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도의 역사는 1896년 프랑스 휘브릴사가 경의선 부설권을 얻고 1899년 9월 18일 경인선이 개통된 것이 철도 통합 역사의 시초다. 이후 1943년 경북선 점촌~안동 구간이 전쟁물자의 부족으로 국내 철도 중 처음 폐선됐다. 한국 철도 120년의 역사에서 쓰레기더미와 잡초로 방치됐던 철도 폐선부지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면서 앞선 활용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이 폐선로를 활용한 레일바이크를 도입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 폐선로를 활용한 다양한 시설물이 설치돼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고, 죽어가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전국의 폐선 부지는 1천300만㎡에 이르고 공시지가만 해도 1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폐선 부지에 대한 체계적인 재개발·재사용 방안은 구체적으로 마련된 적이 없다.

한편 각 지자체에서는 관할 폐선 부지에 대한 활용으로 큰 관광 효과와 함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전남 곡성군에서는 폐역을 활용한 기차마을을 조성해 관광지로 변신했으며, 광주광역시에서는 도심 내 폐선로를 따라 산책로와 공원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국내외 사례를 자세히 살펴본다.

1. 국내 사례

국내① - 정선 레일바이크(7.2㎞, 구절리역~아우라지역)

2004년 3월 말 폐선된 정선선의 구절리역~아우라지역 구간에 2005년 6월 30일 레일바이크 운영을 시작했다. 2017년까지 곤충박물관, 벽화마을 등 조성할 예정이다.

국내② -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10.0㎞, 옛곡성역~옛가정역)

1998년 전라선 직선화로 폐선된 17.9㎞ 구간 중 섬진강 기차마을을 따라가는 13.2㎞와 옛곡성역, 철도시설을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해 조성된 관광지다.

국내③ - 광주 푸른길공원(10.9㎞, 광주역~효천역)

광주광역시는 2000년 12월 시를 관통하는 경전선의 외곽 이설로 인한 폐선 부지를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기로 결정, 2013년 2월 푸른길공원으로 개방했다. 광주광역시의 동구와 남구를 가로지르는 푸른길은 10년 간 총연장 7.9km에 이르는 구간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하였다. 또한 동성중에서 광주대까지의 170여m의 폐선 부지를 푸른길 공원으로 편입했으며, 광주대에서 효천역까지의 폐선부지도 푸른길로 연결할 계획이다.

국내④ - 부산 동해남부선 해안 철길(4.8㎞, 미포역~송정역)

해운대 올림픽교차로~기장군 동부산관광단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9.8㎞는 부산시 그린레일웨이 사업으로 활용했다. 부산에서 경주를 잇는 동해남부선 철도는 1934년 7월 15일 개통한 우리나라 유일의 임해철도선으로, 거리가 가까운 좌동~송정역을 연결해 만들었다. 2013년 12월 2일 해운대 도심을 지나는 우동~기장 구간 복선화가 완료돼 동해남부선 해안 철길은 폐선되고, 이를 공원으로 꾸며 2013년 12월 개방했다.

국내⑤ - 김해 진영읍 구시가지(7.9㎞, 좌곤리~설창리)

경남 김해시 신도시 조성과 경전선 진영역 이전으로 재개발 중이다. 2015년 9월 착공해 2017년 완공 예정이다. 이곳에는 철도 역사관과 중앙공원, 경관광장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국내⑥ - 인천 주인공원(3.6㎞, 주인선 주안~남인천)

1957년 10월 착공해 1959년 3월 1일 개통한 주인선 3.8㎞는 1959년 7월 1일부터 미군용 화물수송을 위해 건설됐다. 1985년 11월 15일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1994년 4월 22일 폐선 결정, 인천시는 2005년 이 구간을 주인공원으로 조성했다.

