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경복궁, 창덕궁 등 많은 문화재가 모여 있는 서울의 종로구는 이러한 법적 수단들이 어떻게 공간적으로 적용되어 있을까. 그것은 2010년에 발표된 장민영의 자료에 잘 나타나있다.
 

 

 

▲ 서울 종로구 역사문화환경 관련 지구 및 구역

 

▲ 역사문화환경 관련 지구/구역의 공간적 적용 개념도

 

 

 

 

 

 

 

 

 

 
*출처 : 장민영(2010), 지역의 문화재 보전과 도시계획 연계를 통한 역사문화환경 관리방안 연구,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추계학술대회 발표자료, p.9의 그림 3과 4를 재인용

 
위 왼쪽 그림과 같이, 서울시 종로구는 문화재보호구역을 비롯한 역사문화경관과 관련한 지구 및 지역이 공간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다시 개념도로 나타낸 것이 우측의 그림이다.
그림을 보면, 역사문화경관을 관리하기 위해 조금 어려운 구석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적용되는 지구 및 지역이 서로 위계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용도지역지구가 겹쳐서 지정되어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용도지역지구의 취지와 목적, 정의에 입각하여 지정했을 테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규제 수준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역사문화경관의 보전과 형성, 관리가 곤란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역사문화경관은 하나 혹은 둘 이상의 문화재나 문화재적인 가치가 있는 유형과 무형, 그리고 사람에 의해 주변의 자연환경, 인문환경과 함께 어우러져 형성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함께 어우러져 형성되는 경관’이라는 관점에서의 ‘보존, 형성, 관리,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고도보존법에 의한 古都로 지정된 경주, 공주, 부여, 익산의 경우는 물론,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 이곳 저곳에 흩어져 존재하고 있는 많은 종류의 문화재나 문화재적인 가치가 있는 것들이 그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고, ‘개발’이라는 파고에 밀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여행이 자유롭게 된 이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역사문화경관이 우수한 외국에 많이 다녀오면서 의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같은 수준의 문화재가 있다 해도 그 주변 환경은 다른 나라처럼 고즈넉하거나, 역사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거나 하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역사문화경관이 잘 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전문가의 눈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이나 방문객 혹은 관광객이 그 곳에 와서 역사문화경관을 보고난 후의 감탄사로 결정되는 것이다. 역사문화경관에 대해 좋거나 좋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즉시적이고 직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미(美)적인 수준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접하고 느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러한 환경 속에서 이어지는 전통과 풍습은 곧 지역의 개성과 특성을 형성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이바지한다. 또한, 이것은 이번 정권에서 내세운 ‘창조경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다양한 컨텐츠를 활용하여 국가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그 인문학적 기반이자 근간이 된다.
특히 해외 선진사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역사문화적인 장소와 건물, 시설 등을 훼손하거나 없애지 않고 리모델링 등을 통해 그 가치를 보존하고 유지하면서, 현대에 맞는 용도로 활용하여 일자리 창출은 물론, 새로운 경제산업분야를 일구어내는 인큐베이터역할을 한다. 요사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그러한 사례들이 언론매체를 통해 가끔 보도되지만, 선진사례가 보여주는 그러한 수준을 좇아가기에는 아직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
역사문화경관은 이렇게 도시를 재생하거나, 지역을 활성화하는 데까지 그 단초와 내용을 제공하는 든든한 도서관과 같은 것이다.

 

오민근(한국조경신문 편집주간·지역과 도시 창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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