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예부터 좌안동 우함양이라는 말이 있듯이 안동과 함양은 선비의 고을로 유명하다. 선비문화가 있고 천년의 숲과 시원한계곡이 있는 곳, 그리고 여름축제인 산삼축제가 열리고 있는 경상남도 함양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보자. 함양은 명산인 지리산자락에 위치하고 있고 산 높고 물 맑은 청정계곡이 많아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함양은 신라 진성여왕 때 조성한 상림 숲이 있고,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한 용추계곡과 화림동계곡이 있다. 또한 선비고을답게 남계서원과 청계서원이 있으며,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귀연정, 동호정, 농월정에 이르는 선비의 길은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에게 좋은 볼거리와 문화적 체험거리를 제공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함양의 명소는 상림 숲에 관한 이야기다. 지리산과 덕유산 중심에 자리한 상림 숲은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산책하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기도 하다. 상림 숲은 함양읍 내 외곽에 만들어진 인공 숲으로 신라 진성여왕 때 함양태수로 부임한 고운 최치원이 백성들을 동원해 둑을 쌓아 물길을 읍내 외곽으로 돌리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한다. 당시에는 이 숲을 대관림(大館林)이라고 이름 지어 잘 보호하였으므로 홍수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상림 숲 면적은 약 21Ha로써 숲의 길이는 1.6Km에 달하며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울창한 상림 숲에는 120여 종 2만 그루의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져 봄의 신록과 여름의 녹음, 가을 단풍과 겨울의 설경들을 연출한다.

▲ 함양 상림숲

상림숲은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면서 천연림으로서 자연스러움을 갖추고 있어 숲에서 들리는 새소리, 개울물 소리와 다람쥐가 도토리를 찾아노니는 모습을 보면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관광객들은 도시생활에서 지친피로감이 싹 가시게 되고, 숲속에서 뿜어 나오는 맑은 공기는 관광객들의 몸과 마음을 말끔히 치유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또한  상림 숲 옆에 최근 조성한 연꽃생태정원의 여름은 흙탕물을 자양분으로 하고 있는 연꽃들은 순수하고 향기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고, 주변에는 꽃 중에 꽃이라 하여 군자라 불리는 홍련과 백련의 자태는 옛 선비들의 풍류를 느끼게 한다. 매미소리와 풀벌레소리는 자연의 향기와 속삭임으로 도시민들을 유혹하고, 연꽃정원에는 징검다리도 있고 나루터도 있다. 나루터에서 활짝 핀 연꽃을 만져볼 수도 있어 이른 아침이면 연꽃잎에 방울방울 맺힌 옥구슬을 담기위하여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연꽃정원 옆에는 3000여 평의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고, 야외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어 이 고장 사람들의 문화 체험과 휴식 공간뿐만 아니라 함양의 대표적 관광자원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두 번째 소개 할 함양의 명소는 용추계곡과 화림계곡에 관한 이야기다. 용추계곡은 맑은 청정계곡과 울창한 원시림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용추계곡에는 화난 용이 몸부림치듯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사방으로 물방울을 튕겨내며 장관을 이루고 폭포수 앞에 서있으면 금방 더위를 잊게 해준다. 용추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수정처럼 맑은 물과 조화를 이루는 계곡주변의 절경은, 그만 자리에 주저앉아 천년만년 살고 싶어지는 무릉도원이다. 용추계곡은 이름 모를 풀벌레소리와 새소리가 하모니를 이루고 힐링을 위해 떠나온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여름철 피서객들은 용추계곡에 들어서면 고향에 계시는 어머님의 품안에 안기듯 따듯하여 그냥 옷을 훌훌 벗고 벽계수에 몸을 던지고 싶어지는 충동을 갖게 된다.

화림동계곡은 해발 1508m의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금천(남강의 상류)이 서상-서하를 흘러내리면서 냇가에 기이한 바위와 담·소를 만들고 농월정에 이르러서는 반석위로 흐르는 옥류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굽이굽이 흐르는 화림동계곡은 장장 60 리에 이르고, 우리나라 정자문화의 정수를 보는 것과 같이 계곡에는 넓은 암반 위에 수많은 정자들과 기암괴석으로 어우러져 있다. 옛적에는 화림동계곡이 과거를 보러 떠나는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60령을 넘기 전 지나가야 했던 길목으로 8개의 못과 8개 예쁜 정자가 있어 ‘팔담팔정(八潭八亭)’으로 불렀다.

세 번째로 소개할 함양의 이야기는 서원들에 관한 것이다. 함양은 선비의 마을답게 절개가 높은 선비들이 초야에 묻혀 후학들을 위하여 학문을 가르치던 서원들이 많은 고장이기도 하며, 정자와 누각이 100여 채가 있다. 선비들이 이곳 정자나 누각에서 벗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학문을 논하거나 한양 과거 길에 오르는 선비들이 잠시 머물러 주먹밥을 먹던 곳이기도 하다. 함양에 대표적인 서원으로는 남계서원과 청계서원이 있다. 남계서원은 조선 명종7년(1552)에 개암 강익이 일두 정여창 선생을 기리기 위하여 창건하였다고 한다. 남계서원은 백운동서원(소수서원) 다음으로 세워진 유명한 서원이기도 하다.

