옮기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 우리는 아무래도 단체다보니 우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더라도 27번가 성수동 주민들이 알아서 축제를 열고 꽃시장을 열었으면 하는 바람, 또 그럴 거로 기대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하느냐는 얘기와 대안을 묻자) 성동구청이 조례 등을 추진했지만, 이미 시작돼서 제어하기 어려운 것 같다….

▲ 꽃을 사러 온 성수동 신혼부부가 값을 치르고 있다.

수집정원 사람들의 바람,
계속 퍼져나갈 수 있을까

다소 씁쓸한 얘기를 곱씹는 동안 한편에서는 “꽃 사세요”라는 우렁찬 소리가 들린다. 그린트러스트와 한 둥지를 틀고 사는 박상규 그린플러스 대표 목소리다. 박 대표는 텃밭테이블 위 주민이 기증한 화분들을 파느라 여념이 없다. 잘 팔리지 않는다며 앓는 소리를 하지만 표정은 싱글벙글. 마당을 채운 꽃들 좀 소개해달라고 하니 더 잘 아는 친구가 있다며 머리 위 초록 잎사귀를 꽂은 이를 가리킨다. 이우향 서울그린트러스트 코디네이터다. 이 코디네이터는 막 화분 값을 치룬 젊은 동네주민에게 물주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신혼부부인 박지혜씨와 고종식씨는 “젊은 사람들이 참여할 공간이 없었는데 이렇게 꽃축제가 열려 좋다”며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무를 심는 단체인 만큼 그린트러스트 사람들이 꾸민 정원은 야무진 식물들로 채워졌다. 이 코디네이터의 설명에 따르면 가든 이름은 활동가들이 직접 생물의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쉽게 볼 수 없는 식물을 수집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수집정원으로 불린다. 현재 136여 종을 심었다고 하는, 올해는 이 식물들을 공유해 동네 멀리 퍼져나가게끔 하는 게 목표란다. 가드닝 포인트는 3색 정원이 함께 있는 거다. 성수동 주민 셰프한테 분양한 채소정원은 아스파라거스, 꽃앵두, 바질, 치커리 등이 심겨있고 청소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햇빛이 잘 드는 양지 정원에는 감나무, 라일락, 단풍나무, 벌개미취 등이 있고, 음지 정원에는 황금회화나무, 슈케라 등이 자라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을 주민들과 함께 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예전엔 이곳이 성수동에서 제일 큰 단독주택이었대요. 해서 이 집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항상 닫혀 있었나봐요. 헌데 우리가 이사와 문을 열어두고 담장에 창을 내면서 주민들의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고 하더라고요.”

이 코디네이터는 그러면서 “성수동 게릴라 가드닝 등을 열면서 교류를 꾸준히 넓히고 있다”며 “무슨 꽃인지 이름을 물어오며 자연스레 놀러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커피 드실 분?”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두리번거리는 이는 이희향 성동구청 도시계획과 도시재생팀장. 엉겁결에 커피를 받아들고 참가 소감을 물으니 “꽃을 주고받는다는 게 신기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찾아오는 주민도 맞이하는 이들의 표정이 한 결같이 좋다”며 “규모는 작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이런 준비의 장이 많이 열렸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정진규 성동구청 도시계획과 성수도시재생지원센터 주무관은 “이번에 판 꽃들에 대한 수익금은 그린트러스트가 추진 중인 녹색골목길 조성에 기부할 예정”이라며 “도시재생 주민참여단이 꽃, 빈 화분 등을 기부해줬다. 그렇게 모아진 게 30여 개”라고 자랑했다.

꽃축제에 커피를 지원해주는 곳은 옆집 ‘오고가게’. 그린플러스에서 운영 중인 ‘오고가게’는 도시농업 부자재 및 특산물 등 농촌의 질 좋은 소량의 상품을 도시에 소개해주는 교량자 역할을 하고 있다. 가게 안을 지키는 이는 김석주 그린플러스 매니저다. 얼마 전 황칠나무를 새로 들여왔다는 것부터 어느 할아버지가 호두나무를 맡기고 팔아달라고 했다는 얘기부터 상점 안 물건들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재밌게 설명해준다. 산으로 가는 화제를 뒤로하고 그린트러스트가 주최하는 꽃축제의 지속가능성 여부를 던졌다. 잘 모른다면서도 그린트러스트 계약기간이 1~2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젠트리피케이션 등 터전을 옮겨야 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지금과 같은 꽃축제 등은 어렵게 되지 않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불투명한 시선을 보인 이는 김 매니저뿐만이 아니었다.

박상규 대표는 앞서 “조례 제정 등의 움직임도 있지만 강력한 규제가 아닌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이곳에선 세가 올라가고 있다. 건물주는 꿈쩍도 안 한다”며 냉소했다. 이어 “성수동 27번가 꽃시장이 지속가능해지려면 마을 안에서 주민과 함께 부대껴야 한다”며 “그런 거점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민간 조직이 필요하다. 나무 심기 행사를 했다고 치면 숲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행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듯 민간조직이 활성화할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그린트러스트 녹색공유센터 수집정원
▲ 수집정원을 돌보는 이우향 그린트러스트 코디네이터
▲ 박상규 그린플러스 대표도 성수동 꽃축제에 참여해 이웃이 기부한 꽃을 대신 팔고 있다.
▲ 3회째 맞는 성수동 꽃축제는 그린트러스트 마당에서 열렸다.
▲ 이한아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국장이 한 작은 화분을 가리키고 있다.
▲ 성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도 꽃축제에 참여했다.
▲ 이웃주민들이 성수동 동네 꽃축제 꽃카터를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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