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도영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아침 일곱 시 반, 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익숙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뵙는 김부식 대표님이셨다. 반갑게 악수하고 인사를 나눈 뒤, 뒤이어 나오는 버스에 몸을 싣고 울산을 향해 출발했다. 뚜벅이 투어의 시작이었다.

사실 뚜벅이 투어에 참가신청을 한 건 지난달 3월이었다. 같은 대학교 출신인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뚜벅이 투어. 같이 참가하자는 친구의 제안에, 호기심도 호기심이었지만 답사지가 대구라는 말을 듣고 이른 봄의 대구를 만끽할 생각에 한껏 들떠 승낙했다. 그러나 친구의 사정으로 같이 참가하지 못하게 되어 다음 달인 4월에 참가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헌데 역시는 역시라 했던가, 이번 달에도 그 친구는 일정을 맞추지 못했고 또 미뤄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그 덕에 참가하게 된 뚜벅이 투어는 역대 투어 중 최저 참가인원 기록을 세웠다고 하니, 나름 우여곡절이 있는 투어였다고 하겠다.

대구 대신 오게 된 울산의 첫 이미지는 생각 외로(?) 나쁘지 않았다. 아주 화창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날이었다. 첫 시작은 맛있는 도시락과 약간의 반주. 한껏 분위기가 업된 상태에서 우린 방남식 생태환경관장님과 윤태순 공원시설관리팀 과장님을 만나 본격적인 뚜벅이를 시작했다.

북쪽 정문에서 천천히 걸어 남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서울은 아직도 벚꽃잎이 만개한 채 남아있고 나무들은 슬슬 옷 입을 준비를 하는 곳이 많지만 울산은 이미 녹색 잎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마침 학교에서 수강 중인 조경 식물 소재 수업의 과제로 식물 표본 촬영이 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나무와 꽃들을 촬영하며 길을 거닐었다. 가이드 역할을 해주신 관장님과 과장님의 설명과 함께 울산대공원의 이런저런 이야기 및 정보를 듣는 건 쉽게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가볍게 도착한 남문에서 울산대공원 홍보영상을 감상한 뒤 밖으로 나오자 알록달록한 튤립들이 각자의 색을 뽐내며 우릴 맞이했다. 즐겁게 그들을 감상하며 나비식물원을 지나 장미 계곡에 발을 들이자 마치 유럽의 정원에 와있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백여 종의 장미들을 모아 꾸며놓은 장미계곡은 아쉽게도 이제 막 잎들이 무성해진 상태였다. 5월 중하순 즈음이면 수만 송이의 장미들이 절경을 펼친다는 과장님의 설명에 아쉬움은 더 짙어졌다. 실망한 기색이 보이자 관장님은 본격적인 장미축제가 시작하기 직전에 미리 방문하면 여유 있게 혼자만의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귀띔을 해주셨다. 서울에서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그 이야기가 굉장히 솔깃하게 들릴 만큼 장미계곡은 아직 여물지 않은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그 뒤로 이어져 있는 동물원은 생각 외로 많은 동물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마치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으로 즐겁게 동물들을 관람하였다.

장미계곡과 동물원에 너무 빠져있던 것일까. 울산대공원을 순환하는 트램에 얼른 올라타야 한다는 기자님의 연락에 서둘러 정류장으로 향했다. 트램을 통해 공원을 반 바퀴 정도 돌아 동문에 도착하자 특화시설들이 보여주던 모습과는 또 다른 울산대공원의 풍경이 펼쳐졌다. 넓은 광장 뒤로 서 있는 동문은 어느 정도 거주단지로부터 위요된 공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단단한 바위를 거칠게 깎아 만든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말이면 보신각 못지않은 인기를 보여준다는 울산 대종을 소개하시던 과장님의 미소에선 울산대공원에 대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제주도에 온듯한 느낌을 주는 자연 학습원을 거쳐 다시 정문으로 돌아온 뒤 큰 도움을 주신 관장님과 과장님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저녁을 먹기 위해 돼지국밥집으로 이동했고, 뚜벅이들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정신택 전 SK주식회사 상무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버스에 몸을 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던 뚜벅이 투어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몇 년째 조경학도임에도 정작 국내의 유수 공원들을 제대로 돌아보지도 않고 바쁘다느니 어렵다느니 하는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다가 가게 된 뚜벅이 투어는 책과 인터넷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실제 현장의 경험을 주었던 귀중한 기회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서울에 도착해 다음에 또 보자며 악수를 나누던 김부식 대표님의 밝은 표정이 눈에 선하다. 보람있게 뚜벅이 투어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한국조경신문사와 동행하며 즐거움을 나눴던 조경인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자주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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