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우리나라는 1876년에 외세의 강압으로 일본과 강화도조약을 체결함으로서 종전의 봉건적 쇄국정책을 버리고 서양문화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때 인천은 개화시대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수도 서울의 관문역할을 톡톡히 하게 되었으며, 인천항은 등대, 철도 등 개항장 주변으로 각종 신문물이 쏟아졌고, 또한 인천은 전국에 근대 문물을 전하는 통로 역할을 하면서 개화(開化)기를 꽃피웠다. 비록 개항의 시작은 세계열강들의 이익 다툼에서부터였지만, 인천은 근대사 개항기 문화를 꽃피운 곳으로 소중한 근대사적인 문화관광자원을 지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천은 근대사회를 시작하게 된 개화기의 창이요 개화문화의 근원지다. 필자는 이번호에서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이색 박물관인 짜장면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한국 속의 중국이라 불리는 인천 차이나타운은 1884년 4월 '인천화상조계장정(仁川華商租界章程)'이 체결되면서 개항장(開港場)에 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을 하면서 거주할 수 있는 치외법권지역으로 설정되면서 부터다. 또한 같은 해 10월 청국 영사관이 이곳에 세워지고 중국의 건축 방식을 본뜬 건물이 많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부터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차이나타운'이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처음에 교자점이나 호떡집, 그리고 고급 청요리집 등이 장사를 하면서부터 차이나타운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국내 최초로 조성된 중국인 마을이다. 오늘날 차이나타운이 유명 명소가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동안 눈물겨운 화교들의 삶의 애환이 서려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청나라에서 들어와 인천에 정착한 화교들은 당시 조선이 청나라 속국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청나라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조선에서는 귀한 물품인 비단, 광목, 농수산품 및 경공업물품을 수입하여 엄청난 수익을 얻기도 하였다. 또한 청나라 화교들이 인천지역으로 들어와 정착하게 된 것은 인천과 산동성간에 뱃길이 열리고, 조선은 돈벌이가 잘되는 곳으로 청나라에 소문이 나면서부터이기도 하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130년 넘는 역사 동안 화교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중국풍 건물과 생활양식들이 돋보이는 차이나타운은 붉은색 건물마다 홍등을 내건 모습을 볼 수 있어 중국의 이미지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차이나타운 골목길을 따라 들어서면 중국의 어느 작은 도시를 여행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따라서 인천 차이나타운은 중국관광객이 즐겨 찾는 필수 관광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차이나타운은 개항 당시 주요 유적들이 잘 관리되고 있는 곳으로 일본과 중국뿐만 아니라 당시 교류가 이루어졌던 서양 국가들 건축물도 볼 수 있는 근대적 문화가치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화교들은 이곳에 소매잡화 상가와 주택을 짓고, 중국 산동성 지역에서 소금과 곡물을 수입하며 193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짜장면의 기원'인 공화춘, 중화루, 동흥루 등 중국요리 전문점들은 이때부터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한국인에게는 대국인으로 행세하던 화교들은 한국 전쟁으로 거의 파괴되고 전쟁 끝난 후 화교 사회는 한국에서 외면을 당하고, 화폐개혁으로 장롱 속 돈을 모두 신고해야 했고, 1967년 외국인 토지소유권 제한조치가 시행되자 장사를 못하게 된 많은 화교들이 차이나타운을 떠나기도 하였다. 또한 선린동과 북성동 일대에 정착, 그들만의 생활문화를 형성하며 살았지만 화교들만이 경영하던 중국 음식업도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게 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천 차이나타운은 중국관광객들 방문이 늘어나면서 관광명소로 급부상으로 재도약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6·25전쟁 이후 급속도로 위축된 차이나타운은 인천이 대중국 교류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고 또한 21세기 지구촌의 세계화 바람에 힘입어 이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성이 재조명되면서 인천의 새로운 문화와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우리정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정책에 따라 이 지역을 관광특구로 지정하고 정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을 집중 투자하여 본격 개발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관광시설 확충, 상권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중국 상가 조성, 짜장면박물관 조성, 야외 문화공간조성, 중국풍 조형물 설치 등 테마거리 조성과 차이나타운 내 주요 거리 통행 제한, 거리 예술제 실시와 중국어 마을 조성, 기반시설 공사 등 끊임없는 유무형의 관광 인프라 개발과 투자로 인천 차이나타운은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와 같이 인천차이나타운이 인기가 높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알기로 그 이유는 차이나타운에 있는 짜장면박물관과 같은 먹을거리가 있고 중국인들의 국민정서에 의존하는 상징성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면 명물인 짜장면박물관이 있다. 짜장면은 전국 2만 4000곳 중국 음식점에서 하루 평균 700만 그릇이 팔린다는 ‘국민음식’ 으로 개항기 인천에서 처음 탄생했다. 짜장면은 1883년 인천 개항과 더불어 중국 산동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삶은 국수에 된장과 채소를 얹어 비벼먹는 고향의 음식 ‘짜장면’을 소개하면서부터 우리나라 짜장면 역사가 시작되었다 한다.
