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있는 땅은 비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과 가능성을 담은 땅

▲ 안영애(안스디자인조경기술사사무소장·한국조경사회 부회장)
지난 4월 1일 서울 그린선언의 선언정신과 선언문 그리고 비젼과 방향은 앞으로 서울이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잡은 것 같고 이를 만든 많은 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감사하다.

이런 좋은 방향이 실천단계에서 제동이 걸리거나 중단됨이 없이 지속되어 아름다운 서울,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람이 으뜸 되기를 기도한다.  이번 선언은 기존 방식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방식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툭’하고 떨어졌다기보다는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되는 부분이 많다.

난 그 중에서도 ‘공간에서 사람으로’라는 부분에 공감한다.

공간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고 사람은 공간에 속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먼저일 수는 없이 중요한데 그 동안 우리 서울은 사람보다는 공간을 우선하였던 것 같다. 공간은 쉽게 가시적으로 보여 지는 반면 사람은 사람 수 만큼 많은 변수와 예측 불가능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어쩌면 우리는 접근하기 쉬운 공간, 그것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을 내보내고 백지상태에서 시행하지는 않았나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사회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사업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계속하자니 불확실성이 있고 그냥두자니 마치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아닐까 한다.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방치된 곳이 서울에만 26개소 전국적으로는 400개소, 평균 방치기간은 9.7년이라는 통계가 있다.  공공에서는 용산, 마곡지구, 문정지구, 세운상가 등 사회, 경제 정책변화에 따라 도시의 빈 공백으로 남아 있는 곳이 서울에 산재되어 있어 지금은 비워져 있는 곳이지만 미래의 희망을 품은 곳이기에 좀 더 긴 호흡으로 생각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워져 있어 경제적으로 부담되고 경관적으로 불량해 도시의 위험요소로 남아있기에 빨리 치유하려는 것은 현재 어려움의 어려움을 유발한 개발만능주의의 변형된 모습으로 이는 근본적인 치유가 아닌 연장일 뿐이 아닌가 한다. 당장에 필요한 쓰임새, 사회적 요구가 아닌데 변경한다거나 무엇을 하려고 또 다른 투자를 하기보다 공공재산으로 보고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우리 시대가 아닌 다음 세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토지는 생산할 수 없는 유한자원이 아닌가?  땅이 좁은 우리 국토에서 ‘비워져있는 땅’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는 강박증도 이제는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비워져 있는‘ 땅은 ‘채울 수 있는’ 다시 말하면 희망과 가능성을 품은 땅이라 말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기회를 주지 못하는 이 때 장래 희망과 가능성의 땅을 남겨줄 수는 없는지? 지금의 이 땅마저 경영효율성이라는 ‘현재 목표’로 장래 우리 후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 후손들을 위한 미래가치로 남겨주어 정말 필요할 때 요긴하게 사용하도록 할 수는 없는지?

기업의 가치는 이윤의 추구가 지나쳐 대기업이 이익극대화와 독점, 점유로 만들어지는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얘기한다면 공공의 가치는 무엇인가?  공공에서는 경영효율만을 최고로 한다면 기업의 이윤의 극대화와는 무엇이 다른가? 효율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 공공의 가치가 우선순위로 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은 개발만능주의로 빨리 성과를 내고자 하는 과욕에서 만들어졌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성과주의에 몰두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30여년 전 수원시의 어느 공무원의 말이 생각난다. 지금은 광교개발로 대미를 장식했지만 당시 원천유원지를 잘 해보겠다는 수 십년간의 여러 시도, 그 돈으로 한 평의 땅을 사는 것이 더 날거라는 얘기. 결국 모든 땅은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었던 것 같고 우리의 조그만 안목으로 이리저리 헤집기보다 느긋하게 한 걸음 뒤에 서서 바라보았으면 한다.

그래도 해야 한다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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