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화(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주로 열대와 아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야자수는 온대지방에서 이국적인 경관을 연출하기 위해 가끔 식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말부터 제주도에 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일본 큐슈가 원산인 종려나무가 대부분이었으나 이후 워싱턴야자(Washingtonia sp.), 카나리아야자(Phoenix canariensis), 부티야야자(Butia capitata) 등 상대적으로 내한성이 강한 수종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제주도에 국한됐던 식재 지역도 점차 남해안으로 확대됐고, 최근에는 서해안은 충남 안면도까지 동해안은 강원도 강릉까지 확대돼, 조경수로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야자수는 단자엽식물로서 쌍자엽식물인 일반적인 목본식물과는 다른 생장 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관리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이번 회에는 야자수에 대한 식재 및 관리요령을 소개하고자 한다.

야자수의 생장특성
일반적으로 야자수는 대부분 열대와 아열대지방에 분포하고 있으며, 200여 속 2600여 종이 확인되고 있다. 야자수는 줄기의 꼭대기에 있는 생장점에서 세포가 증식하면서 수고생장이 이루어지고 이때 만들어진 여러 개의 관다발이 줄기를 형성하며, 수간에는 형성층이 없기 때문에 일단 목질화되면 더 이상 직경이 굵어지지 않는다.
잎은 줄기 꼭대기에 모여 나며 수고가 생장함에 따라 오래된 잎은 떨어지게 된다. 꽃이 피는 시기는 발아 후 3년에서 10년 정도로 수종에 따라 차이가 크며, 수명은 700년 이상 생존하는 종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50~100년 정도 된다. 뿌리도 줄기와 마찬가지로 직경이 굵어지지 않으며, 오래된 뿌리는 수간의 기부에 있는 발근구역(發根區域, root initiation zone)에서 새로이 발생하는 부정근(不定根, adventitious root)에 의해 대체된다(사진 1).
야자수는 뿌리가 활용할 수 있는 영양소, 특히 칼륨의 양만큼 녹색 잎을 유지하기 때문에, 칼륨이 부족하면 녹색의 잎이 감소하고 기존 잎이 조기 노화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이식 사전 준비
식재될 야자수는 건강하고 활력이 좋아야 하며 수간에 모래시계의 허리처럼 가는 부위가 있거나 정단(頂端, terminal) 아래가 연필 촉처럼 가는 것은 식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러한 야자수는 과거에 물이나 양료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의 생장을 제약하고 약한 부위가 부러지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야자수는 보통 배수가 잘되는 사질토양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에 굴취 전에 관수를 해 토양 수분을 높여주면 근분을 제작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야자수가 고사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배수불량에 의한 과습이므로 식재지 토양은 적절한 수분이 공급되면서 배수가 잘돼야 하므로, 배수가 불량하면 둔덕(berm)을 조성하거나 배수관을 설치해야 한다.

 

 

▲ [사진1] 수간의 기부에 위치한 발근구역에서 뿌리가 발생한고 있는 모습.

뿌리의 생육특성을 고려한 이식 작업

 