짜장면은 조리방법이 간단하고 된장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도 점차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중국음식점의 여러 메뉴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짜장면은 한국식 한자 발음은 '작장면(炸醬麵)'이라고 읽혀지지만 중국식 발음으로는 '자장미엔' 또는 '짜장미엔'이라고 한다. '작(炸)'의 중국어 발음이나 한국어 발음은 서로 비슷하고 듣는 사람에 따라 '짜'로 들리기도 한다. 또한 짜장면의 발음은 한국식 발음과 중국식 혼합 되어 '자장면'이나 ‘짜장면’으로 불리고 있다. 원래 '작장면(炸醬麵)'의 작(炸)은 '물에 튀기다'라는 뜻이며, 장(醬)은 된장 등의 발효식품 등을 뜻하고, 면(麵)은 밀가루, 국수라는 뜻으로 우리가 즐겨먹는 자장면을 풀이 할 수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1920년부터 항구를 통한 무역이 성행하면서 중국 무역상을 대상으로 한 중국음식점들이 생겨났다. 중국의 대중음식을 처음으로 접했던 우리 서민들은 신기한 맛과 싼 값에 놀랐고, 청(淸)인들은 청요리가 인기를 끌자 부두근로자들이 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고안해서 만들어 판 것이 지금의 짜장면이다. 짜장면은 볶은 춘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음식요리이다. 짜장면요리의 발전은 1945년 해방 후 화교들은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도록 산동식 짜장면에 캐러멜을 첨가하여 만든 달콤하고 검은 빛이 나는 춘장을 사용하여 한국식 ‘짜장면’으로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또한 1960~1970년 대 쌀 부족에 따른 한국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과 값싼 밀가루 덕분에 짜장면은 더욱 인기 있는 외식메뉴가 되었다. 이 시기에 짜장면은 산업 현장의 근로자들에게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고, 입학식 날이나 졸업식 날 등 뜻 깊은 날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중요한 외식 메뉴가 되었다. 짜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산업화 시대의 전투식량’으로, ‘추억의 음식’으로 평가되고 기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짜장면은 세월을 거치면서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차별화된 여러 종류의 짜장면 요리도 개발되었다. 옛날 짜장은 양파, 양배추, 감자를 굵직하게 썰어서 춘장과 함께 볶다 물과 전분을 넣어 만든 짜장면으로 우리가 흔히 짜장면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옛날 짜장이다. 반면 간짜장은 춘장에 물과 전분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기름에 볶아낸 짜장면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바로 볶아내기 때문에 좀 더 기름진 맛이 느껴진다. 유니짜장은 돼지고기를 곱게 갈아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유니짜장은 모든 재료를 곱게 갈아서 사용하기 때문에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삼선(三鮮)짜장은 3가지 이상의 해산물이 들어간 짜장면을 말하는데 보통 새우나 갑오징어, 건해삼을 넣어서 만들며 재료를 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쟁반짜장은 춘장과 면발을 함께 볶아낸 뒤 커다란 쟁반에 담아내는 짜장면으로 2000년대 들어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하였으며 부추를 첨가해 볶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짜장면을 만들어 팔았다는 옛 공화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개관한 짜장면박물관이 있다. 짜장면박물관은 ‘한국 100대 민족음식문화 상징’이 된 한국식 짜장면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건립된 박물관이다. 짜장면박물관은 상설전시실(7개실), 기획전시실, 유물수장고, 학예실, 자료실 등 박물관으로서의 기능과 관람객 편의를 위한 공간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짜장면 박물관에는 지금도 국내외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작년에도 인천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관광객은 280만 명에 달하고 이들은 필수 코스로 짜장면 박물관에 들러 짜장면을 먹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왔던 박물관은 학습적 효과만 살린 재미없는 전시관들이여서 박물관들은 관광적인 측면에서 매력도가 낮았다. 그러나 짜장면 박물관과 같이 하나의 전문화되고 특화될 경우 작은 소재만으로도 박물관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단순한 역사적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에서 탈피하여 볼거리와 즐길 거리 체험거리, 학습효과가 높은 문화콘텐츠의 다기능 박물관으로 재탄생되어야 관광객들에게서 사랑받는 박물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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