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덕석 (K-water 시화본부 도시경관팀장)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이할 때다. 반팔 차림을 할 것인가? 반팔에 재킷 혹은 긴팔을 입을 것인가? 요즘의 아침은 짧은 순간이나마 평소 하지 않는 갈등을 하게 한다. 평년 같으면 지난 여름 저수지 밑바닥을 드러낼 정도의 극심한 가뭄도 이제 추억조차 되지 않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정서이지만 지금 한국은 여전히 그 가뭄의 한가운데에 있고 그것도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말라버린 임실 옥정호 붕어섬’(한국일보 9/21) ‘건조한 가을 전남 용수 공급 비상’(전남일보 9/21) ‘바닥보인 보령댐... 제한급수 비상담화문 발표’(충청투데이 9/18) 등…. 위 제목은 K-water가 주목하는 주요 뉴스 제목이다. 최근 가을의 부족한 강수량은 내년 봄철 가뭄 걱정까지 연결된다.

생명이 살아 숨쉬고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성으로 손꼽히는 행성이 지구인 것은 지구가 물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14억k㎥이며, 이 중 담수는 2.5%로서 지구 전체를 약70cm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담수 중 빙설, 지하수 등을 제외한 비교적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담수호수 또는 하천수는 전체 물의 0.01%이하로서 지구 전체를 약23cm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 세기에 인구는 두 배로 증가한 반면 물 사용은 6배나 늘었고, 급속한 도시화, 인구집중,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이 세계적 물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Renewable Water Resources)은 국토 면적에 떨어지는 연간 강수량 중 증발산 등의 손실을 제외한 유출량을 인구 수로 나눈 값으로 국가별 기본적인 수자원 여건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이다.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 1위 국가는 아이슬란드로서 57만8818㎥이며, 우리나라는 1453㎥으로 세계 153개국 중 129위, 물스트레스국가로 분류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74mm로 세계평균의 1.6배이고 수자원총량은 1349억㎥/년 이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연강수 총량은 연간 2660㎥로 세계 평균 1만6427㎥의 약1/6에 불과하다. 이는 강수량은 풍부하나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어 수자원 여건이 아주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아프리카 일부 국가가 물풍족 국가 임에도 불구하고 물부족을 겪고 있는 것은 수자원 이용시설을 확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 중 74%는 홍수기에 편중되는 특성이 있고 가뭄 때에는 강수량이 줄어들어 최대 가뭄상황에서는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평년의 45% 수준으로 대폭 하락한다. 물 이용량의 증가와 함께 가뭄 때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의 부족이 물 부족의 근본 원인이며, 계절별로 편중된 수자원 분포특성은 물부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 일환으로 대체수자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체수자원이란 하천수, 저수지, 댐, 지하수 등 일반적으로 쉽게 이용이 가능한 수자원 이외의 수자원으로 해수담수화, 지하수댐, 중수도, 빗물이용, 인공강우, 녹색댐, 강변여과, 해양심층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조경분야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빗물이용과 녹색댐이라고 생각한다.

빗물관리 측면에서 기존의 도시관리는 내수배제 위주의 치수정책과 이수정책으로 다양한 수원의 분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빗물관리는 이수목적의 빗물 이용뿐만 아니라 치수목적의 저류용량 확보, 빗물의 지하침투, 옥상녹화, 생태정원 등의 조성으로 도시 내 물과 에너지 순환을 회복하는 일련의 관리 방안이다. 빗물 이용은 평상시 지표수, 지하수에 대한 의존을 경감해 수원의 보존이나 수리안전도의 향상과 함께 절수의식의 향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한정된 수자원을 유효하게 활용함으로써 가뭄에 강한 도시형성에 도움을 주고 도시지역 홍수 때 내수배제와 도시하천의 건천화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과 ‘도시공원 내 저류시설의 설치운영 지침’ 등에서는 주로 도로, 공원, 광장 등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빗물 저류 및 침투시설의 기준 및 운영을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골프장 물사용량 중 빗물사용량을 규정하고 파주시의 경우에는 빗물사용에 따라 수도요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을 시행하는 등 여러 지자체는 각종 조례를 통해 빗물관리 시설의 설치확대 및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빗물 활용이 점점 강조되고 있음을 양지하고 조경분야에서도 저류조 등을 통해 빗물을 모으고 모인 빗물을 활용하여 공원 수경시설에 활용하는 방안, 이를 재활용한 공원 청소용수, 수목관수 용수 등 공원유지관리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모색단계를 넘어 이제는 적극 도입·시행해야 하겠다.

빗물관리와 함께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법은 저영향개발(LID ; Low Impact Development)이다. 저영향개발은 유역개발에 따른 환경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왜곡된 물순환 쳬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침투, 저류 등 자연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요소기술(식생수로, 빗물정원, 습지 등)을 적용하여 개발 전 본래의 자연적 물순환 상태에 가깝도록 하는 최신 물관리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조경분야에서 적극 도입하고 있는 잔디수로, 침투측구, 투수성 포장, 옥상녹화, 습지 등은 저류, 침투, 여과, 증발산 등의 기작을 통해 지역 내 물순환에 기여하고 녹지공간 조성으로 유역 내 유출계수의 감소를 가져오는 등 긍정적인 효과는 아주 고무적이다. 이는 도시열섬을 완화하고, 공원의 심미성을 증가시키며, 친수공간을 제공하고, 생태서식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기질 개선 및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 생각된다.

녹색댐은 산림을 활용하여 홍수유출량을 감소시켜 홍수피해를 줄이고 산림에 저류한 수자원의 균등한 유출로 갈수기에 가뭄을 막아주는 등 숲이 거대한 댐 기능을 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산림청에서는 숲을 대상으로 솎아베기, 가지치기 등의 숲가꾸기 사업 시행으로 산림의 수원 함양기능을 증진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조경분야에서도 도시숲이나 도시자연공원 등을 활용한 숲의 수원 함양기능 증진을 위한 방안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K-water에서 가정용 수돗물을 사용용도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변기용이 25%, 그 뒤를 싱크대용이 21%, 세탁기용이 20%, 목욕용이 16%, 세면용이 11%, 기타가 7%라고 한다. 이제라도 변기수조에 벽돌 한 장, 페트병 하나 넣어 두는 것이 어떨가? 참고로 물맛은 체온과 비슷할 때 가장 맛이 없으며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온도는 10~15℃이다. 위 내용 중 수자원에 대한 부분은 국토해양부와 K-water에서 발간한 책 ‘물과미래’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음을 밝혀두며 보다 상세한 데이터는 위 책을 참고하면 좋겠다.

양덕석 (객원 논설위원·K-water 시화본부 도시경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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