네 번째 소개할 함양의 이야기는 선비들의 풍류와 멋이 깃들여 있는 선비의 관한 이야기다. 현재는 농월정터-동호정-군자정-거연정을 나무다리로 이은 6.2㎞ ‘선비문화탐방로’가 개설되어 있어 옛 선비들이 지나쳤던 숲과 계곡, 정자의 자태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다리를 걷다 정자가 보이면 잠시 쉬어가면 된다. 정자 앞에는 크고 납작한 바위가 작은 들판처럼 펼쳐져 있다. 바위 이름들도 낭만적이어서 ‘달이 비치는 바위 못 이란 뜻의 월연암(月淵岩)’과 ‘해를 덮을 만큼 큰 바위인 차일암(遮日岩)’이 풍광을 아우른다. 물살이 움푹 파 놓은 웅덩이들에 물이 들어차 잔잔한 얼룩무늬를 이룬 바위 위 모양이 신비롭다. 이곳에 막걸리를 쏟아 붓고, 꽃잎이나 솔잎을 띄워 바가지로 퍼 마시는 이도 있다고 한다.

선비의 길인 선비문화탐방로에 들어서면 농월정(弄月亭)이 수많은 반석들과 자연의 조화를 이룬다. 조선 선조 때 문과에 급제하여 예조참판을 지냈으며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진주대첩에서 장렬히 전사한 이 고장 출신 박명부 선생이 풍류를 즐기며 세월을 낚기도 했다는 곳으로 후세 사람들이 박명부 선생을 기리기 위하여 지은 농월정은 ‘달 밝은 고요한 밤에 암반의 냇물에 비친 달빛과 달은 한 잔의 술로 희롱 한다‘는 뜻에서 이름이 지었다 한다. 이처럼 선비들의 풍류와 멋을 감추고 있는 농월정은 애석케도 2003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소실되어 아쉬움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농월정 주변경관이 뛰어나 지금은 국민관광단지로 지정이 되어 자연속에서 힐링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계속해서 화림동계곡을 따라 가면 동호정이 나온다.

동호정은 조선 선조 때 성리학자인 동호 장만리(章萬里)의 공을 추모하기 위하여 1890년께 후손들이 중심이 되어 건립한 것이다. 이곳은 장만리가 임진왜란 때 왕을 등에 업고 의주에서 신의주까지 피란하여 후일 선조가 그 충절을 가상히 여겨 황산마을 입구에 비각을 세워준 곳이다. 동호정을 뒤로하고 1km가량 더 오르면 또 하나 정자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름 하여 거연정(居然亭) 이름 그대로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하는 옛 선비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거연정 주위에는 바위를 뚫고 자라는 거대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또 바위틈 곳곳에 피어 있는 꽃들도 행인의 바쁜 발걸음을 놓아주려 하지 않는 그야말로 자연경관 속에 정자가 들어가 있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이다.

거연정은 1613년에 중추부사를 지낸 전시숙의 공적을 기리기 위하여 후손들이 건립한 것으로, 화림교의 구름다리에서 내려다보는 검푸른 계곡에 움푹패인 웅덩이와 기암괴석의 암반은 거연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거연정 50m 아래에 있는 군자정은 조선 성종 때 성리학자이며 조선5현의 한 사람인 정여창 선생을 추모하기 위하여 후세 사람들이 세운 것으로 선비들이 계곡을 끼고 앉아 시문을 주고받았던 곳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함양의 이야기는 힐링을 주제로 개최되는 최고 여름축제인 ‘함양산삼축제’ 이야기다. 함양산삼축제는 올해 8월 1일부터 5일까지 5일간 상림숲공원과 필봉산 일원에서 개최된다. 여유롭게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경상남도 함양은 지리산 1번지답게 산삼이 많이 재배되는 곳으로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여름철 힐링과 웰빙을 만끽하게 해준다. 현대인들은 성인병과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함양은 청정 자연과 건강먹거리가 가득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함양산삼축제’를 열고 힐링하고 싶은 여행객을 환영하고 있다.

삼국시대 최대의 산삼 생산지였던 함양은 진시황이 불로초인 산삼을 구하기 위해 서복을 보낸 곳으로 전해진다. 게르마늄 토양으로 산삼과 약초의 품질이 뛰어난 함양은 예부터 산삼이 많이 자생해 전국의 심마니가 찾고 있으며 지금도 깊은 산 곳곳에는 심마니 움막, 산신제단 등이 남아 있다. 현재도 해마다 수천만 포기의 산삼을 심어 재배하고 있다. 함양산삼축제는 ‘천 년의 숲으로 떠나는 웰빙건강 산삼여행’으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심마니가 돼 산양삼을 직접 캐서 가져갈 수 있는 산삼캐기 체험과 5년근 산양삼으로 직접 산삼주를 담그는 산삼주담아가기 체험, 산양삼을 화분에 심어 집에서 길러볼 수 있는 산삼화분 만들기, 초대형 산삼 비빔밥 시식체험 등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함양은 물 좋고, 공기 좋은 고장이다. 함양은 천연의 청정계곡과 풍류를 즐기던 정자와 서원들이 100여 곳에 산재해 있는 선비의 고을이며 힐링하기 좋은 고장이다. 올여름은 함양에서 선비들의 향기와 새소리 물소리, 숲의 소리를 들으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진정한 의미에서 참살이가 아니겠는가?

▲ 용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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