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과 정원을 디자인하는 그람디자인… 다양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협업 시스템, 순천만에서 시너지 효과 발휘

순천만박람회 출품, 수상한 작품만 3점…K-Water, 어느 선비의 느린정원, 네이처다이닝 등 관람객의 눈 사로잡아

정원디자인은 시행착오가 중요…정원을 디자인하고 싶다면 삽부터 꽂아봐라, 경험을 많이 해야 정원디자인 노하우 축적

IMF 세대라고 불리는 96학번, 고등학교 재학시절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전공은 조경을 선택했다. 배움은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는 것이 기초가 되듯, 자신이 선택한 조경은 지금의 업이 됐다. 6년 전 그람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 젊은 가든디자이너, 그람디자인 최윤석 대표를 만났다.

- 조경과 정원 설계를 언제부터 시작했나?
“사실 가든디자이너라고 하면 수십 년의 경력과 내공이 쌓인 분들이라 생각해요. 솔직히 가든디자이너라는 칭호를 붙이기가 민망하기도 하네요. 설계를 하면 시공도 같이 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서 3년 전부터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와 협업형태로 하다 보니 별도로 ‘정원사 친구들’이라는 이름을 만들었죠. 기본은 설계나 디자인하는 것이지만 정원작업을 시작할때는 같이 일하는 형태라고 할까요.”

- 그람디자인의 가든디자인은 어떤 특징이 있나?
“가든디자이너라고 하면 디자인과 함께 식물의 생리부터 식재방법 등 다양한 범위에 박식해야 한다고 봐요. 이런 점에 비교하자면 그람디자인은 개별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것이 특징이죠. 디자인이 강한, 또는 식물에 강한, 시공에 강한 사람들이 모이니 시너지효과가 일어난다고 해야겠죠. 이것이 저희 회사의 강점이라 생각해요.” 

▲ (주)그람디자인 최윤석 가든디자이너

- 지난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서 소위 ‘대박’ 아니였나?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죠.”  

- 어떤 작품을 출품했는지?
“수자원공사 공모해 대상을 받은 'K-Water'라는 작품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출품했죠. 실외정원에서는 작가정원 중 'Nature-Dining', 실내정원에서는 ‘어느 선비의 느린정원’ 등 총 세 작품을 선보였죠.”

- K-Water는 어떤 내용의 작품인가?
“저희는 아이디어를 돋보이는 것을 좋아해요. 수자원공사에서 정원 공모할 때 폭포, 분수 등 물을 주제로 한다는 것은 기본일 것으로 예상하겠죠. 하지만 이것은 물의 소비이고 낭비라고 저는 생각했죠. 그래서 ‘물을 소중하게 다루는 기업의 이미지를 담자’라는 땅이 물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으로 접근했습니다. 결국 수자원공사에서 만장일치로 선정했죠.”

- 순천만에서 인기 높은 작품은 다른 것 아니였나?
“네이처 다이닝이랑 어느 선비의 느린정원이요. 이 작품은 2011년도에 순천만조직위원회에서 실내‧실외정원 공모에서 각각 은상과 대상을 수상한 작품들이예요. 사실 K-water도 이 두 작품의 수상 경력이 도움이 되어서 수자원공사 공모전에 선정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 실내정원에 있는 ‘어느 선비의 느린 정원’은 어떤가?
“핵심 아이디어가 수묵화를 실제 정원에 투영한 방법이예요. 스크린 뒤에 대나무를 식재해 투영된 모습을 그렸죠. 한편의 수묵화라 할 수 있어요. 관람객의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정원을 만든다고 하면 알록달록한 면에 중점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죠. 저는 예전 선조들의 별서라는 정원을 만들 때 산 속이나 야생을 돌아다니면서 약초를 캐 달여 먹는 그런 느낌을 표현하려 했어요. 그래서 화려한 초화류를 안 쓰고, 화단을 풀이나 실용적인 식물들을 식재해봤어요.  선비가 이런 약초들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와 문방사우, 다도 등 전체적으로 역동적이지 않고, 정적인 것을 표현했어요.”

- 이런 창의적 표현의 소스(source)는 어떻게 얻나?
“잘 생각 안 해봤는데….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요. 기존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스터디를 해놓은 소스들이 있어요. 다른 곳에 적용되지 않는 그런 것들을 데이터로 보관해 놓고, 맞는 현장이 나오면 아이디어를 꺼내 적용하기도 하죠. 정원을 디자인할때는 조경, 건설에 국한되지 않고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다른 분야라면 어떤 분야가 있을까?
“조경회사라고 해서 조경만하는 것은 아니고, 인문학 등 다른 분야의 실용성에서 나올 수 있어요. 인터넷에서 정치 관련 기사를 보다가도 나올 수도 있거든요. 중요한 것은 어떤 분야에 콘셉트를 뽑아내야 한다면 정원자료만 보는 것은 한정적일 수 있죠.”

- 정원을 디자인한다면 도움이 될 것은 무엇이 있을까?
“사실 이런 질문에 고민이 많이 돼요. 보통 정원디자이너들은 조경, 원예, 가드닝 등을 전공하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또 10년 가까이 자기 집 마당에 정원을 가꾸다 그 자체가 업이 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이 작가들과 만나 정원을 만드는 것을 보면, 제가 배운 지식들과 다른 효율적이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부분들이 있어요. 이런 분들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은 과정이 발판이 됐을 것이라 생각해요.”

- 그러면 시행착오를 겪으라는 말인가?
“그렇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삽부터 꽂아보세요.’ 만들어보는 것이 자기의 경험이 된다고 봐요. 정원은 결과물이 아니고, 계속 가꿔서 축적되는 것이니 이것을 명심했으면 해요. 어떤 것을 봐야 되느니, 무엇을 공부해야하는 것보다 가장 중요한 점이라 지적하고 싶어요.”

- 선호하는 식물 소재가 있나?
“배롱나무와 이끼요. 배롱나무는 숲을 만드는 효과가 크고, 한국의 기후가 나무 생육에 잘 맞춰져 월동만 잘하면 좋아요. 또 수형을 잘 골라 쓰면 개인정원에 추천할만한 나무예요. 또 초화보다는 이끼류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처음에 그 특성을 몰라 식재하고 나서 실패하는 경험이 많았죠. 하지만 자꾸 연구하다보니 되더라구요. 특히 초화류와 혼재식재했을 때 주는 야생적인 느낌이 좋더라고요.”

- 이렇게 정원을 만들다보면 최근의 정원동향에 대해 예상할 수 있지 않나?
“동향보다는 바라는 것이 있어요. 정원공사 의뢰를 받고 클라이언트(Client)와 저와의 공통인 생각은 현재의 정원을 갈아엎고 싶다는 거예요. 이때 자재의 실용적인 부분을 클라이언트에게 알려주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로 아이들이 갖고 논 장남감으로도 정원을 만들거나 꾸밀수 있거든요 이런 기술적인 부분들이 많았으면 해요.”

- 정원자재들의 종류에 대해 따로 공부하는게 있나?
“가끔 일본 자재박람회에  구경하러 가요. 보통 조경시설물로 쓰이는 퍼걸러 등은 이제 그 시설물이 구체화돼 수많은 제품들이 나오지만 사실 작은 제품, 예로 수도꼭지 같은 경우는 그 모양이나 형태들이 별로 없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일본은 수십 가지 수도꼭지들이 있더라구요. 세밀한 것들이 많다는 것도 정원디자인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 정발산동K씨댁주택정원
▲ 도시농부타운하우스(파주)C씨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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