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서는 오는 2018년까지 천연잔디 학교운동장을 60개(현재 4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사진제공 경기도청>

맨땅 위주이던 학교 운동장을 천연잔디 운동장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최근 인조잔디의 유해성이 불거진 이후, 천연잔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확산하는 추세다.

경기도에서는 오는 2018년까지 천연잔디 학교운동장을 60개(현재 4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특히 천연잔디 관리 기술을 학교 운동장에 적용함과 동시에 운동장에 적합한 잔디 품종을 연구하고 잔디 유지 관리 방안을 매뉴얼화 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천연잔디 운동장은 일반 운동장이나 인조잔디 운동장과 견주면 유지·관리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경기도에선 어떻게 천연잔디 운동장을 확대하겠다는 것일까?

각양각색의 운동장…왜 천연잔디 운동장인가
‘마사토’(굵은 모래)로 메운 운동장은 특별히 관리할 일이 없고 다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가 오면 곳곳에 물웅덩이가 파이기 일쑤고 마른날엔 대기오염의 주범인 흙먼지가 골칫거리다.

지난 2010년부턴 이곳에 ‘인조잔디’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나지 않고 천연잔디보다 유지관리가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인조잔디’는 설치비가 수억 원대 드는 데다 유해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14년 7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037개 학교의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174개 학교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중추신경계의 손상을 가져오는 납 등의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한여름에는 높은 지면 온도도 문제다. 인조잔디 표면은 50도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용을 제한하거나 물을 뿌려 사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생태계 파괴, 유효기간이 지난 후의 폐기물 처리 문제 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천연잔디는 산소 공급, 먼지 발생 감소 등 친환경 기능을 하고 학생 정신건강과 정서함양에 이바지한다는 등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천연잔디가 지면 온도를 낮추는 등 ‘기온 조절 효과’까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연구보고에서도 천연잔디로 된 운동장은 광합성이나 증산작용 등과 같은 생리작용으로 태양광의 50~80% 정도를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천연잔디 운동장은 복사열이 낮고 넘어져도 부상 정도가 다른 운동장보다 가벼운 점 등 장점이 있다.

학교 잔디관리기술 현장 적용 간담회
지난 6일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비롯해 천연잔디 운동장이 설치된 도내 학교 관계자,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잔디관리기술 현장 적용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추진 중인 학교운동장용 잔디 육종 방향과 현재 도내 학교운동장의 현황과 실태를 점검하고, 학교운동장용 잔디 유지관리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일선 학교 관계자들은 잔디 운동장 유지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였으며 참가자들은 ‘경기도 내 많은 학교를 감안할 때 저비용 잔디운동장 조성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운동장 잔디관리는 깎기, 물관리 외에는 전문가에 의한 용역관리가 필요하다’, ‘학교관계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관리비용, 인적지원이 제도적으로 요구된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현재 경기도에선 관리상의 어려움 때문에 천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는 곳은 극히 드문 상황이다. 지난해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내 천연잔디 학교 운동장은 전체 2262개 중 40개(1.8%)에 불과하다. (전국 1만1519개 학교 운동장 중 천연잔디 운동장은 총 576개(5.0%))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도내 40개 천연잔디 운동장을 모두 조사한 결과 천연잔디 학교 운동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잔디관리의 까다로움(12개)과 유지관리 비용부담(10개)이 꼽혔다. 이어 운동장 사용제한(4개), 지역주민 개방요구(4개), 잔디관리 방법 모름(3개), 기타(7개) 등도 뒤따랐다.

하지만 천연잔디 운동장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10개 학교서 학생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 이상은 매우 만족 또는 만족한다는 대답을 내놨다.

손상된 잔디 있는 학교운동장에 ‘장성중지’ 심어
비료 주기, 흙덮기 및 제초 등 관리기술 적용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천연잔디 운동장의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경제 발전 및 잔디 수요 증가 등 상황을 고려하면 ‘천연잔디 운동장’으로 방향을 전환한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 운동장에 적합한 잔디를 선발하고 관리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천연잔디 운동장을 확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현재 3단계로 나눠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해까지(2013~2014년) 잔디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특성을 평가하는 등 과정을 거쳤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우수 유전자 육종을 통한 우량 계통을 육성함으로써 형태적 특성이나 환경 적응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어 2017~2018년까지 잔디 육성 계통 생육 및 현지 적응성을 조사하고 육성 잔디 현장 적용 시범사업을 60개(초중고교) 학교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올해 안성 일죽초교, 평택 송탄중, 화성 고정초교, 수원 전산여고 등 4개교에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손상된 잔디가 있는 학교운동장을 대상으로 ‘장성중지’를 심어주고, 운동장에 공기와 물이 잘 들어가게 작은 구멍을 뚫어주며 비료 주기, 흙덮기 및 제초 등 천연잔디 재배 및 관리기술을 적용했다.

학교 운동장 보급용으로 ‘장성중지’를 선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농업기술원은 경기도 기후에 적합하고 밟힘에 강해 유지관리가 쉬운 잔디 품종이 장성중지라고 판단했다. 장성중지는 생육속도가 빠르고 밟힘에 강한 특징이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4개교에 적용 중인 천연잔디 관리기술 효과를 분석하고 학교에 적합한 잔디품종과 더불어 한국형 잔디와 서양 잔디를 혼합해 심는 등 식재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매뉴얼을 개발해 천연잔디 학교운동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시기별로 잔디 밀도 및 품질을 조사하고 천연잔디 관리 기술 투입에 따른 만족도 설문조사도 시행한다. 경기도에선 내년에 12개교에 대해 천연잔디 재배 및 관리기술 적용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며 2018년까지는 60개교까지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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