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송 studioDMG 대표

‘조경가(Landscape Architect)’라는 말은 1858년 미국의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와 칼베르 보가 처음 사용한 이후 보편화됐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150여 년이 흐린 지금까지도 한국에서는 ‘조경가’라는 단어에 생소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 조경인 조차 ‘조경가’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조경가’란 단어를 보다 널리 알리고, 신진 조경가를 발굴하기 위해 준비한 ‘조경가 이야기’의 첫 번째 주인공은 젊은 조경가 이한송 studioDMG 대표이다. 지난 10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생활을 마치고, 2년 전 한국에 정착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경가로의 성장을 위해 전진하고 있는 이한송 대표를 만나 그의 생각과 목표를 들어봤다.


조경가 이한송과 studioDMG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경가로서, 도시설계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최근 2년 전 부터 한국에 정착해 활동하고 있다.
회사의 이름인 studioDMG의 DMG는 ‘design in the middle ground’란 뜻으로, 도시 내 갈등지역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자면 복잡한 현대도시의 갈등지역,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을 미들 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고 나는 그곳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DMG는 내가 도시설계에 있어서 추구하는 바이다. 또한 조경설계에서는 Timeless design을 선호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오랜 기간 동안 좋은 평가를 받는 디자인이 있다. Timeless design은 오랜 기간이 흘러도 절대 지겹거나 촌스럽지 않다. 조경프로젝트에서는 그런 디자인을 추구한다.

조경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 가우디 성당에 관한 록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사실은 건축과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우연하게도 조경학과에 입학하게 됐고, 조경에 대해 매력은 느꼈으나 본질에 대해 잘 모르는 학부생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기회가 닿아 미국으로 떠나게 됐고 미국에서 다양한 교류를 통해 조경의 본질에 대해 파악하게 됐다. 우연한 계기로 조경을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창의력을 발휘하는 조경의 분야가 적성에 맞았기에 힘들었던 유학생활도 가능했고, 지금까지도 조경가로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처음 하버드에 입학했을 당시가 기억에 남는다. 하버드에서는 다른 학문을 배우는 학생들과도 서로 교류하고 함께 교육받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때문에 조경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도 교육에서부터 이런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고 벽을 치고 방어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대화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한 생각으로 공간작가협회를 만들게 됐나?
공간작가협회는 처음에 도와주다가 함께하게 됐고, 과분하게도 올해부터 회장직을 맡게 됐다. 조경가·건축가·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공간작가협회는 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이다. 조경계 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 산업분야에서는 서로 배척하고 각자의 업역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물론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협회는 그와 반대의 관점인 ‘서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색다른 관점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서로 경쟁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는 관계로 바라보고 함께 하고 있다. 이 모임에 나가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에 항상 즐거우며 배우는 것도 많다.

지금껏 조경설계를 하며 가장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면?
미국 회사에 근무할 때 미국·중국·중동·캐나다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일했었고, 두바이 ‘버즈 칼리파’에도 참여했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 남는 일은 studioDMG 사무실 문을 열고 처음으로 했던 프로젝트인 San Francisco Sea Cliff Residence이다. 4층 규모로 언덕 지형에 지어진 모던한 주택의 정원을 설계했다. 원래 3주 정도 만에 끝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무려 2달 반이나 미국에 머물렀으며, 디자인 감리(CA)를 위해 매일 현장을 찾았다. 그만큼 작은 부분까지도 하나하나 신경 쓰며 정원을 조성했기에 기억에 남는다.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조그만 파크렛(Parklet)을 설계하고 있다. 파크렛은 200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거리 공원화 프로젝트인 Pavement To Parks의 일환으로 노변 주차장을 공공 공원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공원을 만들기 위해 노변 주차장 앞의 상가 주인이 주에 신청하고,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조경공간으로 조성한다. 공원조성을 위해 드는 비용은 상가 주인 등 민간의 기부로 이뤄지며 이 공간은 공공 공원으로 활용된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뉴욕과 LA 등으로 퍼지고 있으며, 현재 미국 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상가 주인 등 민간에서 공공 공원을 만들어서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상가 측에서는 상가 앞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공 공원이 생기게 되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실질적인 매출도 크게 오르게 된다. 때문에 민간에서는 파크렛을 더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주에서는 차량의 통행과 사고 위험 등을 면밀히 따져서 허가를 내주고 있다.

재미있는 프로젝트 같다.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경제 성장이 주춤해지면서, 공공 부분의 재원이 부족해지는 것은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이다. 하지만 미국은 뉴욕 하이라인공원이나 새로운 도시 공간인 파크렛처럼 민·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재원 마련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지자체에서 무조건 돈을 안 쓰려고 하면서, 전문가 재능기부 등으로 비용 절감을 하려고 한다. 이러한 점은 양국 간 정치, 행정 시스템의 차이인 것 같다.

최근 한국에서는 ‘정원 문화’가 이슈이다
처음에는 건설업의 부분으로 시작했지만, 환경문제를 다루는 생태로서의 조경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대중적인 문화와 예술로서 조경의 흐름까지 온 것 같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하지만 아직은 초창기이니만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원은 소규모이기에 설계업 자체로서 시장이 형성되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design-build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으로 볼 때 5~10년 정도는 지나야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조경이 대중화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조경설계의 위기와 극복방안에 대해서 말해본다면?
조경 설계비의 단가가 낮다는 것은 모든 설계사에서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실비정액가산 방식’이다. ‘실비정액가산 방식’은 선진국 서비스업의 근간이며 인건비와 제경비, 이윤이 적합하게 구성돼 있다. 물론 아직까지 사회적 합의가 없기에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또한 공사비 요율이 6~18%까지는 높아져야 한다. 모든 서비스 산업은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이윤 등을 고려해야 하기에 이 정도의 요율은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수준의 요율이 적용되고도 설계사무소가 운영됐던 것은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이 많이 줄었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조경설계업을 문화 서비스 산업으로 인식하고, 진흥법을 제정해 점진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부합하게 설계비 요율을 인상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스스로 가치를 높이고, 설계와 시공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디자인 감리(Construction Admistration)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제도상 설계가가 시공과 관련해서 퀄리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때문에 CA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올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큰 목표는 없다. 다만 공간작가협회에서 추진 중인 전시회, 출판, 콘퍼런스 등의 사업이 무사히 진행되길 바라며, 개인적으론 작년에 했던 프로젝트보다 더 큰 규모로 만들어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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