뿌리의 생육특성을 고려한 이식 작업 대부분 야자수는 이식과정에서 뿌리가 절단되면, 절단된 부위에서 뿌리가 재생되지만, 일부 야자수는 뿌리에 상처가 발생하면 해당 뿌리 전체가 고사하고 발근구역에서 새로운 뿌리가 발생해 이를 대체한다. 따라서 근분을 제작하고, 잎의 수를 줄이는 이식 과정뿐만 아니라 이식 후 사후관리를 할 때에도 해당 수종의 뿌리생육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워싱턴야자, 코코넛야자(Cocos nucifera), 대왕야자(Roystonea sp.) 등과 같이 뿌리를 재생시키는 야자수는, 수고 5m 미만을 기준으로 수간으로부터 반경 20cm 크기의 근분을 제작하고, 크기에 따라 키워나가면 된다. 그리고 식재 후 주기적으로 관수를 해준다면 잎을 제거하지 않아도 되는데, 만약 어느 정도 자란 야자수를 무덥고 건조한 한여름에 이식하는 경우에는 일부 잎을 제거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야자수는 이식하기 6∼8주 전에 단근을 해주면 새로운 뿌리 발생을 자극시켜 이식 쇼크를 감소시키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제주도에서도 심고 있는 캐비지야자(Sabal palmetto)의 경우, 굴취 중에 절단된 모든 뿌리는 수간의 발생지점에 이르기까지 전부 고사하므로, 약 8개월간 뿌리가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따라서 굴취할 때 잎을 모두 제거하거나, 미리 용기에 이식해 새로운 뿌리를 발생시킨 다음 식재하면 잎을 제거하지 않고도 이식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근분 취급 및 운송
근분은 다른 수목들과 마찬가지로 습도를 유지해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잎은 보통 생장점 둘레로 모은 다음 묶어주는데 이렇게 하면 정아를 보호하고 증산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뿌리가 형성될 때까지 적어도 8개월 동안 이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므로 묶을 때 생분해성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식재
야자수 식재는 다른 교목 식재와 다르지 않다. 식재 깊이는 원래 자라던 수준 또는, 수간에서 발근구역을 확인할 수 있으면, 이 구역의 상단까지 흙은 덮어주는 것이 좋다(사진 1). 전문가들은 야자수 식재 실패의 두 가지 주된 요인으로 심식과 배수불량을 들고 있다. 배수가 불량한 부지에서 깊게 심으면 치명적이며, 배수문제가 없어도 너무 깊게 심으면 망간이나 철분 결핍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얕게 심어도 뿌리 내림이 불량해 지표 높이에서 쉽게 부러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되메우기는 구덩이에서 나온 흙을 개량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사질토나 사양토로 되메우면 지주목 설치 필요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뿌리 주변을 단단하게 되메우는 작업이 끝나면 근분 주위에 물을 흠뻑 줘야 한다.
야자수는 일반적으로 모래성분이 많고 바람이 강한 해변 지역에 심기 때문에 초기 8개월 또는 새로운 뿌리가 형성될 때까지는 지주목으로 지지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때 명심할 것은 야자수에 생긴 상처는 치유되지 않기 때문에 못이나 나사못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식재 후 관리
식재된 야자수에 대해 가장 중요한 사후관리 작업은 관수다. 배수에 문제가 없는 토양인 경우 첫 생육기에는 일주일에 1∼2회 정도, 이후에는 날씨에 따라 매달 한 번씩은 관수해 주는 것이 좋다. 하와이에서는 초기 6개월 동안 적어도 격일로 관수를 해 준다고 한다. 식재 후 첫 생육기 동안 덥고, 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경우에는 수간이 수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잎과 수간에 분무를 해줄 수 있는데, 일부 종에서는 푸른곰팡이균에 의한 줄기썩음병(Gliocladium Pink rot) 발생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이식 후에 여러 가지 미량원소를 엽면에 살포해주면 흔히 발생하는 미량원소 결핍을 사전에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권장되며, 이때 전착제와 함께 요소(尿素, urea)를 첨가하면 살포효과를 높이고 질소도 공급할 수 있다.
식재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발근구역에서 새로운 뿌리가 나오는데, 이들이 손상되면 야자수의 수세가 크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야자수 주변에서는 끈이 달린 예초기(刈草機, trimmer)나 큰 낫의 사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런데 제주도 외 국내 다른 지역에 식재된 야자수는 전반적으로 생육이 부진한 편이며 겨울에는 동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해 줘야하기 때문에(사진 2·3), 이들 지역은 야자수가 생육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 식재한 다음 지속적으로 높은 관리비용을 지출함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없는 야자수를 심는 것보다, 보다 쉽게 구할 수 있고 적은 관리비용으로 많은 편익을 누릴 수 있는 현지 적응이 검정된 수종을 식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 [사진2] 겨울철에 동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는 부산에 식재된 야자수

 

 

▲ [사진3] 겨울철에 동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는 강릉에 식재된 야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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