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에서 1인 행동을 하고 있는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송월동을 찾습니다’

복면을 쓴 채 인천광역시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에 나타난 사람이 있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지난 3월 29일 축제가 열리는 송월동 동화마을에서 동화 이미지로 뒤덮인 마을에 문제를 제기하는 1인 행동에 나섰다.

비닐 쇼핑백으로 토끼 얼굴을 만들어 얼굴을 가린 민운기 대표는 ‘송월동을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방문객들 틈으로 들어가 조용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민운기 대표를 거리로 나오게 한 것은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송월동 동화마을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이다. 이는 전면철거 개발방식에서 탈피해 원도심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과 주민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시의 새로운 도시관리 형태다. 하지만 동화마을의 경우, 과거를 뭉개버리거나 표피적인 볼거리 수준으로 격하시켜 행정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런 문제는 ‘북성동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에도 나타나는데, 사업지는 있고 본격적인 시작은 안 한 상태이지만, 한 업체에 간판 디자인을 맡겨 특색이 없고 같은 형식이라 지루하다고 민 대표는 말한다.

이렇듯 민운기 대표는 도시와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미술연구모임’으로 출발한 스페이스 빔의 전환점이 된 것은 송도·청라 신도시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을 위해 빠른 직선 길을 내고자 인천시가 배다리 마을에 계획했던 산업도로다. 민 대표는 마을이 파헤쳐지는 것을 막고자 인천시 동구 창영동 배다리 마을로 스페이스 빔 공간을 옮겼으며, 뜻이 있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맞서 싸웠다.

그 결과 산업도로 부지는 전면 철거 방식에서 존치 관리 구역으로 변경됐으며, 이곳에는 현재 주민들이 가꾸는 텃밭과 쉴 수 있는 정자가 들어섰다.

스페이스 빔은 이러한 문제 제기뿐만 아니라 오늘의 도시에 대해 고민하는 현장탐방과 워크숍으로 구성된 ‘배다리 도시학교 시시각각’(cafe.naver.com/baedarischool)을 운영 중이며,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과 대안을 들어보고, 후보들의 공약을 판단해 표를 행사하기 위해 엉뚱 삐딱 도시상상·혁신 바자 ‘내가 후보다!’를 5월 17일부터 6월 5일까지 주최하는 등 예술가들보다 훌륭한 감수성과 능력을 갖춘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자 노력한다.

▲ '송월동 동화마을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대상지

▲ 옛 인천양조장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스페이스 빔의 입구

스페이스 빔
인천광역시 동구 창영동 7번지 옛 인천양조장
www.spacebeam.net
032-422-8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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