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대한민국조경박람회' 동시행사로 한국조경신문이 주관한 '도시 활성화를 위한 '주민주도' 전개할 조경가 역할' 세미나가 26일 코엑스에서 열렸다.

행정이나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주민참여’ 방식이 아닌 지역을 잘 알고 주민의 요구가 반영된 ‘주민주도’로 도시 활성화가 추진돼야하며 이를 위해 조경전문가가 길잡이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2013 대한민국조경박람회’ 동시행사로 26일 코엑스 컨퍼런스룸 308호에서 열린 ‘도시 활성화를 위한 주민주도 전개할 조경가 역할’ 세미나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도시와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붐이 일면서 ‘주민참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각 분야 행정가 및 전문가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재생’을 핵심 국정과제로 꼽아 이와 관련된 사업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주민참여’를 넘어 ‘주민주도’ 시대로의 전환이 필요다고 주장했다. ‘주민참여’는 ‘주민주도’를 위한 필수적 요건으로 낙후된 도심이라는 지역의 현실적 여건을 가장 잘 아는 주민이 주도하고, 전문가가 참여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형태의 체제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 세미나 발제를 맡은 오민근 한국조경신문 편집주간이 도시활성화를 위한 주민주도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세미나 주제발표에 나선 오민근 박사(한국조경신문 편집주간)는 “도시재생은 지금 행정이 다루는 것처럼 유형구분, 공통점 추출 등을 거쳐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현실파악, 해결 및 개성방안, 필요한 정책과 제도·계획·추진주체의 명확화 등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단기간에 행정이나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계획이나 활성화 방안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주민들과 함께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경가는 기존의 ‘조경’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와의 교류를 통해 주민의 의견을 잘 찾아내고 정리해 주민의 뜻이 제대로 전개돼 도심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길라잡이로서의 역할이 중요해 졌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주민참여, 무엇이 문제인가>

“지자체가 사업자금을 지원하고 그 바탕에서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이뤄지다보니 행정의 간섭과 입김이 계속 개입된다. 왜 우리 마을을 만드는데 좌지우지하는 건가”

지자체의 ‘관료주의적 사고방식’과 ‘관행적 사업 추진방식’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이 곤란한 행정체제로 지역 주민의 변화와 민간단체 영향으로 주민참여를 통한 마을만들기 등의 도입을 원하는 추세다.

오 박사 대전, 수원, 목포, 천안, 인천 등 최근 추진되고 있는 원도심 활성화 사례를 들며 “행정체제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사업발주방식, 전문가 참여방식, 주민참여방식 등에 대한 원천적 난관을 이겨내기 곤란한 구조”라며 현재 주민참여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도시재생을 포함한 ‘행정’에서 시작해 전문가에 의해 전개되는 ‘사업’적 관점에서 주민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시 했다.

또한 주민참여와 관련해 전국 수많은 지자체들이 ‘마을만들기’, ‘마을꾸미기’, ‘도시재생’ 등 비슷한 이름으로 조례에 따라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서울이나 수원 등 선행 지자체가 마련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답습, 실제 그 지역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지자체가 추진하는 ‘마을만들기지원센터’ 등도 지자체의 예산을 바탕으로 관이 주도해 나가고 있어 실질적인 주민참여 효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 박사는 “결국 주민참여에 의한 문제 해결이 아닌 소위 ‘유명한’ 전문가나 민간단체 등의 주체에게 문제해결을 위임해 진행되는 형식적 주민참여 방식으로 전개되는 현실”이라고 덧붙이며 ‘주민-행정-전문가’로 구성되는 바람직한 3각 구도의 추진체계 구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민주도 위한 해답은?>

“주민참여는 전문가들과 행정이 주도하는 것, 주민주도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

오 박사는 “주민주도로 이끌어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주민과 충분한 소통을 한 후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참여한 전문가들이 주민의견을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박사는 “예산규모가 큰 사업의 경우 하드웨어 중심으로 전개되기 쉬운 현 사업추진체제로는 우리가 원하는 도시재생 결과 얻기 힘들다. 도시재생 추진 시 누가, 누구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 결여돼 있기 때문에 현재 도시재생 사업은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나 전문가가 사업의 방향과 계획, 방식 등을 정하는 것이 아닌 주민이 이 모든 것을 정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행정과 전문가가 참여해 도와주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청회 같은 방식으로 주민의 설득을 구하거나 일부 주민자치회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간 것이다.

