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범 (전남대 교수·(사)푸른길 상임이사)

지난 3월 광주의 푸른길공원 남광주구간이 준공되었습니다. 비로소 2002년 당초 지정된 북구 중흥동 광주역으로부터 남구 진월동 동성중 입구까지 8km에 이르는 푸른길 전 구간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2003년부터 시작되어 그야말로 10년에 걸려 이루어진 조성공사였습니다. 하지만 공원에서는 완성이 없다고 말하듯이, 푸른길공원은 조성과정에서 많은 과제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고 관리를 통해 가꾸어가야 할 더 많은 숙제를 남겨놓았습니다. 그것은 이 공원 내에 한정된 것들이 아니라 도시와 이어지고 공원을 찾고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잇는, "매개"라는 과제일 것입니다.

푸른길공원은 지난 2000년 경전선 철도 도심부구간이 폐선된 이후 2002년 철도에서 공원으로 도시계획시설 변경되어 2003년부터 조성이 시작된 도시근린공원입니다. 유형은 근린공원이라고 하더라도 걸쳐있는 지역이 3개 기초자치구 10개 행정동에 달할 만큼 길고, 폭은 평균 6~8m로 좁아, 일반적인 근린공원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의 공원이지요. 공원의 탄생에는 열악한 철도 주변의 생활환경에 대한 보상으로서 도로나 주차장을 처음의 요구를 희생한 지역주민들의 전향적 참여가 모멘텀이 되었지만, 그 무게에 비하면 푸른길공원에서는 특별한 상징성도 보이지 않고 디자인으로서의 조형과 시설 면에서도 평범한 편입니다(어쩌면 매개를 위해 필요한 것은 평범함일지도 모르겠네요). 최초 기본계획이 수립된 2002년 당시 디자인 공모와 같은 단계를 가지지 못하였고, 기술적인 토지이용계획과 절차상의 조성계획 마련에 익숙한 것이 공원 행정의 전형이라고는 하지만 좁은 폭원과 주변지역과의 관계에서 보면 디자인에 집착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요. 게다가 10년간 지속적으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 재정이 넉넉지 못한 지방도시의 입장에서 소화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죠.

필자는 개인적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10년 이상 푸른길 조성에 관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공원행정이나 그간 푸른길의 조성계획 변경과 실시설계 등에 관계했던 다양한 조경인들의 관점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술로서의 조경분야의 관점과 시민, NGO의 요구 사이에 존재하는 적지않은 간극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10년의 기간이라면 그 갭을 느끼는데 머물지 않고 좁힐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반문해도 어쩔 수 없지만 구간별로 시기를 달리하는 문제이기에 그 또한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미뤄두고 있습니다.

광주 푸른길공원은 그저 녹도(greenway)라는 의미의 푸른길로 줄여 불립니다. 그런데 푸른길은 광주에만 있지 않습니다. 가깝게 광양과 여수를 비롯해, 대구와 마산, 부산, 장항선, 경춘선에서도 철도 폐선부지를 공원으로 지정하고 푸른길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2012년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철도 폐선부지의 총 연장은 약 500km에 달하지만 임대나 관광사업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공원으로 조성한 경우는 극히 일부에 머물고 있습니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이 매입을 하여 도로나 택지조성 등 도시개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경우 어느 정도 공공성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전체 폐선부지 중 일부를 매입한다거나 주변 다른 지역과의 연계성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단순한 유휴부지의 활용이라는 경제적 측면만 강조되는 셈이며, 친환경성이나 근대 산업유산이라는 가치에서는 고려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경분야에서 추진 중인 국가도시공원 제도의 공론화가 장기미집행 공원이나 대형 도시공원을 대상으로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볼 때 폐선부지 또한 국가에서 나서 친환경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해보아야 할 중요한 땅일 것입니다.

(사)푸른길(공원의 조성과 관리에 있어 행정과 시민참여를 매개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에서 2013년부터 단체명 변경)에서는 계절별로 푸른길걷기 행사(푸른길 주변의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산책이지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폐선을 기념하여 푸른길의 날로 지정된 8월 10일 무렵의 여름철 걷기행사의 이름은 땡볕걷기. 하지만 나무그늘이 있기에 매미소리 들으며 끝나가는 여름방학을 마무리하기에는 제법 보람 있는 숲길 걷기입니다. 앞서 푸른길의 조성과 설계에 관계했던 분들에게 함께하자고 했던 숙제풀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공원을 함께 걸어보며 조성 이후의 돌봄과 도시와의 관계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 소박하지만 가장 푸른길 다운 방법일 듯합니다.

그 중간 쯤 남광주역에는 푸른길비지터센터와 푸른길기차(어린이 도서관과 갤러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공원의 저쪽 끝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만나러 가기 전 한숨 쉬어 가는 장소이지요. 공원조성 10년이면 빠르지만 한숨 쉬어가기에 적당한 시간일 듯합니다.

 

▲ 광주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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