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는 3월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중보들공원에서 ‘제70회 식목일 기념 나무 심기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새마을단체, 수원그린트러스트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수원 시장과 시의원, 담당 공무원,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시민들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간단한 식재요령을 들은 뒤 공원 곳곳에 나무를 심었다.

행사에 참가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우리 시는 6분 이내 거리에 시내숲을 조성해 도시 녹화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시민 참여로 녹지를 가꾸고 학교 숲도 계속해서 조성하겠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사랑하고 아끼는 공원과 산지를 만들어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평생을 조경사업을 하면서 나무 가꾸는 일을 하시다가 이제 본인이 가진 그 나무를, 금액으로 환산해서 47억 원에 이르는 나무를 기증해 주신 김병오 대표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행사 중에는 김병오 대우조경 대표의 조경수 기증에 대한 기념비 제막식도 진행됐다.

▲ 김병오 대우조경 대표

김병오 대우조경 대표(79)는 최근 수원시에 47억 원 상당의 조경 수목을 기증했다. 이번에 기증한 조경수목은 지난 40여 년간 김 대표가 직접 재배해 온 수목으로 느티나무, 소나무, 주목 등 28종 2280그루에 이른다. 일부 특수목은 그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고급 수종으로 알려졌다.

사실 김병오 대표의 조경 수목 기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9년 홍단풍 등 5종 420그루를 시에 기증한 바 있다. 그는 1973년 대우조경을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인생의 절반을 바쳐 길러온 나무들을 선뜻 내놓은 김병오 회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병오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나무를 기증하게 된 배경은?
내년에 나이가 여든이다. 인생은 여든이면 다 산다고 한다. 내가 키운 나무들은 가족과도 같다. 가족을 다 시집을 보내고 죽어야지 그걸 그냥 놔두고 죽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다. 시집보낸다는 마음으로 기증했다. 이렇게 조성되는 모습을 보니까 기쁘다.

물려주거나 할 수도 있을 텐데
자식들이 있지만 나무를 돈으로 보지 생물로 보지는 않는다. 나무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조경할 수 있다. 자식 다루듯이 다뤄야지 나무를 돈으로 생각하면 키울 수 없다.

이번에 기증한 것이 처음이 아니던데
2009년 처음 기증을 했다. 당시에 토지가 적어서 이식을 해야 하기도 해서 시에 기증을 하게 됐다. 그때도 시집을 보낸다는 마음으로 보냈다. 수원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내 고향에 심고 싶어 수원에 기증을 하게 됐다. 수원시는 사실 조경이 잘 안 되어 있는 곳이 많다. 더 열심히 하고 가꿔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염태영 시장이 열심히 하려고 해서 기증해야겠다고 더 생각하게 됐다.

어떻게 조경업을 시작하게 됐나
어려서는 덴마크 국토 개간 운동을 펼친 달가스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조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958년도에 수원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59년부터 농촌진흥청 원예과에서 2년을 일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도 농경직 공무원으로 일을 계속해서 공무원 생활을 10년 동안 했다. 그런데 그땐 그게 전시행정이었다. 길옆에 보이는 것만 깎아주고 약을 주고 그랬다. 진저리가 났다.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달가스 같은 사람이 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예 나무를 심어서 녹화하는데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조경을 시작하고 40년이 다 됐다.

시작 당시 규모는? 지금 상황은 어떤가
돈도 없어서 나무를 몇십 그루만 심고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나무는 7~8만 그루 정도 된다. 수원뿐만 아니라 용인, 평택 등 경기도에만 부지가 5~6곳 정도 된다. 토지 면적은 약 5만 평 정도 될 거다. 관리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도 그렇고 관리비용 문제도 심각하다.

조경업과 관련 철학이 있다면
조경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무하고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다. 나무가 어디가 아픈지, 비료가 있어야 하는지, 물을 먹고 싶은지 이런 것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조경한다고 하면서 나무 한 그루 심지 않는 것은 안 된다. 심어만 놓고 봐 주지 않으면 생물이기 때문에 다 죽을 수밖에 없다. 나는 나무를 보면 배가 고픈지, 목이 말라서 죽으려 하는지 다 알고 있다. 비결은 따로 없다. 경륜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관련 분야 종사자나 관심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제가 조경업을 시작할 70년대에는 돈을 주고 사려고 해도 나무가 없었다. 그때는 나무 숫자가 많은 사람이 성공했다. 나무가 없는 사람은 발주도 못 하고 공사를 따내더라도 할 수가 없었다. 나무가 없으니까. 욕심을 내서 잔뜩 길렀는데 요즘에는 불경기가 왔다. 그래서 이제는 나무가 포화상태다.

선진국에서는 조경업자가 기르는 나무를 정부에서 수매를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단계는 안 됐다. 지금 우리나라 조경업자들은 야산에 경제 수종을 심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 밭에다만 나무를 심거나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만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조경업과 관련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무라는 것은 1년 농사가 아니고 다년생이다. 자금 관계가 가장 어렵다. 그중에서도 관리하는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나무는 바닥에 물이 나와도 죽고 너무 가물어도 죽고 병해충이 와도 죽어 버린다. 계속해서 관리를 해줘야 한. 하지만 관리비는 따로 나오지 않으니 어려움은 말로 할 수도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 행사 중에는 김병오 대우조경 대표의 조경수 기증에 대한 기념비 제막식도 진행됐다.

 

▲ 김병오 대우조경 대표가 기증한 주목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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