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호영(전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소장)

오늘날 우리들이 겪는 많은 혼란은 종교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주 원인은 종교적 차이에서 발생하고 있고 얼마 전 총리지명자가 교회에서 발언한 내용 때문에 총리지명이 철회되어 국가는 국가대로 혼란을 겪었고 그 개인은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고 때로는 종교 때문에 가정이 분란을 겪는 일도 많습니다.
인간을 평안하게 해 주어야 할 종교가 도리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 인간을 구원해야 할 종교가 부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을까. 그러면 이들 종교는 진정 다른 것일까. 서로가 타 종교를 비난하고 억압하고 그 와중에 인간이 희생당하는 것이 진정한 신의 뜻일까.
그렇다면 참선 수행을 한 신부님은 어떤 결론을 내리고 있을까?
나는 이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을 읽어 보았고 몇 가지를 추려 정리해 봅니다.

지은이 빌리기스 예거는 가톨릭 신부입니다. 일본에서 6년간 선방에서 선 수행을 하였고, 그 후 그는 독일의 수도원에서 명상센터를 이끌고 있습니다.

1. 오늘의 그리스도교와 이성 만능주의
초기의 그리스도교는 신비주의적 요소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이성적 믿음이 주가 되고 비이성적 신비주의는 배척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그 근원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두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신은 모든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맨 위 꼭지점에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철학적 명맥을 따라서 이후 토마스 아퀴나스 등의 철학 아래서 신은 바깥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보며 세상의 운명과 질서를 관장한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신은 멀리 있고, 우리는 죽으면 저 세상으로 가고, 신의 심판을 받는다고 하고, 원죄론에 얽매이게 된 것이다. 신의 세계를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범주인 이성의 범위 안에서 만 인정하려는 이성만능주의가 진정한 신의 세계를 상실하게 하였다.

2. 신과 악
신은 모든 활동 속에 있다. 기쁨과 선행 속에도 신은 있지만 악행이나 형벌의 죄와 같은 곳에서도 신의 영광과 존엄은 빛을 뿜는다. 죽음, 불행, 고통 등은 신의 진화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죄가, 불행이, 고통이 없는 세상을 이성적으로 갈망하고 있으며 이때마다 신을 질책한다.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 하고….
그러나 이러한 고통을 통하여 인간은 거듭나고 정화와 순화의 길을 간다. (전 총리지명자의 일제침략이 우리나라에게 고통을 주고 더 발전하라고 신의 뜻이라는 요지의 종교적 발언에 대한 혼란의 출발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나라고 하는 틀 때문에 고통 받는다. 악이 있다는 것은 나라는 자아가 치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예로 들면 나라는 존재가 지속되지 못하는 두려움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신비주의, 즉 영성적 세계는 나라는 관계를 중요시 하지 않으며 특히 인식의 나를 나라고 동일시 하지 않는 것은 불교와 힌두교의 가르침과 같다.

3. 인간의 진화
인간의 진화는 신적인 근원이 점점 확장되는 것이며 진화는 살아있는 존재에게 스스로 초월하라고 요구하는 과정이다. 또한 죄를 현재의 도덕적인 측면에서만 이해해서는 안 되고 신적인 진화나 창조와 일치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곧 죄이다. 그러므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진화이고 이것이 신이 기다리는 인간의 모습이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가를 인식하기 위해, 신적인 몫을 체험하기 위해 인간으로 태어났으며 우리의 진정한 본질이 신의 본질이라는 점을 인식해야만 한다.

맺음말
신부님은 말합니다. 신이 무엇이라고 단정하여 말하지는 않지만 신의 진정한 이야기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말합니다. 정신이 물질의 근원이며 이 정신 그 자체는 스스로 있을 수 없지만 모든 존재에 들어 있습니다. 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신의 진정한 이야기이고 이를 찾아 느끼고 실천하는 것이 신앙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종교를 갖으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종교를 만들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처님은 각자가 수행하길 권했고 예수님도 길 찾아 떠나는 양을 아흔 아홉 마리 무리 속의 양보다 귀하다고 하였습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신의 진행과정임을 이해하고, 이를 신뢰하고 살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보면 신은 같은 것이고 그 신은 결코 인간을 핍박받게 할 의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신의 뜻을 왜곡한 종교라고 하는 시스템이 인간을 핍박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종교에서의 자유도 참 중요한 자유인 것 같습니다.

배호영 객원 논설위원(전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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