국내⑦ - 나주 영강동 자전거 테마파크(3.6㎞, 호남선 나주역~영산포역)

나주 시민의 생활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흥룡육교~구진포 구간 폐선로를 활용, 2004년 추진해 2010년 자전거 테마파크로 조성했다. 전남에서 유일하게 자전거 전용경기장이 있는 나주시는 2005년에 자전거 도로가 100㎞에 육박할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국내⑧ - 경북 문경 철로자전거(불정역 1.8㎞, 구량리역 3.3㎞, 문경역 1.9㎞, 가은역 3.2㎞)

문경시는 1990년대 초부터 석탄산업 사양화로 석탄을 운송하던 철로의 사용이 중단되자 2005년 3월 전국 최초로 폐철로를 활용한 철로자전거를 개발했다. 시의 철로자전거 노선은 ▲진남역~구랑리역 왕복 4㎞(철로자전거 26대) ▲불정역~주평 3.6㎞(48대) ▲구랑리역~먹뱅이 4.4㎞(40대) ▲문경역~마원1리 왕복 2.4㎞(20대) ▲가은역~먹뱅이마을 왕복 6.2㎞가 있다.

국내⑨ - 서울 문정동 근린공원(1.7㎞, 문덕초등학교~장지근린공원)

문정동 근린공원은 원래 조성 예정이었던 남부순환철도 일부로 1983년 지정된 이래 오랜 시간 방치됐다. 1993년 남부순환철도 계획의 백지화로 2004년 단계별로 공사를 시작해 2012년 공원으로 조성됐다.

국내⑩ - 여수 도시공원(25.7㎞, 전라선 율촌역~여수역)

전라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발생한 전라선 폐선부지 여수역~옛 율촌역 구간을 시민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2015년 착공, 2023년 완공 예정이다.

국내⑪ - 포항 도심 속 작은 숲길(7㎞, 옛 미군 정유소 부지~남부 효자역)

포항 KTX 개통으로 옛 미군 정유소 부지~남부 효자역 구간 중 2014년 1단계로 미군 정유소~포항초등학교 2.8㎞ 구간은 완공하고, 용흥동 건널목~효자역 4㎞ 구간은 조성 중이다. 도심 속 작은 숲길을 완공하면 인근 영일대 해수욕장과 포항운하의 자전거길과 연결할 계획이다.

국내⑫ - 원주 중앙선 구간(46.3㎞, 판대역~신림역, 2018년 폐선 예정)

판대역~신림역, 판대역~간현역~동화역 간 9.7㎞ 구간은 레일바이크와 카페열차를 운영하고, 동화역~만종역 간 4.2㎞ 구간은 공원 조성할 예정이다. 또아리굴(1975m)은 와인터널과 동굴식당, 십리굴(3650m)은 농수산물 저장고, 매봉산터널(160m)은 터널카페로 활용할 예정이다.

국내⑬ - 창원 임항선 그린웨이(4.6㎞,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마산합포구 마산세관)

2010년 통합 창원시 출범과 함께 시작된 사업이다. 1905년부터 운영된 임항선의 역사성을 고려해 가운데 철로를 그대로 두고 좌우에 산책로를 설치했다. 전체 구간 5.5㎞ 중에서 마산세관~마산합포구청 구간 1.0㎞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마산합포구청~몽고정 0.4㎞와 철길시장~석전사거리 1.58㎞ 구간에는 주민편의시설, 꽃길을 조성하고, 분수와 철길 횡단 데크를 설치했다.

국내⑭ - 울산 동해남부선(26.1㎞, 부산~울산 총65.7㎞ 구간 중 울산 관할 구간)

부산∼울산∼포항을 잇는 동해남부선 가운데 부산∼울산구간 65.7㎞의 단선을 2018년까지 복선화하는 작업이다. 온양읍 외고산 옹기 마을 일대 폐선부지는 옹기공원으로, 기차 터널은 옹기 저장소를 만들고 레일바이크를 설치한다. 북구는 관할 폐선부지는 근린공원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2. 해외 사례

미국 뉴욕 하이라인

해외① - 미국 뉴욕 하이라인(2.3㎞)

하이라인고가철도는 1930년대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건설됐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1950년대 미국 전역을 연결하는 화물트럭 운송사업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트럭 운송량이 늘어나자 철도운송은 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하이라인고가철도는 버려졌다. 하이라인 인근에 살던 조수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몬드는 1999년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을 설립했다. 이들은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의 사례를 들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설득했다. 10년이 지난 2009년 1구간(갠스부르트가~20번가)이 완공된 하이라인파크는 뉴욕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프랑스-베르시 빌라주