상인들이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상인 스스로 변화를 일궈낸 순천 웃장의 사례와 주민이 직접 참여해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 지원 조례를 만든 의왕시의 사례 등을 소개하며 전문가와 시민, 행정간의 동등한 참여 구조를 강조했다.

오 박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동등한 관계가 되야한다. 주민과 행정의 생각은 서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항상 다르다. 주민들에 의해 발굴된 사업들을 실제로 해결하기 위한 사업들이 어떤 것이 있는가 찾아보고 단계별로 전문가들과 참여해 좋은 예들을 많이 찾아 함께 생각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경전문가 역할, 주민주도 길잡이>

“주민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모른다. 직접 부딪혀야한다. 사회간 언어가 같아야 소통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그러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도시계획, 도시설계 등의 분야가 활발한 활동을 한 것에 비해 조경분야는 아직 상대적으로 참여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는 ‘조경’과 관련한 제도권 교육에서 ‘조경’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한정시켜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 박사는 “조경의 영역을 확장해야한다. 도시는 토목, 건축, 조경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생활, 풍습, 풍토, 문화 등이 융합돼야 한다. 조경만으로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그 분야가 경관, 생태도시, 역사, 무화 등 인문분야 등 역할 분야가 확대되고 있는 조경가는 공간을 다룰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 때 그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의 요코하마 사례를 소개한 오 박사는 “조경 전문가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때”라며 “예술가와 창작가의 정착을 시민사회에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가, 어떻게 재생하고 네트워크를 활성화 시킬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오 박사는 “조경전문가란 학계 족 만이 아니라 업계촉을 포함함에도 행정측에서 ‘사업’ 방식으로 추진하게 되면서 ‘사업비’에 조경전문가의 디자인역량 외에 건설팅에 해당하는 것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일방적으로 그리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며 “조경전문가의 ‘전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조경전문가의 참여의지를 꺾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참여라는 행정에서 추진하기 곤란한 것을 조경전문가가 맡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정당하고 적정한 비용 책정이 ‘사업’의 추진에 따른 결과와 성과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며 조경전문가의 역사수행에 대한 적절한 행정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민주도, 다양한 시선>

이날 세미나에서 ‘주민참여’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서울시 공공조경가를 맡고 있는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은 “주민참여라는 단어가 근래 남발되는 것 같다. 방식과 내용이 달라져야 하는데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 같다”며 주민참여 가치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주도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주민이 주도하는 것이 힘들다. 주민주도와 행정주도의 문제에서 협력체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경전문가 역할에 대해서는 “조경전문가가 해야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조경전문가의 역할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함께 토론에 참석한 서울시 공공조경가인 심성애 스튜디오 디엠지 소장은 캐나다 수학시절 경험을 들어 조경전문가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심 소장은 “캐나다에서는 조경가가 주민공청회에 직접 나선다. 공공의 공간을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의 통로·채널을 열어주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주민참여는 모든 개발 계획의 기본이지만 우리나라는 주민들이 소외되고 있는 것 같다”며 “조경가는 제도적 틀 안에서 계획을 마련하고 지역과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자문위원이기도 한 이강수 생각나무 파트너스 소장은 “관이 주민주도를 지원하고 싶어도 전문가 부족이나 다른 조건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 다시 관이 주도하는 악순환이 연속되고 있다”며 “결국 주민들이 거쳐야하는 단계와 목표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질의응답시간에 세미나에 참석한 방청객들이 “한 지자체가 가로수 조성계획을 주민참여 방식으로 6개월간 마련해달라고 하는데 조언을 해달라” 또는 “주민주도 시 주민들 가운데서도 서로다른 이권과 이견들로 인한 갈등 유발 요소가 있고 행정가들이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오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해결법을 알려달라”는 등의 ‘주민참여’에 대한 각 분야별 현실적인 고민과 조언이 오고가기도 했다.

 

▲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
▲ 정주현 (사)한국조경사회 회장이 축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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