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미군기지 이전 합의에 따라 지난 2005년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주도의 용산공원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국가공원으로 조성을 추진해 오고 있다. 현재는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선정된 당선작을 토대로 기본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서울시가 용산공원을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본설계에 의한 용산공원은 의미 있는 건축을 제외하고 상당부분은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용산공원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면 용산기지 내 모든 시설물은 물론 모든 공간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즉 용산공원 조성과 세계유산 등재는 상충되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함께 추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뒷북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용산공원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규명하기 위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양현미 서울시 문화계획관은 인사말을 통해 “시는 오래전부터 세계유산에 등재할 가치가 있는 대상지를 다양하게 발굴해왔으며, 그 중 하나인 용산공원은 19세기 제국주의부터 20세기 냉전시대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사적 변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공간으로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용산공원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워크숍이 되길 바라며, 용산공원의 가치를 세계인과 함께 하길 기대한다”고 용산공원의 세계유산 추진의지를 밝혔다.

이날 발표 및 토론자로 참석한 역사학자 및 문화재 전문가는 용산공원이 근대유산이며, 식민지와 냉전시대의 상징물이자 세계사적으로도 가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근현대유적지 중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 1곳 밖에 없다는 점에서 용산공원의 세계유산으로서 가치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반해 김인수 서울공공조경가그룹 위원장은 “용산공원에 대한 이야기는 안하고 용산기지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용산기지를 공원화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면 오늘 같이 세계유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을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공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세계유산을 운운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용산공원을 조성해 가고 있는 상태에서 세계유산을 운운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게 하는 것일 뿐이며, 지금은 용산기지가 아니라 용산공원을 이야기 할 때다”고 덧붙였다.

청중으로 참석했던 강철기 경상대 교수 역시 “제목은 용산공원인데 내용은 용산기지였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용산기지의 세계유산적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세계유산으로 추진하게 되면 공원조성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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