해외② - 프랑스 파리 베르시 빌라주(4.5㎞)

4.5㎞의 폐선로와 와인창고를 활용해 상업마을을 조성했다. 베르시 빌라주는 프랑스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 기차에 실려 와 내려지는 종착역이자 인구가 집중된 파리 시민들에게 공급할 와인을 보관하는 창고 밀집 지역이었다. 19세기 중반 베르시 주변지역 개발로 지가가 상승했고, 땅을 임대해 창고를 운영하던 와인 보관업자들이 하나둘씩 베르시를 떠나자 1980년대 와인창고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베르시는 200년을 넘긴 단층 건물을 보존하면서 창고 뒤편에 2층 건물을 세우고, 철로 끝 부분에 와인을 저장하는 오크통 하나를 세워 과거 와인창고였음을 상기시켰다. 옛 창고는 잡화점과 유명 의류 점포 등이 들어섰고, 지금은 파리의 동화마을로 불리며 관광객을 사로잡고 있다.

-프랑스-오르세 미술관

해외③ -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폐역사를 활용해 미술관으로 꾸몄다. 1804년 프랑스 최고재판소로 지어져 오르세궁으로 불리던 이곳은 1871년 화재로 소실돼 폐허로 남아있다가 1900년 파리에서 개최한 만국박람회를 위해 역사(驛舍)로 다시 지어졌다. 그렇게 39년간 프랑스 남서부를 잇는 허브 역할을 하던 이곳은 기차역 부속 호텔로 많은 여행객의 회의와 행사로도 북적거렸다. 하지만 기차의 대형화 등으로 1939년 기차역이 문을 닫고, 1973년께 부속 호텔마저 문을 닫아버렸다. 이후 시에서는 호텔 폐관 6년 뒤인 1979년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고, 1986년 1월에 문을 열었다.

-프랑스-프롬나드 플랑테

해외④ - 프랑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4.5㎞)

1859년부터 1969년까지 사용된 옛 고가철길이다. 공원이 탄생하기 전 기차가 다녔을 당시에는 기차 소음과 고가철교에 따른 지역단절로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고, 땅값마저 낮아지자 주민들은 하나둘씩 떠났다. 폐선이 된 후에는 20년 가까이 철로가 폐허로 방치되면서 슬럼가로 전락했다. 당시 조경건축가 자크 베르젤리(Jacques Vergely)와 건축가 필립 마티유(Philippe Mathieux)는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공원을 문화공간으로 설계해 작업에 착수했다. 1991년 완공된 프롬나드 플랑테는 고가 하단부의 아케이드를 상점가로 개조해 수공예 장인들의 아틀리에와 매장, 갤러리,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며 파리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버려진 고가철로는 총 길이 4.5km의 보행전용 공원이자 공중에 떠 있는 산책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프롬나드 플랑테는 1993년 완공됐다.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ee)’는 ‘푸른 나무와 식물들로 조성된 산책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블루밍데일 트레일

해외⑤ - 미국 시카고 블루밍데일 트레일(약 4.3㎞)

‘The 606프로젝트’라는 프로젝트명으로 현재 공사 중인 블루밍데일 트레일은 기본적으로 0.2마일마다 사람들과 휠체어, 바퀴가 있는 모든 것들이 오갈 수 있도록 진입로를 만들 예정이다. 블루밍데일 트레일은 중간중간을 연결하는 5개의 공원과 새로 조성하는 1개의 공원 등 총 6개의 공원이 각각 특색 있는 장소로 The 606프로젝트를 연결해준다. ‘The 606프로젝트’는 보행로와 함께 자전거나 스케이트보드가 다닐 수 있도록 별도로 자전거 도로까지 설치한다. 블루밍데일 트레일 인근에 총 21개의 학교가 들어서 있고, 10세 이하 어린이 4300명이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The 606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4300명의 어린이들이 쉴 수 있는 장소, 놀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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