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화(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구조적으로 튼튼한 수목을 식재한 다음 취약한 구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여기에 수목 스스로의 구조적인 최적화 노력이 더해진다면 수목으로 인해 인명이나 재산이 피해를 입는 위해한 경우는 최소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튼튼한 수목도 성목을 지나 노쇠기에 접어들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약화되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처를 입으면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위가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위는 태풍 등 기상악화로 평소보다 큰 부하가 걸리면 파손될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여 수목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편익을 유지시키기 위해 구조를 보강하는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이때 설치하는 수목 지지시스템(tree support system)이 줄당김(cabling), 쇠조임(bracing), 지주(propping) 등이다.

우리 주변에도 노거수나 파손 위험이 있는 취약한 수목을 대상으로 이러한 지지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으나, 그 방법이 올바르지 못해 취약한 구조를 보강하기는 커녕 새로운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사진 1). 이렇게 그릇된 시공으로 발생하는 수목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지시스템을 설계하고 시공할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을 소개하고자 한다.

▲ [사진1] 한 지점에 여러 방향의 당김줄을 연결하고, 고정장치를 너무 낮게 설치하는 등 그릇된 줄당김 시공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줄당김(cabling)

줄당김은 가지나 줄기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움직일 수 있도록 쇠줄이나 밧줄로 서로 연결해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때 중요한 사항은 줄을 거는 고정 장치의 설치 위치, 줄과 고정 장치의 설치 각도 등이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줄을 거는 고정 장치는 지지를 받는 가지의 위쪽 2/3 지점에 당김줄과 평행하게 설치하는 것이 좋고, 당김줄의 각도는 가지와 줄기가 이루는 각도를 이등분하는 선과 직각으로 만나도록 유지해야 한다.

당김줄의 설치 위치가 분기로부터 멀수록 설치효과는 커지겠지만 2/3보다 위쪽은 가지가 너무 가늘어서 예상되는 부하를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김줄이 연결되어 있는 고정장치가 당김줄과 평행하지 않으면 지지를 받는 가지가 움직일 때마다 고정 장치가 움직이기 때문에 줄기와 가지에 설치된 고정장치 주변의 상처가 확대되는 피해가 발생한다.

쇠조임(bracing)

▲ [그림1] 당김줄의 고정장치는 가지의 위쪽 2/3 지점에, 당김줄은 줄기와 가지가 만드는 각도를 이등분하는 선과 직각이 되도록 설치하고(왼쪽), 고정장치는 당김줄과 수평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오른쪽). (TCIA, 2006/2013)

우리는 줄당김을 하면서 브레이싱을 한다고 잘못 말하고 있는데, 브레이싱은 쇠막대를 분기(分岐, crotch) 주위에 설치하여 분기가 찢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작업으로 쇠조임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분기 가까이에 설치하는 쇠조임은 수관에 걸리는 부하를 견디기에는 강도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줄당김을 추가로 설치하기도 한다.

설치하는 쇠막대의 위치는 분기를 중심으로 분기의 아래일 수도 있지만 강도를 높이기 위해 분기의 위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분기의 위쪽에서 쇠막대로 조여 줄 경우, 연구에 의하면, 분기로부터 설치 대상 두 줄기 중 굵은 줄기 직경의 1~2배 거리 안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 [그림2] 쇠조임을 위한 쇠막대는 분기로부터 굵은 줄기 직경의 1~2배 범위 안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ISA, 2014)
▲ [사진2] 지주의 지지를 받는 가지는 길이 신장을 지속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주를 추가해주어야 한다.

 

 

 

 

 

 

 

 

 

 

 
지주(propping)

지주는 아래로부터 지지력을 제공하기 위해 지면과 가지 또는 수간 사이에 설치하는 단단한 구조물로, 길고 무겁고 낮게 자라는 측지나 기울어진 수간을 받치기 위해 사용된다. 그런데 지주에 관한 연구가 미흡하여 이의 설치에 관한 표준화된 작업 기준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우 다양한 형태로 설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취약한 분기를 보강하는 줄당김이나 쇠조임과 달리 지주는 수목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지지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수목은 가지의 무게가 증가하면 이를 지탱하기 위해 스스로 조직을 보강하는데, 설치된 지주가 이 역할을 대신하면 수목은 지주에 기대어 지지력을 보강하는데 사용해야 할 에너지를 줄기의 신장에 활용함으로서 가지의 길이는 더욱 길어지기 때문에 가지를 따라 지주를 계속 설치해주어야 한다(사진2).

지주를 설치할 때 유의해야 하는 점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가지나 수간이 지주와 분리되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것인데, 이때 지주와 수목을 묶기 위해 사용하는 밧줄이나 끈은 가지의 직경생장을 제한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조절해 주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수목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지의 움직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좋다.

▲ [그림3] 가지의 직경생장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지주와 가지를 고정시키기 위해 핀이나 볼트로 고정하는 방법(왼쪽)과 가지의 움직임을 허용하면서 지지력을 제공하는 방법(오른쪽). (ISA, 2006)

국제수목관리학회(ISA, International Society of Arboriculture)에서 발간한 최적관리실무(Best Management Practice)에 제시된 지주 설계개념을 소개하면, 지주와 가지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핀(pin)이나 볼트(bolt)로 고정하거나(그림 3, 왼쪽), 가지가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도록 위에서 당겨주는 구조물을 설치하여(그림 3, 오른쪽) 지주와 가지를 고정시키면서도 가지의 직경생장에는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시스템이 수목의 구조적인 결함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지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지지시스템 설치는 수목에 크고 작은 상처를 유발하기 때문에 설치에 앞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진단 결과, 가벼운 결함인 경우 가지솎기 등 가지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고, 결함이 심각하여 이러한 지지시스템으로 보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가지 또는 수목을 제거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피해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이규화 집필위원(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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