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 관광학박사)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관광지가 있다. 그러나 방문하기 전에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 곳을 한번 방문해보면 크게 실망하게 되고, 어쩌면 황당하면서도 썰렁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관광대상물이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이상하기까지 하다.

로마를 세계적인 목적유명관광지로 만든 영화 ‘로마의 휴일’은 영화라는 문화적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게 하였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트레비 분수’대를 등진 채 동전을 한번 던지면 로마를 다시 찾을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번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다는 전설을 간직한 분수와 거짓말을 한 사람은 입안에 손을 집어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진실의 입’으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에서 나오는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유를 만끽했던 곳 ‘스페인 광장’도 단숨에 로마 최고의 관광명소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무장한 스토리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순전히 ‘이야기의 힘’만으로 전 세계 관광객을 유인하는 사례들도 많다. 높은 명성과는 달리 실제 가보면 보잘것없는 썰렁한 느낌마저 드는 유럽의 3대 썰렁 명소로 벨기에의 ‘오줌 누는 소년상’과 덴마크의 ‘인어공주 상’,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은 실제 방문해보면 외소하고 가소롭기 짝이 없을 정도로 작은 관광 상징물이 관광명소로 자리메김하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이번호에서 필자는 유럽의 썰렁한 관광대상물이 어떻게 관광명소가 된 이유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유럽의 썰렁 3대 관광명소 중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오줌싸개 소년의 동상을 우선 소개하고자 한다. 유럽여행에 있어서 벨기에 수도 브뤼셀을 방문하게 되면 필수 관광코스로 꼭 들리게 되는 곳이 그랑플라스 광장 옆 골목길에 있는 ‘오줌싸개 소년의 동상’이다. 오줌싸개 소년의 동상은 오래된 상징물이라 하여 브뤼셀에서는 가장 나이 많은 시민이라 불리기도 한다. 1619년 조각가 제롬 뒤케누아에 의해 제작된 오줌싸개동상의 실제 크기는 60cm 남짓하다. 이동상과 관련한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프랑스 루이 15세가 브뤼셀을 침략했을 때 이동상을 탐내 프랑스로 가져갔다가 이후에 사과의 의미로 화려한 후작 옷을 입혀 돌려보냈다는 일화로 유명한 이동상은 역사성과 왜소함을 콘셉트로 스토리텔링한 문화적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 조각상이 왜소하고 별 볼일 없을 정도로 작은 것이지만 동심과 익살스러움을 묘사하여 관광객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소개할 유럽의 썰렁한 관관명소는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이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메김하고 있는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 또한 실제로 가보면 대부분 실망하는 이유는 로렐라이 언덕이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문화적 옷을 입힌 스토리텔링의 마력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도 매년 수백만 명이 찾게 된다. 로렐라이 언덕은 라인 강변에 있는 평범한 언덕이었으나 전설을 스토리로 하여 독일의 유명한 시인 하이네(Heinrich Heine )가 로렐라이(Loreley)시를 노래함으로써 유명한 관광지가 된 것이다. 로렐라이 시는 전설을 소재로 한 아름다움의 극치는 죽음과 통한다는 심미관을 민요풍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로렐라이 전설을 소개하면 라인강가 로렐라이 언덕에 어두워질 무렵이면 미녀가 나와 노래를 불렀는데 사공들이 그 곳을 지나다가 그녀의 아름다움의 미색에 혼이 빠져 바라보는 바람에 강의 암초나 소용돌이에서 휘말려 죽음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하이네의 로렐라이의 시는 <귀향시편>에 실린 작품으로 F.질허에 의해 작곡되어 민요로 애창되어 오다가 나치가 하이네의 시를 모두 태웠을 때에도 작사자 미상이라는 단서로 묵인된 작품이다. 하이네의 시를 F.질허가 작곡한 가곡은 민요풍의 친근미에 넘치는 선율로 특히 유명하여 한국에서도 애창되고 있다. 로렐라이 언덕은 뗌 장크트고아르스하우젠 근처 라인 강에 있는 메아리치는 암벽으로 프랑크푸르트와 쾰른 사이의 철도 터널이 이곳을 통과한다. ‘요정의 바위’라는 뜻으로, 이 매혹적인 바위를 맨 처음 소재로 다룬 문학 작품은 작가 C.브렌타노(1778~1842)의 설화시(說話詩)인데, 이곳에는 로렐라이라는 처녀가 신의 없는 연인에게 절망하여 바다에 몸을 던진 후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을 유혹하여 조난시키는 반인반조(半人半鳥)의 바다 요정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얽혀 있다. 이 전설의 핵심내용에 대해 독일의 작가 클레멘스 브렌타노는 자신의 소설 (고드비 Godwi)에서 지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설은 수많은 문학작품과 노래들의 주제가 되었는데, 하인리히 하이네가 지은 시는 25명 이상의 작곡가들에 의해 곡이 붙여졌다 한다. 이와 같이 로렐라이 언덕이 유명한 관광지가 된 것 또한 스토리가 있고 문화가 있는 시와 노래 등의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도 삼천리 방방곡곡 전설과 설화가 널려 있다. 이러한 문화적가치가 있는 지역을 예술적 심미적, 관점에서 상품화해서 특화시켜나간다면 문화관광콘텐츠로 매우 높은 가치가 있는 관광자원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밀레종의 전설이나 선녀와 나무꾼, 선화공주와 바보온달의 이야기 등등은 매우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가진 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상품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충남 부여에 있는 낙화암은 백제 의자왕의 3000궁녀 스토리도 로렐라이 언덕보다도 더 유명한 관광명소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의 3대 썰렁 관광명소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곳은 코펜하겐에 있는 작은 인어의 상이다. 인어의 상은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913년 만들어 졌다. 인어상은 덴마크의 유명 발레리나를 모델로 하여 에드바르드에릭션(Edvard Eriksen) 에 의해 만들어 졌다 한다. 인어의 상 또한 약80㎠ 정도의 작은 동상이지만 코펜하겐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면 꼭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명소로 유명하다. 인어의 상 역시 작고 왜소하지만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서 나오는 인어공주를 만나고 싶은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에 유명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유럽의 3대 썰렁한 관광명소가 유명관광지로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관광객이 몰려오는 것은 문화를 소재로 한 관광지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명관광지가 때로는 섬세하고 규모적이고 독창성이 있는 곳만 유명명소가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왜소하고 별 보잘 것 없는 동상이나 언덕도 유명관광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적 자연과 문화재, 전설, 설화, 동요, 시 문학 등은 언제든지 유명관광지나 명품관광상품이 될 수 있는 자원이다. 21세기는 한류와 같은 문화적 가치가 있는 소재로 스토리로 무장하여 예술적 심미성과 가치를 지닐 때 비로소 작고 왜소한 문화적 관광자원도 유명관광지로 만들어 질수 있다. 창조적인 문화상품개발로 신비의 나라 명품관광한국을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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