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조경시설물업체 A사는 모 지자체 진입로에 설치된 관문게이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A사가 설치하지 않은 그 조형물은 계획단계에서 A사가 해당 지자체에 제시했던 디자인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억울한 마음에 A사는 해당 지자체에 항의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당연히 디자인권 침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했지만 A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해당 지자체와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 갑을 관계는 디자인권리마저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사례2. 모 현장에 설치된 제품이 문제 있으니 확인해 달라는 연락을 받은 조경시설물업체 B사 담당자는 해당 현장을 찾았다. 해당 현장에 자사제품이 들어간 기억이 없던 그는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도착하고서야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본인이 봐도 자사제품과 똑같이 생긴 제품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 담당자 역시 문제의 시설물을 B사 제품으로 알았던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사례는 디자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심각한 문제로 보여지지만,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다는 게 조경시설물업체 관계자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에 디자인침해와 관련해 조경시설물업체 간 소송사건이 진행되면서 이슈화되고 있지만, 디자인침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현재 진행형이다.

디자인침해 건으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는 모 시설물업체의 경우 자사 제품을 카피한 업체가 여럿 있다며 관련 사진을 제시한다. 또 다른 시설물업체의 경우도 디자인침해와 관련해 해당 업체에 발송한 공문만 여럿이다. 그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시설물업체도 포함돼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디자인 침해 문제는 대부분 중소시설물업체에서 메이저 업체의 디자인을 카피하는 게 일반적 현상이지만, 디자인침해 문제를 외국으로 확대하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외국 제품과 흡사한 제품이 상당하며, 그 중에는 디자인등록을 받은 제품도 포함되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디자이너들이 외국사례를 통해 디자인적 영감을 얻기도 하고, 외국의 좋은 사례를 응용해 우리 현실에 맞게 디자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외국 디자인이 그대로 도용되는 사례가 발생하지만, 이를 거를 수 있는 방법은 쉽지 않다.

디자인침해가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발생하는 원인으로 조경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디자인에 대한 인식부족 그리고 유사디자인을 거르지 못하는 조달제품의 등록방법 등을 지적한다.

최근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과당경쟁과 최저가 낙찰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싼 제품을 찾아 나서는 시공사를 첫 번째 원인으로 지적한다. 여기에 지역업체 우선구매 원칙을 적용하다보니 설계에 반영된 디자인을 지역업체에게 제작하라는 주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담당자와 현장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설계의도를 지켜가야 할 감독관의 부실함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조달청 제품 등록 과정에서 디자인을 거르지 못하는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달청 제품 등록 때 디자인 검증시스템 부재는 디자인등록된 제품과 카피된 제품이 나란히 조달청에 등록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조달청에서는 “디자인침해 관련해서는 특허청과 업체 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한 발 물러서는 형국이며, 유사제품을 거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수 많은 제품을 등록 및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자인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소극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렇듯 조경현장에 보편화되어 있는 디자인 침해 문제는 조경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얽혀 있다. 그럼에도 디자인침해의 심각성을 공유하면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방안은 디자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지자체 혹은 시공사가 원가절감 및 지역업체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디자인침해는 담당자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부재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캠페인 등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한편에서는 디자인에만 집착하고 있는 업계의 현실을 비판하면서 제품의 기능과 구조적인 부분에 대한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조달등록 제품 중 우수제품은 특허는 기본이고, 기능적으로 우수하고 탁월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등록할 수 있으며, 우수제품은 수의계약, 지자체 의무 사용 등 많은 혜택이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설물업체는  우수제품 등록을 위한 연구개발보다 디자인 변화를 통한 신제품을 내놓는 게 현실이다. 그 많은 퍼걸러 조달 제품 중 우수제품으로 등록된 제품이 하나 밖에 없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시설물업체 관계자는 “제품의 변화를 주기 위해 쉬운 방법이 디자인이다. 그러다보니 디자인적인 변화를 통한 신제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하며 “상대적으로 카피하기 쉬운 디자인에 집착하기 보다 제품의 기능적·구조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우수제품으로 등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품의 기능적 개발을 통한 질적향상을 주문한다.

아울러 조달제품 등록 때 디자인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을 통해 유사제품이 무분별하게 올라가는 등록방법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영일 이사장은 “조달 등록할 때 적어도 디자인이 유사한 제품을 거를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겠다”며 디자인침해에 대한 적극 대을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노 이사장은 “조합 자체적으로도 디자인 도용문제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가령 3진 아웃제도 등을 도입해 디자인 침해로 인해 3번 이상 거론되면 조합원 제명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조합 차원의 자정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디자인에 대한 인식제고는 물론이거니와 업체간 정보교류를 통한 제품의 공유도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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