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선 (주)마을만들기 대표

“한 농장주는 땅을 놓고 뭘 해야 할지 몰라 병이 왔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에 사례발표를 하며 엉엉 울더라. 그는 디자인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고 그것을 농장에 드러냈다. ‘치유하는 농장’이었다.”

농촌의 행복과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박영선 (주)마을디자인 대표는 인터뷰 도중 수업이 끝난 뒤에 사례발표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한 학생의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진심으로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동안 해왔던 교육의 성과를 모아 이번에 ‘한눈에 잡히는 농장디자인’이라는 세권의 책을 발간한 박 대표는 도시와 함께 성장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곳곳의 지자체들을 뛰고 있다.

그가 표현하는 ‘치유하는 농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박영선 대표를 만났다.


‘농장디자인’이란?
말 그대로 농장을 설계하는 일이다. 그러나 단지 그림 그리는 기법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농장주의 구체적인 요구와 생각, 정체성 등을 담아내서 오직 하나뿐인 농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웃·마을공동체, 더불어 도시와 소통하는 것을 꿈꾼다.

‘농장디자인’ 수업내용이 만들어 진 계기는?
처음 학교를 시작했을 때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디자인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에 어떤 응어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시에서 소외되고 낙후된 것에 대한 심리적 피해의식도 크고 땅과 자본은 준비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농장경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장은 아는 걸 다 집어넣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어떤 콘셉트를 잡을까’부터 생각해야하는데 논리적으로 알고 싶어도 관심 있게 다뤄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속이 복잡한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들여다보고 먼저 치유해야만 그 다음으로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림을 그리기에 앞서 농장주들이 스스로를 알아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농장디자인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이것은 단지 농장 리모델링이 아니다. ‘농장디자인 아카데미’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활성화와 도농교류다. 농촌이 자부심을 회복해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삶이 행복해야 도시와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촌이라는 공간이 일방적으로 생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농장주의 자부심 가득한 공간이 되어 그곳에 애정이 가득해야 이웃이 오고 마을공동체가 발전한다. 그리고 이렇게 지역이 활성화되면 도시민들이 자기발로 농촌을 찾을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게 바로 그 부분이다. 강좌를 하나씩 해 나가는 일이 작아 보일 수 있겠지만 이를 통해 농장이 행복하고 지역이 풍성해지면서 도시와 농촌 사이의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구체적인 성장방안이 있다면?
도시 소비자와 생산자, 중간 가공·직거래 유통 업자를 연결하는 형태의 협동조합이 생겨야한다. 이를 통해 농장과 농촌마을, 권역들이 지속가능한 도농교류(관광·직거래·5도 2촌 등)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농촌이 독일의 클라인가르텐(텃밭 딸린 별장)처럼 성장해 그곳에서 도시민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신선한 채소를 가꾸며 여가와 휴식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이를 해낼 수 있는 첫 단추가 협동조합이다.

개인적으로 농장에 애착을 갖는 이유를 묻고 싶다.
아버지가 아프셨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으셨던 아버지를 위해 나는 군대 가기 전 손수 땅을 파고 나무를 심어 농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첫 휴가를 나와 보니 아버지가 뭘 심어야 할지 몰라서 지천에 맨드라미를 심었더라. 농장은 나와 당신을 연결해주는 공간이었고 이후 이웃들과 함께 그곳을 가꿨다. 지금 아버지는 몸도 마음도 많이 좋아지셨고 거기에서 나는 치유하는 농장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농장이라는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공동체의 오래된 습성이 녹아있는 곳이라 여기게 돼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이 농장디자인은 우리 회사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10%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농장의 가치에 대해 알고 난 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 여겨 지금까지 하고 있다.

박영선 (주)마을디자인 대표
약력


서울대학교 환경조경 석·박사(수료)
농어촌개발컨설턴트/조경기사

現 KCID 지역개발분과 위원
現 농촌계획학회/농촌관광학회 이사
現 경북관광 포럼 전문위원
現 산림청 중앙자문위원
前 전국농업기술자협회 부설연구소 부소장
前 충청남도 농혁신 농촌다움인프라지원팀 TF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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