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풀리안이 관악구 청림동 파출소 자투리땅에 조성한 엣지있는 정원

숲을 지키고 그래서 사람을 지키는 못생긴 나무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면?

그래서 만났다. 조경 생태 연구개발시공관리업체 자연을 담은 생각 ‘수풀리안’(대표 박상규)에는 못생긴 나무들이 한가득 있는 듯했다.

수풀리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박상규 대표를 만난 건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청림동 주민센터 부근. 이곳에 놀러가면 수풀리안의 마사토공법과 그린서버엣지를 활용해 만든 ‘엣지있는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원래는 올봄 고양시꽃박람회에 전시된 거였는데, 관악구청의 마을가꾸기 일환 요청으로 파출소 옆 작은 공터로 옮겨오게 됐다.

계단식 다랭이 논을 빗댄 정원 안에는 40여 가지 다양한 식물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식물들을 가리키며)다들 고개를 쳐들고 있지요? 물만 주면 저렇게 건강해요. 백두산에서 자란다는 귀한 고산식물 몇 종도 후배를 통해 얻고 강원도 양구 산골짜기에서 주운 썩은 나무 몇 토막도 가져왔어요. 정원 앞 육각형 모양의 돌 의자들은 몽골에서 가져온 주상절리(柱狀節理)예요.”

박 대표는 설명하는 내내 식물들 물주기에 바쁘다. 물을 떠 오는 곳은 정원 속 작은 연못과 연결된 옹벽에서다. 나무기둥과 이파리 모양의 아담한 폭포수는 수풀리안이 관악구 청림동을 위해 특별히 만든 조경이다. 작업일지가 궁금해 박 대표의 페이스북을 찾아갔는데 수풀리안의 철학을 가늠할 대목이 있어 옮겨본다.

‘옹벽에서 흐르는 물이 너무 아까워 그 물을 모아 활용해 보고 싶은 마음에 그만 과다출혈을 하고 말았다. 한번 해 놓으면 뜯기도 어려울 텐데 후회는 하지 말자 하면서…. 벽면에 흐르는 물을 모아 바위 위에 물방울을 떨어뜨려 습도를 유지토록 했다. 계류를 만나고 연못을 만들고 연못이 채워진 후 넘치는 물은 땅속 물통에 모았다가 측면에 수도꼭지를 달아 활용이 가능하도록 해보고 싶었다.’

덕분에 구에서 받은 공사비보다 곱절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자연과 공간, 그곳에 사는 사람을 생각하고 작가정신을 발휘해서일까. 현재 청림동 엣지있는 정원은 관악구 자투리 명소로 시나브로 주목받고 있다.

직원 8명 남짓의 수풀리안은 2010년 3월 첫발을 뗐다. 이듬해 벤처기업으로 등록하고 2012년 수풀리안으로 상표 등록했다. 회사는 서울 서초구에 있다.

▲ 2일 관악구 청림동에서 만난 박상규 수풀리안 대표. 그는 신구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시민단체 생명의 숲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수풀리안 뜻은 뭔가요?

“발음 나는 대로 ‘숲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 거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예요.”(웃음)

때문에 수풀리안 지향점은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이는 곧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 도시열섬화 문제에 대응한 기술이 필요한 시기잖아요? 생태계 복원에 있어 기초조사 및 모니터링은 매우 중요해진 거죠. 그런 점에서 수풀리안은 기초조사가 가능한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어요. 전문인력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훼손지복원사업의 설계 및 시공 이후 모니터링까지 할 수 있는 회사죠.”

그래서인지 수풀리안의 실적 또한 친환경기술로 채워지고 있다. ▲2010년 7월 비오톱이식공법 전용실시권 사용계약 체결 ▲2010년 12월 나사말뚝기초공법 대리점권 계약체결 ▲2011년 5월 투수마사토공법기술 사용권 계약 체결 ▲2013년 11월 단위포장된 흙포장용 혼합환경마사토 및 흙포장 시공방법 특허 및 마사탈 상표등록 ▲2014년 12월 토양개량제 특허 ▲2015 그린서버엣지 출시 등.

이중 초기 개발한 투수마사토포장공법은 흙길을 걷는 느낌을 주는 데다 비가 내려도 진창길이 생기지 않고 운동화에 흙이 달라붙을 염려도 없어 인기가 높다.

▲ 수풀리안 사람들<사진제공 수풀리안>

수풀리안은 하는 일도 다양하고 재밌다. ▲손바닥정원 도토리 키우기 프로젝트 ▲인천영종도 세평숲 생태 관리 및 배수문제 해결 ▲관악산 둘레길 복원 ▲시골마을 돌담 쌓기 ▲잔디광장, 옥상텃밭 가꾸기 등 남양주시 덕소쌍용아파트 마을공동체만들기 기획 참여 ▲서대문구 우리동네숲가꾸기 코디네이터 일환으로 마을주민과 동네어귀에서 고전영화감상하기 등. 이 같은 작은 활동들이 모여모여 생태복원과 조경을 통한 도시재생이라는 바다로 나아가는 듯하다.

수풀리안은 작지만 의미 있는 후원도 하고 있다. 숲을 위한 꿈 후원1호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청소년들을 돕는 거였고, 얼마 전에는 한국조경신문과 연계해 보육원 등에 투수 마사토포장 200㎡를 지원했다.

사실상 돈을 생각하면 이윤을 더 많이 남기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수풀리안은 어째 돈을 더 쓰는 쪽으로 가는 것도 같다. 이를 반영하듯 회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해 수풀리안이 걸어온 길을 ‘쓰잘데기 없는 일’이라는 반어적 표현을 사용, 웃음 나는 영상으로 만들었다.

꼭 필요한 것이지만 돈벌이는 안 되는 일들이 그만큼 많다는 건데, 그럼에도 박 대표는 ‘쓰잘데기 없는 일’을 계속 할 거라며 웃는다. “하고 싶은 거요? 많지요. 한강 숲 조성도 있고…. 또한 개인정원부터 국유지공원과 숲 등을 체계적,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수풀리안이 개척하고 싶어요. 수풀리안은 숲을 관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곳인 만큼 즐겁게 숲을 가꿀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를 열어가고 싶어요. (사이)문제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성공하기가 어렵더라고요.”(웃음)

씁쓸하게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나마 이런 기업이 성공해야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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